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회_ 손대범(점프볼 편집장)
* 참여_ 이민재(루키), 이재승(바스켓코리아), 김윤호(비즈볼 프로젝트)
※ 본 기사는 루키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Q 카멜로 앤써니 이야기에 앞서 미국 대표팀의 긴 여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이번 대표팀에 대해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나? 그 이유도 궁금하다.
김윤호 100점 만점에 80점. 역시 조별 예선에서의 부진(?)이 마음에 걸린다. 중국,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거둔 대승과 득실 마진을 나머지 예선 세 경기에서 모두 까먹었다. 호주, 세르비아, 프랑스를 상대로 화끈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에 뭔가 뒤끝이 개운치 못했다. 특히나 호주를 상대로는 전반전에 계속 리드를 당하며 끌려가기도 했다.
물론 상대한 세 팀이 올해 A매치 최고의 경기력을 보인 면도 있다. 호주는 미국과의 경기에서 2점슛 성공률이 무려 58%였고, 세르비아는 2점슛 60%에 3점슛 40%를 기록했다. 특히 세르비아의 니콜라 요키치(덴버 너게츠)는 25득점에 야투율 73.3%를 기록했는데, NBA는 물론, 국제 대회에서도 쉽게 보이지 못했던 경기력이었다. 저득점 경기 양상이 자주 나타나는 FIBA 무대에서 쉽게 나오기 힘든 득점력이다.
이러한 경기력에 불을 붙인 게 미국의 수비였다. FIBA 룰은 NBA와 달리 빅맨에게 매우 관대하기 때문에 수비 시 골밑에서의 위치 선정이 조금만 어긋나도 실점을 허용한다. 수비자 3초 룰에 익숙한 미국 선수들은 FIBA 룰에 익숙한 호주나 세르비아 등의 강팀들의 조직력에 수비가 연이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상대의 거친 수비, 혹은 교묘한 파울 유도에 흔들리기도 했다.
게다가, 몇몇 선수들은 올스타 선수들이 득실대는 미국 팀에서 기량의 한계를 노출했다. 드레이먼드 그린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벗어나기가 무섭게, 키 작고 점프력 낮은 포워드로 전락해 버렸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호주나 유럽 빅맨들의 높이와 힘을 전혀 감당해내지 못했다. 지미 버틀러는 자신이 공을 잡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차례 미숙한 판단을 내렸다. 특히 라존 론도, 드웨인 웨이드와 같은 팀에서 뛰어야 하는 버틀러의 다음 시즌 경기력은 상당히 걱정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토너먼트에서 더 이상 무너지지 않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르비아와의 결승전에서는 NBA 플레이오프처럼 기어를 바짝 끌어올리고 상대를 압박했다. 미국이 피지컬 레벨을 끌어올리자, 세르비아 선수들의 경기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세르비아의 에이스인 밀로스 테오도시치는 폴 조지의 수비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금메달로 가는 길에 가까워질수록 높아졌던 미국의 집중력은 그들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사실 드레이먼드 그린, 해리슨 반즈, 클레이 탐슨 대신에 르브론 제임스, 카와이 레너드, 제임스 하든이 출전했다면 훨씬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슈퍼스타들이 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A매치 76연승, 3년 연속 올림픽 금메달 등을 이뤄낸 미국 대표팀은 여전히 지상 최고의 농구 팀이었다.

이민재 나 역시 80점을 주고 싶다. 8전 전승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 기간에 아쉬움도 남겼기 때문이다.
미국농구의 색깔이라고 하면 ‘강력한 압박수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상대 볼 핸들러를 압박해 실책을 유도한 뒤 펼치는 속공은 미국의 전매특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오히려 수비에서 빈틈을 드러내며 상대에게 쉬운 득점을 내줬다.
특히 미국은 개인 수비뿐만 아니라 팀 수비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선수들의 수비 조직력이 떨어졌다. 도움 수비를 언제 할지, 로테이션 수비를 어느 범위까지 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이들은 소속팀에서 이러한 수비를 매번 연습했을 터. 그러나 대표팀에서 새로운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아 애를 먹었다.
실제로 미국 대표팀의 단장인 제리 콜란젤로도 “농구는 팀 스포츠"라며 “새로운 10명의 선수가 몇 주 동안 조직력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들이라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면 조직력을 다지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
특히 이번 대표팀은 가드진이 약했다. 카이리 어빙과 카일 라우리가 포인트가드를 봤는데, 이들의 수비력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그동안 제이슨 키드, 크리스 폴 등이 강한 1선 압박 수비를 펼친 것과는 다른 수비 생산성이었다.
이에 2대2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외곽에서 쉽게 뚫리다 보니 골밑에서의 수비도 무너진 것. 이에 따라 전체적인 수비 조직력이 와해되면서 시소게임이 계속되었다.
이재승 80점 이상은 되는 것 같다. 기준점을 어디에다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미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이 지도하는 가운데 미국은 지난 2008 올림픽부터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고 24전 전승을 거두면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이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받기 충분하다. 심지어 미국은 지난 2006 농구 월드컵 준결승에서 그리스에 발목이 잡힌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평가전과 올림픽, 월드컵에서 단 1패도 당하지 않았다. 미국은 2007년을 끝으로 아메리카 챔피언십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이 점만 보더라도, 미국이 그간 국제무대에서 얼마나 호령했는지 잘 드러난다.
미국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5차례 평가전을 가졌다. 모든 국가들이 큰 대회를 앞두고 A매치를 갖는다. 기량을 점검하고 선수들 간 호흡과 경기 감각을 점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미국은 평가전서 다소 쉬운 상대들만 만났다. 아르헨티나, 중국,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등 미국의 상대로는 부족한 팀들과 주로 붙었다. 물론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마는 유럽팀들과 눈치싸움 정도는 펼쳤으면 어땠을까 싶다. 미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진땀승을 거둔 적이 많았다. 전심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자칫 패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평가전에서 좀 더 센 상대들과 마주하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올림픽에서 미국은 세계의 강호들에게 발목이 잡힐 뻔 했다. A조 예선 도중 호주에게 상당히 고전하며 작은 충격을 줬다. 미국이 못했다기보다는 호주가 잘한 느낌이었다. 문제는 이후였다. 미국은 세르비아와 프랑스를 만나 이겼으나, 두 경기 모두 단 3점차의 진땀승을 거뒀다. 특히, 프랑스의 토니 파커가 휴식차 결장했는데, 파커가 나섰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세르비아에게도 겨우 이겼다. 밀로스 데오도시치를 막지 못하면서 힘겹게 경기를 풀어나간 탓이다.
그러나 미국은 올림픽 조별리그와는 달리 8강 토너먼트에서는 자비가 없었다.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가볍게 제압한 미국은 준결승에서 스페인을 만났다. 미국은 디안드레 조던의 제공권 장악과 케빈 듀란트, 클레이 탐슨의 득점포에 힘입어 승리했다. 미국은 시종일관 경기를 리드하며 스페인을 상대로 여전히 강함을 과시했다.
결승에서는 세르비아를 30점차로 완파했다. A조 예선에서 단 3점차 승리를 거뒀지만, 결승에서는 남다른 폭발력을 내세워 30점차로 대승,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승부는 이미 전반전에 갈렸다.

Q 카멜로 앤써니는 ‘국제대회'에서는 여전히 믿음직스러웠다. NBA 무대와 FIBA 무대에서의 앤써니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민재 카멜로 앤써니는 203cm, 109kg의 신체조건을 갖고 있다. 뛰어난 스텝과 함께 엉덩이로 미는 힘 또한 좋은 게 그의 특징이다. 여기에 중거리 슈팅 능력은 세계 최정상급에 속한다.
그의 장점은 파워포워드와 스몰포워드 모두 볼 수 있다는 점. 파워포워드일 때는 빠른 스텝과 스피드, 외곽슛으로 상대를 뚫을 수 있고, 스몰포워드일 때는 강력한 힘으로 포스트-업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이 국제무대에서 잘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NBA 선수 생활을 하고 여러 나라에서 코치 생활을 하고 있는 스캇 로스는 “앤써니는 국제무대에서 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NBA에 몇 안 되는 선수다. 그의 몸과 플레이 스타일이 이를 말해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제무대는 매우 거친 편이다. 움직임에 제약이 많다. 그러나 카멜로는 이를 잘 극복해낸다"고 덧붙였다.
일단 그는 슈팅 능력이 뛰어나다. 공을 받아 바로 던지는 캐치-앤-슛 능력이 일품이다. 지난 2015-16시즌, 평균 4개 이상의 캐치-앤-슛을 던진 선수가 60명이었는데, 그 중 앤써니의 야투 성공률은 28위였다.
그의 진가는 상대가 지역방어를 활용할 때 나타난다. 그동안 르브론 제임스, 코비 브라이언트, 드웨인 웨이드 등은 상대가 지역방어를 쓸 때 돌파를 선택했다. 그러나 앤써니는 스팟-업 슈터의 역할을 즐겼다. 이들이 돌파 이후 빼준 패스를 외곽에서 득점 기회로 연결한 것. 또한 앤써니는 단순히 캐치-앤-슛뿐만 아니라 공을 잡은 뒤 돌파나 풀업 점프슛까지 던지면서 상대를 괴롭혔다. 특히 국제무대는 NBA보다 3점슛 거리가 짧아 앤써니의 효율이 더욱 올라간다.
뉴욕에서 앤써니는 에이스 역할을 맡는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뉴욕은 리그 최하위에 머물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선수층이 얕아 앤써니가 책임져야 할 공격 비중도 컸다. 이에 앤써니는 지난 시즌 23.7%(리그 2위)의 아이솔레이션 비중을 보였다. 반면, 국제무대에서는 10%에 그쳤다. 10번 중 1번만 개인기를 펼치면 되니 전체적인 앤써니의 생산성은 당연히 올라갔다.

이재승 아주 많은 차이가 있다. 소속팀에서는 주로 자신이 공격을 만들어야 한다. 주득점원으로서 직접 상대 수비를 뚫기 위해 돌격한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다르다. 국제무대는 NBA보다는 한 두 단계 아래라고 봐야 한다. 그런 곳에서 앤써니는 그간 빼어난 동료들과 ‘골드러시’에 나섰다. 다른 팀들의 전력은 모두 저 아래에 머물러 있는데, 앤써니의 주변에는 그간 제임스를 필두로 듀란트나 코비 브라이언트, 크리스 폴 등 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있었다. 전력 면에서 여타 국가들과의 비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NBA에서는 에이스라면, 국제대회에서 그는 3점슈터다. 굳이 1대1을 통해 공격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 앤써니가 NBA에서는 주로 ‘직접 만드는 득점’을 올린다면, 올림픽에서는 ‘받아먹는 득점’이 많다. 지난 2008 올림픽에서는 제임스와 제이슨 키드의 패스를 통해 3점슛 기회를 잡았다. 2012년에는 제임스와 폴, 듀란트 덕분에 보다 수월하게 경기했다. 미국의 전력이 그만큼 빼어나기 때문에 앤써니가 부담 없이 동료들의 패스를 받아 3점슛만 던져도 된다. 그것만으로도 앤써니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앤써니의 진가가 잘 드러난 것이 지난 두 번의 올림픽이다. 그는 지난 2008 올림픽 8경기에서 평균 11.5점 4.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2012 올림픽에서는 8경기 평균 16.2점 4.8리바운드를 만들어냈다. 심지어 2012년에는 폴, 브라이언트, 제임스, 듀란트가 모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앤써니의 평균 득점이 더 늘었다. 그만큼 앤써니가 어렵지 않은 농구를 펼친 셈이다. 폴과 제임스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수비를 끌어들인 후 늘 빈곳을 찾고 알맞은 패스를 뿌려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앤써니는 이들의 덕을 톡톡히 봤다. 이번에는 비록 제임스, 폴과 같은 선수가 나서지 않았지만, 앤써니는 나름대로 제 몫을 했다. 다른 선수들을 이끌고, 공격보다는 다른 곳에 집중하며 미국의 3연패에 일조했다.
무엇보다 미국이 올림픽에서 3연패를 달성하는 동안 언제나 앤써니가 함께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012 올림픽에 비해 평균 득점이 떨어지긴 했지만, 미국이 금맥을 이어가는데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도 앤써니의 공로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앤써니는 미 대표팀의 올림픽 누적 득점에서 마이클 조던, 데이비드 로빈슨, 르브론 제임스를 제치는 등 자신만의 이력을 아로새겼다.
김윤호 FIBA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포워드들은 상대 빅맨을 끌어내는 슈팅 능력, 골밑을 우직하게 파고드는 힘, 트래픽 상황에서의 득점 해결 능력 등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 앤써니의 경우, 국제무대에 나가면 자신을 막는 선수들 대부분이 빅맨이다. 여전히 유럽의 강호들은 빅 라인업을 고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NBA에서는 스윙맨들이 막는 경우가 많지만, FIBA 무대에서는 빅맨들과의 매치업이 많다. 이는 곧 미스매치가 다름없기 때문에, 앤써니는 자신 있게 득점을 성공시킨다.
또, NBA보다 골밑 수비가 밀도가 더 높은 FIBA 무대에서는 앤써니의 점프슛이 큰 위력을 발휘한다. 앤써니의 잽 스텝과 점프슛을 웬만한 빅맨들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 점프슛으로 골밑 수비를 허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FIBA 무대에서는 앤써니를 거칠게 괴롭힐 수 있는 포워드, 앤써니의 아이솔레이션을 스텝으로 막을 수 있는 포워드가 거의 없다. 피지컬의 부담에서 해방된 앤써니의 공격력은 막을 수 없는 수준에 가깝다.
팬들이 흔히 말하는 앤써니의 ‘질펀한’ 엉덩이 역시 강점이다. FIBA 룰에서는 하체 힘이 좋은 단신 빅맨들이 힘을 발휘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앤써니의 엉덩이는 포스트-업 오펜스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가드와 미스매치가 나면, 앤써니의 포스트-업은 그야말로 막을 수 없는 무기가 된다.
무엇보다 앤써니는 속공 상황에서 코너맨, 혹은 트레일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리바운드 경합을 하던 상대 빅맨들은 앤써니의 속공을 저지할 수 없다. NBA에서는 발 빠른 스윙맨들이 앤써니의 속공을 따라가서 저지하는 장면들이 나오지만, FIBA 무대에서 그럴 일은 없다.

Q 2004년 아테네부터 시작해 4회 연속 올림픽 참가, 미국 대표팀 올림픽 역대 최다 득점자, 최다 금메달 등 많은 기록을 남겼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을까?
이재승 2012 올림픽 경기가 대표적이지 않을까. 나이지리아전에서 앤써니는 엄청난 폭발력을 과시했다. 당시 나이지리아는 올림픽 최종예선을 통해 극적으로 올림픽에 진출했다. 여러 유럽팀들을 제치고 대진운까지 따른 덕분이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최종예선을 통과한 팀들은 모두 유럽팀이었다. 당시에는 아프리카팀인 나이지리아가 올라간 것만으로도 무척 놀라웠다.
이런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앤써니가 세계무대의 뜨거운 맛을 보여줬다. 앤써니는 이날 무려 37점을 적립했다. 이는 앤써니의 국제무대 한 경기 최다 득점이다. 그는 이날 3점슛 12개를 던져 이중 10개를 집어넣으며 나이지리아를 맹폭했다.
런던 올림픽 당시 앤써니는 벤치에서 출격했다. 제임스와 듀란트가 포진하고 있어 벤치에서 나선 것. 하지만 앤써니는 첫 경기인 프랑스전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서 3점슛을 터트리며 꾸준함을 과시했다. 특히 토너먼트에 올라선 이후 더욱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미국은 지난 2012 올림픽에서 호주, 아르헨티나, 스페인을 차례로 상대했다. 앤써니는 고비 때마다 3점슛을 곁들이며 미국의 공격에 숨통을 트는 역할을 했다.
이번 2016 올림픽에서도 앤써니의 진가는 단연 빛났다. 앤써니는 호주를 맞아 31점을 올렸다. 이날 그는 3점슛 15개를 시도해 9개를 성공시켰다. 3점슛으로만 27점을 올린 그는 미국이 호주를 따돌리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사실 주전 슈팅가드 클레이 탐슨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탐슨이 부진해 미국의 외곽지원에 의문부호가 생겼다. 이날 호주의 추격이 거셌음을 감안하면, 앤써니가 없었다면 자칫 미국이 쓰러졌을 수도 있다. 앤써니의 득점력이 미국의 연승행진에 큰 가교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김윤호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나이지리아와의 조별 예선 경기를 도저히 빼놓을 수 없다. 상대의 집중 수비를 받지 않는 앤써니의 득점력이 얼마나 파괴적인 지 보여주는 경기가 아닐까? 코트 위에 데론 윌리엄스, 러셀 웨스트브룩, 케빈 듀란트 등이 같이 있다 보니 그 누구도 앤써니에게 집중 수비를 가하지 못했다. 그 틈에서 앤써니는 무려 3점슛 10개를 포함해 37득점을 넣었다. 37득점을 넣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14분 29초면 충분했다.
이 경기 때문인지, 앤써니 옆에는 올스타 가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앤써니에 대한 수비를 분산시키는 올스타 한 명만 있어도, 앤써니의 득점력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뉴욕 닉스 유니폼을 입은 데릭 로즈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이민재 이번 2016 리우 올림픽 A조 예선리그 호주와의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미국은 98-88로 호주와 접전 경기를 펼쳤는데, 승부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이 팽팽했다. 이를 깬 선수는 앤써니였다. 당시 그는 3점슛 9개 포함, 31점 8리바운드 2스틸로 펄펄 날며 승리를 이끌었다.
승리보다 더 의미 있는 기록은 이날 앤써니가 31점을 적립하면서 미국의 국제무대 개인 최다 득점자가 된 것이었다. 데이비드 로빈슨과 르브론 제임스를 차례로 제치고 역대 1위가 된 순간이었다. 누구보다도 국제무대에 열심히 참여하며 활약한 결과 역사를 새로 쓰는 업적을 세울 수 있었다.
2012 런던 올림픽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도 생각난다. 당시 미국은 156-73으로 무려 83점차 승리를 거뒀다. 이를 이끈 선수는 앤써니였다. 그는 무려 37점을 넣었다. 3점슛 12개를 던져 10개(83.3%)를 성공하는 미친 슈팅 감각을 선보였다.
더욱 놀라운 점은 고작 14분만 뛰며 이 기록을 세웠다는 것. 그야말로 야투가 불을 뿜은 앤써니는 자신의 국제무대 커리어-하이 득점과 최다 3점슛 성공 기록을 이날 세웠다.

Q 최근 데릭 로즈도 밝혔지만 뉴욕 닉스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팀이다. 뉴욕에서의 멜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김윤호 앤써니는 벌써 14번째 NBA 시즌을 뛰게 된다. 닉스 유니폼을 입은 지도 5년 반이 흘렀다. 어느 새 그는 NBA의 베테랑이 되어 있고, 닉스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그가 중심을 잡아야 할 팀이 변화의 기로에 서 있으니, 그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다음 시즌 뉴욕의 베스트 5는 ‘데릭 로즈 ? 코트니 리 ? 카멜로 앤써니 ?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 ? 조아킴 노아’이다. 이름값으로만 보면 앤써니의 뉴욕 이적 후 가장 강력한 베스트 5를 갖추게 되었다. 뉴욕은 다시 한 번 플레이오프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앤써니는 올림픽 금메달을 발판으로 다음 시즌에 비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렇기 때문에 앤써니가 안팎으로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로즈는 드래프트 직전의 트레이드로 인해 정든 시카고 불스를 떠나야 했고, 노아 또한 지난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리는 바람에 여름 이적시장에서 불스로부터 사실상 외면당해야만 했다. 동부 컨퍼런스를 대표하는, 시카고를 대표했던 두 사람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앤써니가 코트 안팎으로 그들을 다독여주고 기를 살려줘야 한다.
더구나 뉴욕은 제프 호나섹을 신임 감독으로 임명하여, 달라진 시즌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선수단도 바뀌고 감독도 바뀌었기 때문에, 남은 오프시즌 기간 동안 팀 분위기를 잡아야 할 의무가 있다. 또, 전년도 시즌에 비해 변화가 많은 팀은 시즌 중에 여러 차례 부침을 겪기 마련인데, 그러한 풍랑 속에서도 팀이 무너지지 않도록 코트와 라커룸에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 그동안 르브론 제임스가 보여줬던 리더십을 이제는 앤써니가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재승 우선 팀의 기둥으로서 선수들을 잘 독려해야하지 않을까. 이제는 필히 대장(leader)다워야 한다. 로즈를 필두로 조아킴 노아, 코트니 리 등을 보강한 뉴욕의 전력은 이전 시즌 대비 확실히 나아졌다. 노아가 이전과 달리 얼마나 많은 경기에 꾸준히 출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노아와 로즈가 건강하다면 뉴욕의 전력은 플레이오프를 노리기에 충분하다. 제프 호나섹 감독과 로즈의 궁합 여부는 물론, 앤써니도 뉴욕의 새로운 코칭스태프가 이끄는 농구에 잘 녹아들어야 한다. 이제는 뉴욕의 터줏대감으로서 앤써니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일단 로즈와의 공격 배분 문제도 풀어야 한다. 호나섹 감독의 전술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앤써니가 조금은 양보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렇다면 앤써니가 올림픽에서 그랬듯,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패스를 받아 득점 기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로즈가 가세한 만큼 원활한 동선정리와 함께 공격에서의 효율성을 더하기 위해서다. 코트 정면을 로즈에게 내주는 것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로즈는 더 이상 예전의 올스타 클래스 기량이 아니다. 따라서 필요할 때는 앤써니가 전면에 서되, 보통의 경우에는 로즈에게 공을 넘기는 양보가 동반되어야지 않을까 싶다.
앤써니는 덴버에서 뛸 당시 천시 빌럽스와 좋은 호흡을 과시한 바 있다. 2008-09시즌에는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하기도 했다. 2010-11시즌 도중 앤써니와 빌럽스가 동시에 뉴욕으로 트레이드됐지만, 빌럽스는 시즌 직후 사면방출로 뉴욕을 떠나야 했다. 빌럽스를 내친 이후, 닉스는 좀처럼 수준급의 가드를 영입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도 뉴욕은 백코트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특히 포인트가드 자리가 문제였다. 그런 뉴욕이 모처럼 올스타 경력의 가드를 품었다. 이에 따라 앤써니와 뉴욕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관심사다.
사실 앤써니는 파워포워드로 뛸 때 좀 더 좋은 효율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가 등장했고, 올해 이적시장에서 노아가 합류했다. 로테이션을 통해 앤써니가 파워포워드로 나설 때도 있겠지만, 전력이 온전하다면 앤써니가 파워포워드 자리에서 뛰는 시간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앞으로는 앤써니가 좀 더 스몰포워드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을까 싶다.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을 통해 쉬운 슛 찬스를 엿보는 것이 더욱 더 필요해 보인다.
포지션 여부를 막론하고 로즈와의 픽 게임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커리 & 듀란트)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어빙 & 제임스)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름대로 위력적인 조합이 나올 수도 있다.
한편, 노아가 건강하다면 앤써니가 보다 손쉽게 득점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노아는 농구 이해도가 매우 높고, 탁월한 패싱 센스를 갖춘 센터다. 그의 스크린과 패스 능력이 뉴욕에 잘 이식된다면, 앤써니가 이전보다 편하게 농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그랬듯, 앤써니가 자신의 역할변화를 어느 정도 가져간다면, 새로 영입된 선수들과 충분히 좋은 궁합을 선보일 수 있다고 본다.
이민재 지난 3월, 뉴욕 닉스와 LA 레이커스의 경기에서 호세 칼데론이 경기 종료 0.2초를 남기고 클러치슛을 성공시켰다. 극적인 순간에서 3점 차이로 달아나는 슛에 성공했으니 동료들도 모두 난리가 났다. 그러나 앤써니는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클러치 상황에서 자신에게 패스하지 않고 칼데론에게 공을 준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앤써니는 NBA 정상급 스코어러이자 슈퍼스타다. 팀을 하나로 뭉치도록 만드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앤써니는 강력한 리더십을 선보인 적이 많지 않았다.
뉴욕은 이번 오프시즌에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데릭 로즈, 조아킴 노아, 코트니 리 등 여러 선수가 가세했다. 주전 라인업도 많은 변화가 있을 전망. 앤써니는 선수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다행인 점은 앤써니가 2016 리우 올림픽을 통해 리더로서의 역할에 대해 많이 배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욕의 필 잭슨 사장은 이전에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앤써니는 보컬 리더 스타일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이번 대표팀을 통해 달라졌다. 마이크 슈셉스키 대표팀 감독은 “그는 이번 대표팀의 보컬 리더로서 나서고 있다"며 칭찬했다. 대표팀 동료들도 앤써니의 리더십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따라서 다음 시즌 어느 때보다 그의 리더십이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뉴욕 현지 언론은 자극적인 기사를 내기로 유명하다. 이러한 루머에 휘둘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으면서 새로 가세한 선수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루키 편집부(rookiemagazine@gmail.com)
저작권자 ⓒ 루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사진 제공 = 나이키
루키 편집부(rookiemagazine@gmail.com)
저작권자 ⓒ 루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사진 제공 = 나이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