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유상열 기자 = 2015년 여름, 쿠바 북동쪽 카리브해에 있는 섬나라, 바하마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폴, 카멜로 앤써니가 그들의 오프시즌을 즐기기 위해 함께 모인 것. 이들은 바나나보트를 함께 즐기며 우정을 다졌다. 그리고 1년 뒤인 올여름, 이들은 다시 한 번 바하마를 찾았다. 여전히 바나나보트와 함께 말이다.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폴, 카멜로 앤써니까지. 이 네 명의 슈퍼스타들은 데뷔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우정을 유지해왔다. 이에 이들이 한 팀에서 뭉치는 것에 대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언급되고 있다. 제임스는 한 인터뷰에서 가장 친한 친구들로 “폴, 웨이드, 앤써니”를 꼽으며 이들과 한 팀에서 뛰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르브론의 바람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까.

계약 현황은?
이들이 바하마에서 처음 뭉쳤을 때는 2015년. 제임스는 클리블랜드로 돌아온 뒤 이제 막 첫 번째 시즌을 보냈던 시점이었다. 약 2,06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던 제임스는 그 해 NBA 파이널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패하며 아쉽게 우승에 실패했다. 그리고 2016년, 르브론은 클리블랜드를 이끌고 다시 한 번 파이널 무대에 올랐다. 결승 상대는 이번에도 골든스테이트. 르브론은 7차전 끝에 워리어스를 꺾고 복수에 성공, 클리블랜드에 창단 첫 우승을 안겨줬다. 시즌 종료 후, 르브론은 클리블랜드와 3년간 1억 달러에 해당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의 마지막 해인 2018-19시즌에는 ‘선수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2014년 여름, 제임스가 클리블랜드로 돌아간 뒤 웨이드는 마이애미 히트와 비교적 저렴한 연봉에 2년 재계약(2015-16시즌 선수 옵션)했다. 또, 2015년 여름 옵트-아웃해 1년간 2000만 달러에 합의했다. 2015-16시즌 종료 후, 웨이드와 마이애미의 협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팻 라일리 사장은 34살의 프랜차이즈 스타에게 높은 연봉을 제시할 생각이 없었다. 결국 웨이드는 정든 사우스 비치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갔다. 시카고 불스는 웨이드와 2년 계약을 체결했다(2017-18시즌 선수 옵션). 최근 웨이드는 제임스가 속한 클리블랜드行을 고려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1년 여름, 폴은 데이비드 스턴 前 총재의 트레이드 개입으로 인해 LA 레이커스 대신 LA 클리퍼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후 6년째 LA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블레이크 그리핀, 디안드레 조던과 강력한 ‘빅 3’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해보지는 못했다. 폴과 클리퍼스는 2017-18시즌까지 계약되어 있는데, 마지막 시즌은 ‘얼리 터미네이션 옵션(Early Termination Option)’으로 그가 이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앤써니는 2010년 여름, 대형 트레이드로 덴버 너게츠를 떠나 뉴욕 닉스의 에이스 역할을 맡게 됐다.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마다 ‘멜로 드라마’를 연출, 세간의 관심을 주목시켰던 앤써니는 2014년 여름 닉스와 5년간 약 1억 240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이에 따라 최소 2017-18시즌까지는 뉴욕에 남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2018-19시즌은 얼리 터미네이션 옵션).

2018년 여름을 주목하라
네 명의 슈퍼스타들의 계약 현황을 정리해봤을 때, 이들 모두 자의적으로 FA가 될 수 있는 시기는 2018년 여름이다. 2년 뒤인 2018년에 웨이드는 36세, 제임스와 앤써니는 34세, 그리고 폴은 33세가 된다. 이들의 현재 기량으로 봤을 때, 웨이드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여전히 선발 자리를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고액연봉자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팀은 존재할까.
시카고 불스의 가 포먼 단장은 이번 미디어 데이에서 “우리는 과감한 로스터 변화를 통해 젊어졌습니다”라며, “현 상황에 만족하지만, 향후 더 중요한 시기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만족스럽습니다. 이게 우리의 진짜 중요한 플랜이니까요”라고 말했다. 시카고는 로스터 대부분을 젊은 선수들로 채웠으며, 새로 계약한 베테랑 자원들은 계약 기간이 짧다. 분명 향후 2~3년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다. 라존 론도를 영입한 상황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비슷한 유형인 마이클 카터-윌리엄스를 영입하는 등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이적들도 일종의 희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무엇을 위해서? 이는 불스의 수뇌부만 알고 있겠지만, 바나나보트 4인방도 강력한 후보군 중 하나임을 부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2016년 초, 제임스는 『블리처 리포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커리어가 끝나기 전에, 한 시즌, 혹은 두 시즌만이라도 좋으니 네 명이 한 팀에서 플레이하길 바랍니다. 페이컷을 감수할 수도 있겠죠”라고 밝혔다. “내 꿈은 흑인 중에서 최고의 부자가 되는 겁니다”라고 말해온 제임스의 입에서 ‘페이컷’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은, 이들이 한 팀에 모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알 수 있는 대목.

물론, 이들은 더 나이가 들어 모두 후보 선수로 전락한 상태에서 뭉칠 수도 있다. 어쩌면 이들이 뭉칠 수 있는 곳은 바하마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크리스 폴-드웨인 웨이드-르브론 제임스-카멜로 앤써니를 같은 팀 선발 라인업에서 볼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농구 팬들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바나나보트 슈퍼 팀’의 결성을 기대해보자.
사진 제공 = 나이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