[루키] 이민재 기자 = 지난 2005년, NBA에는 ‘심장병’ 이슈가 있었다. 여러 선수들이 심장병에 걸리면서 코트를 떠나야 했기 때문. 그러나 이 병 때문에 인생의 멘토와 멘티가 된 이들이 있다. 바로 프레드 호이버그(現 시카고 불스 감독)와 로니 튜리아프(前 LA 레이커스)가 그 주인공이다.

프레드 호이버그 X 로니 튜리아프

2000년대 중후반, LA 레이커스에는 특이한 캐릭터가 한 명 있었다.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골밑을 지켰던 로니 튜리아프가 주인공. 그는 출전 시간과 득점, 리바운드 등 기록적인 측면에서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열정만큼은 대단했다. 이에 한국 팬들은 연예인 노홍철과 튜리아프가 닮았다며 ‘로홍철’이란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튜리아프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바로 ‘심장병’을 앓았던 것. 그는 2005년 레이커스에 드래프트 된 직후 팀 주치의인 존 모에 의해 병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특히 모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평생 심장병이란 걸 모르고 살았던 튜리아프에게 큰 충격이었을 터.

모는 튜리아프에게 “너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농구를 그만두고 혈액 희석제를 평생 달고 사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운동 등 과격한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 두 번째는 수술이다. 그러면 다시 코트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튜리아프는 망설임 없이 “그러면 언제 수술을 받을 수 있는가?"라고 물었고, 이후 그는 6시간에 걸쳐 심장 수술을 받게 되었다. 당시 튜리아프는 큰 수술을 앞두고 많은 두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농구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것 역시 나를 죽이는 것"이라며 수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2005년 당시 NBA에는 심장병 이슈가 있었다. 튜리아프와 함께 프레드 호이버그 역시 같은 질병을 앓고 있었다. 당시 호이버그는 지속적인 가슴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이에 검진을 받은 결과 “심장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주치의는 “수술을 해야 한다. 그냥 내버려 뒀을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호이버그가 심장병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자, 당시 호이버그의 소속팀이었던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는 사면룰을 통해 그를 방출했다.

튜리아프와 호이버그는 같은 시기에 심장 수술을 받았다. 튜리아프보다 호이버그가 몇 주 빨랐다. 수술을 마친 후 튜리아프는 그보다 먼저 수술을 받은 호이버그에게 연락을 했다. 여러 가지 조언을 얻기 위함이었다.

이에 호이버그는 튜리아프에게 많은 것을 알려줬다고 한다. 수술 이후 찾아오는 몸의 변화, 재활 과정, 식습관 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 이야기해줬다. 특히 그는 “괜찮을 거야"라는 말을 빼놓지 않으며 튜리아프를 위로했다. 같은 병을 앓은 두 선수였기 때문에 동병상련의 마음이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튜리아프는 “심장 수술 이후 재활 때 두려움이 생기곤 한다. 당시 호이버그의 말이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고 말했다. 튜리아프에게 호이버그는 ‘농구 멘토’가 아닌 ‘인생의 멘토’가 된 것이었다.

수술 이후 튜리아프는 성공적으로 코트에 복귀했다. 레이커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등을 거쳐 2013-14시즌 미네소타에 안착했다. 호이버그의 마지막 소속팀이기도 한 곳이었다.

튜리아프는 호이버그를 예우하기 위해 등번호 32번을 달았다. 이는 호이버그의 등번호였다. 튜리아프는 NBA 선수 생활 중 뉴욕 닉스 시절을 제외하면 매번 21번을 달았다. 그러나 그는 호이버그를 위해 자신의 등번호까지 포기했다.

이 소식을 들은 호이버그는 아내에게 “튜리아프가 나를 위해 32번을 달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내는 “내가 들어본 이야기 중 최고로 멋진 스토리다. 튜리아프가 존경스럽다”며 감격했다고 한다.

호이버그는 심장병으로 10시즌 만에 은퇴를 선언했다. 반면, 튜리아프는 데뷔 시즌을 치르기 직전에 병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호이버그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튜리아프가 대신 성취하길 바라지는 않았을까.

호이버그의 도움은 튜리아프에게 큰 자산이 되었다. 이에 튜리아프는 지난 2009년 자신의 이름을 딴 심장병 재단을 설립해 어려운 이들을 돕고 있다. 호이버그의 따스한 멘토링이 튜리아프의 심장병 재단 설립까지 이어진 것이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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