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혼자서는 결코 우승할 수 없다.
농구는 5인이 하는 스포츠다. 한 선수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혼자의 힘으로 우승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는 역사가 증명한다.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등 레전드 슈퍼스타들 역시 훌륭한 조력자와 함께 하고 나서야 우승할 수 있었다.
올시즌 역시 예외는 없다. 2016-17시즌에도 '원맨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외로운 갈매기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는 현 리그를 대표하는 원맨팀이다. 슈퍼스타 앤써니 데이비스를 제외하면 전력이 매우 떨어지는 편이다.
주전 포인트가드 즈루 할러데이는 아내(뇌종양)의 병간호로 인해 오랜 시간 코트를 비우고 있다. 타이릭 에반스는 무릎 수술 여파 때문에 12월이 되어서야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체로 영입했던 랜스 스티븐슨마저 부상을 당했고, 펠리컨스는 그를 곧 방출했다.
현재 뉴올리언스의 선발 라인업을 보면 암울하기 그지없다. 15일(한국시간) 펠리컨스의 주전 5인은 [오메르 아식 - 앤써니 데이비스 - 단테 커닝햄 - 버디 힐드 - 팀 프레이저]였다.
데이비스가 없다면 단연 최약체 전력 중 하나다. 물론 이날 보스턴 셀틱스와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하기는 했다. 하지만 약한 전력은 그대로 승률로 드러난다. 펠리컨스는 현재 2승 9패를 기록, 서부 컨퍼런스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 혼자가 된 꼬부기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케빈 듀란트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떠나면서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물론 그래도 그나마 펠리컨스보다는 낫다.
이 팀은 러셀 웨스트브룩의 폭발적인 에너지에 기대는 팀이다. 이 때문에 웨스트브룩의 경기력에 따라 팀 성적도 큰 영향을 받는다.
시즌 초반에는 웨스트브룩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에 기대어 6승 1패를 기록, 서부 컨퍼런스 선두에 서기도 했다. LA 클리퍼스(10승 1패)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기는 등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곧 한계가 찾아왔다. 토론토 랩터스, 다시 만난 클리퍼스에게 연달아 패하며 기세가 확 꺾여버렸다. 여기에 올랜도 매직에게 위닝샷을 맞고 패했고, 백투백 경기의 여파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게 무력하게 졌다.
순식간에 4연패를 당한 것이다. 썬더는 6승 5패를 기록, 서부 컨퍼런스 7위로 내려앉았다. 당초 예상된 위치이기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원맨팀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팀 성적 개선을 위해서는 서지 이바카를 올랜도에 내주고 영입했던 빅터 올라디포의 분전이 촉구된다. 팀 내 2옵션 선수치고는 올시즌 지나치게 부진한 감이 있다. 올라디포는 15일 피스톤스전에서도 17개의 야투 중 13개를 실패하는 등 9점에 그치며 패배를 자초했다.

★ 털보와 폭군
휴스턴 로케츠는 최근 네 경기에서 3승을 따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체 성적도 6승 4패로, 서부 5위.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거둔 1승을 제외하면, 나머지 5승은 모두 4할 승률 이하의 약체에게 뽑아낸 것이기 때문.
에이스 제임스 하든은 연일 환상적인 기록을 찍어대고 있다. 하지만 이 팀 역시도 하든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매우 크다. 하든이 벤치로 들어가면 팀 전체가 휘청거린다. 그의 짐을 덜어주거나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하든의 체력을 보장해줄 수 없다. 실제로 지난 샌안토니오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잘 드러났다. 4쿼터 들어 하든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하든은 막판 자유투를 실패하는 등 체력고갈을 드러냈다. 로케츠도 스퍼스에게 패했다.
새크라멘토 킹스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드마커스 커즌스의 활약이야 말하면 입만 아플 정도지만, 팀 성적은 4승 7패에 불과하다. 물론 루디 게이가 올시즌 잘해주고 있지만, 그 외에는 평균 10점 이상을 올리는 선수조차 없다.
멤피스 그리즐리스 시절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던 데이비드 예거 감독. 하지만 그조차 현 킹스의 로스터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감독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코트 위에서 뛰는 것은 선수다.

★ 아~ 편안하다~
반면 훌륭한 전력을 꾸린 팀들은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올시즌 벤치를 보강한 클리퍼스가 대표적인 예다. 원래 강했던 선발진에 벤치 화력이 더해지자, 전체 승률 1위(10승 1패, 90.9%)를 질주하고 있다.
'르브론 제임스 - 카이리 어빙 - 케빈 러브'로 이어지는 '빅 3'를 보유한 디펜딩 챔피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역시 동부 1위를 달리고 있다. '판타스틱 4'를 앞세운 골든스테이트, 전통의 강호 샌안토니오 역시 상위권을 형성 중이다.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한 애틀랜타 호크스, 토론토 랩터스 등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우승은 상기한 팀들 안에서 나온다고 봐야 한다. 원맨팀으로는, 어느 정도의 성적은 낼 수 있을지언정 우승은 불가능하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 슈퍼팀 결성의 딜레마
선수들이 자꾸 '슈퍼팀'을 결성하기 위해 모이는 현상도 이 때문이다. 스타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혼자서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이기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렇다면 차라리 잘하는 선수들끼리 뭉쳐서 편안하게 우승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 때문에 경기를 보는 데 있어서 다소 김이 샌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강팀으로 몰리고, 이에 따라 전력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승패가 쉽게 예측 가능해졌다. 어떤 팀이 올라갈지 몰랐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특정 몇 팀이 '다 해먹는' 구조가 되고 말았다.
얼마 전 찰스 바클리도 이를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리그에 돈 내고 볼 만한 팀은 다섯 팀 정도밖에 없다. 다른 팀들은 끝까지 볼 가치도 없다"고 독설을 내뱉었다. 한 마디로, 리그의 밸런스가 붕괴되었다는 이야기다.
원맨팀의 한계. 이로 인한 슈퍼팀 결성. 이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것이 결국 리그 밸런스 붕괴를 야기하고 있다. 이는 결코 쉽게 풀 수 없는 하나의 딜레마가 됐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