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이민재 기자 = 1990년대는 센터의 시대였다. 4대 센터가 골밑을 지키며 포스트-업 등 여러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후 2000년대에는 슈팅가드의 전성시대가 찾아왔고, 현재는 스몰볼이 대세가 되었다. 과연 NBA는 앞으로 어떤 스타일로 바뀌게 될까.
스위치 디펜스의 증가
그동안 스위치 디펜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를 통해 얻은 이점이 별로 없었기 때문. 그러나 최근 들어 스위치 디펜스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전 시대에 스위치 디펜스라 하면 가드와 가드, 포워드와 포워드가 서로의 수비수를 바꿔 막는 형태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포인트가드와 센터가 스위치 디펜스를 꺼리지 않는 모양새다.
이는 스몰볼과도 연관이 있다. 최근 자주 보이는 스몰볼은 정통 센터 대신 파워포워드를 센터 포지션에 두고 5명의 기동력을 적극 활용하는 전술이다. 여기에 파워포워드가 외곽슛까지 던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 달리는 농구와 함께 외곽슛 플레이로 공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스몰볼 상황에서는 선수들의 기동력이 좋아 서로 수비수를 바꿔 막아도 큰 손해가 없다. 실제로 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몰볼 라인업에서 센터 역할을 맡은 드레이먼드 그린(201cm)은 스윙맨처럼 잘 달리는 선수였다. 따라서 그가 가드를 맡아도 그리 이상하지 않았다.
스몰볼은 단순히 신장이 작은 선수들의 플레이가 아니다. 코트를 넓게 쓰면서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펼치는 경우가 많다. 활발한 패싱 게임과 스크린, 공 없을 때의 움직임을 앞세워 공격제한시간 24초 내내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수비팀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다. 상대가 스크린 플레이를 펼치면 이를 예측하고 수비해야 하기 때문. 여기에 스테픈 커리와 클레이 탐슨 같은 위협적인 공격수라면 더욱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수비 과정에서 빈틈을 내주지 않기 위해 스위치 디펜스를 펼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스위치 디펜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골든스테이트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볼 수 있다.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다승(73승) 신기록을 세우며 활약했다. 이들은 커리와 탐슨, 그린을 활용한 모션 오펜스로 상대를 제압했는데, 미국 현지에서는 ‘데스라인업’이란 별명까지 붙여줬다.
이에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골든스테이트를 저지하기 위한 수비 전술을 들고 나왔다. 바로 5명 전원이 펼치는 스위치 디펜스를 주문한 것. 골든스테이트가 스크린 플레이를 펼치면 어김없이 스위치를 시도했다. 상대에게 빈틈을 내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실제로 샌안토니오는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골든스테이트의 움직임을 철저히 차단했다. 공이 없는 쪽에서도 미리 수비수를 바꿔 막으며 이들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스위치 디펜스가 정점을 찍은 시기는 2016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파이널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골든스테이트의 시리즈였다. 샌안토니오보다 기동력과 에너지가 좋은 오클라호마시티는 스위치 디펜스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커리가 스티븐 아담스나 서지 이바카와 매치업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영리하게 수비를 했다. 아담스나 이바카가 커리를 수비할 때 3점슛을 내주지 않았다. 3점 대신 돌파를 택해 골밑으로 들어오면 빅맨들이 블록슛으로 페인트존을 지켜냈다.
2016 파이널에서는 스위치 디펜스를 ‘유도’하는 장면이 두드러졌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상대편의 수비 약점인 선수를 공략하기 위해 미스매치를 끌어낸 것.
르브론 제임스와 카이리 어빙은 공을 잡으면 스크린 플레이를 통해 스위치 디펜스를 유도했다. 클리블랜드는 다소 수비가 약한 커리와의 매치업을 의도적으로 만들었다. 이에 커리는 경기 내내 르브론과 어빙의 공격을 막으며 체력이 떨어졌고, 이는 공격 생산성의 저하로 이어졌다.
스위치 디펜스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로테이션 수비가 있기 때문. 미스매치가 나올 경우 위크사이드에서 도움 수비를 펼치며 만회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포스트-업을 시도하는 선수들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가드가 빅맨을 수비할 때 느끼는 부담감이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2014-15시즌 골든스테이트가 스몰볼로 우승을 거두자 이듬해 많은 팀들이 스몰볼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2016 NBA 파이널의 주인공인 클리블랜드 역시 르브론을 파워포워드로 내세우는 스몰볼로 재미를 봤다.
따라서 오는 2016-17시즌에도 스몰볼의 비중이 늘어날 터. 이와 함께 이들을 막기 위한 스위치 디펜스의 빈도도 증가할 예정이다. 공격수가 코트 전방위를 발 빠르게 움직일 때 가장 쉽고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 수비가 스위치 디펜스이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 로이터
관련기사
- ESPN 전문가 "브랜든 잉그램, 파워포워드가 어울려"
- 케빈 듀란트, 골든스테이트에 적합한 수비수인가
- "슈퍼팀" 워리어스 3인방의 美 대표팀 활약은?
- 필 잭슨, "4점슛 도입하고 공격제한시간 늘려야"
- 커리-듀란트-이궈달라 커넥션은 2010년부터?
- "듀란트 골든스테이트行" 동료들의 반응은?
- ‘스몰볼 시대’ NBA는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②
- "슈퍼맨이 돌아왔다?" 하워드, 시범경기서 전성기 재현
- '포인트가드' 하든, 평균 10어시스트 돌파?
- “저변 확대에 힘쓸 것” 스포티비 중계진 인터뷰 ②
- '트레이드 루머' 알드리지, 샌안토니오와 결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