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오랫동안 서부 컨퍼런스를 호령해 왔던 망아지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2016-17시즌 개막 이후, 30개 구단 중 아직까지 1승도 올리지 못한 팀은 총 세 팀이 있다. 뉴올리언스 펠리컨스(0승 6패), 필라델피아 76ers(0승 5패), 댈러스 매버릭스(0승 5패)가 그들이다.
뉴올리언스와 필라델피아의 성적은 어느 정도 예견된 바 있다. 펠리컨스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전력이 온전하지 않다. 필라델피아는 늘 그래와서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댈러스의 성적은 분명 낯설다.
2000년대를 호령했던 서부의 강호 매버릭스는 어쩌다 리그 최하위권을 형성하게 됐을까. 이제 그들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

★ 늙고 병든 망아지
댈러스의 로스터는 매우 늙었다. 이번 시즌 매버릭스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8.4세로, 리그에서 가장 어린 필라델피아(24.6세)와는 4살 가까이 차이가 난다.
물론, 늙어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30.5세), LA 클리퍼스(29.9세), 샌안토니오 스퍼스(28.6세)는 모두 댈러스보다 늙었지만,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문제는 늙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병까지 들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매버릭스의 로스터를 보면, 건강을 자신할 수 있는 선수들이 거의 없다.
앤드류 보거트와 데런 윌리엄스는 리그를 대표하는 인저리-프론이다. 웨슬리 매튜스는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한 이후 실력이 급감했다. 선발 중 세 명의 건강이 불안한 상태.
최근에는 백업 가드 데빈 해리스마저 발가락 부상으로 결장하고 있다. 아직 제한적인 개인훈련만 가능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 여기에 주전 가드 윌리엄스는 정강이 부상으로 당장 다음 경기 출장도 불투명하다.
덕 노비츠키 또한 건강을 잃었다. 이번 시즌 개막과 동시에 독감에 걸려 두 경기에 결장했다. 또, 지난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의 경기 도중 아킬레스건을 다쳤다. 이 때문에 최소 일주일 이상 결장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빠르고 움직임이 많은 팀들에게는 맥을 못 춘다. 인디애나 페이서스와의 개막전에서 130점을 내주고 패했고, 휴스턴 로케츠와의 2연전에서도 모두 패했다. 포틀랜드에게도 105점을 헌납하고 패했다.

★ 안 되는 것 두 가지, 공격과 수비
고려대 박한 감독의 전설적인 작전타임 어록.
"너희가 지금 안 되는 게 두 가지가 있어. 그게 뭔지 알아? 디펜스랑 오펜스야!"
그런데 지금 댈러스가 딱 그렇다. 공격과 수비가 모두 안 된다. 공격은 빡빡하고, 수비는 헐겁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댈러스는 이번 시즌 평균 97.4점(25위)을 넣으면서 106.2점(20위)을 내주고 있다. 경기당 득실마진이 무려 -8.8점으로, 필라델피아(-11.4점)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다.
리바운드 실력도 형편없다. 경기당 41.0개(25위)밖에 못 잡아내고 있다. 리바운드가 약하면 슛이라도 잘 넣어야 하거늘, 그렇지도 못하다. 댈러스의 이번 시즌 평균 야투성공률은 41.8%로, 27위에 불과하다.
야투가 안 들어가니, 어시스트도 자연스레 적어진다. 해마다 상위권을 형성했던 댈러스의 어시스트 순위는, 2015-16시즌 18위를 거쳐, 이번 시즌 25위(18.4개)까지 하락했다.
저돌적인 돌파 자원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JJ 바레아를 제외하면, 스스로 돌파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가 없다. 이는 자유투 획득의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데, 매버릭스는 이번 시즌 고작 18.4개(29위)의 자유투를 얻어내고 있을 뿐이다.

★ 거역할 수 없는 세월의 흐름
댈러스는 모션오펜스를 기반으로 한 '점프슛' 팀이다. 그 어떤 공격보다 점프슛 비중이 높다. 릭 칼라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8-09시즌 이후 거의 같은 전법을 고수하고 있다.
그간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매버릭스가 '덕 노비츠키'라는 역대 최고의 장신슈터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노비츠키라는 확실한 축을 바탕으로 주변 선수들을 구성하여, 코트 위 공간을 벌리고 득점을 쌓았다.
그런데 노비츠키가 노쇠화를 겪기 시작하면서 댈러스 농구의 시스템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점프슛 하나'로 리그를 지배했던 절대적인 에이스 노비츠키는 2012-13시즌 무릎 부상을 당한 이후 눈에 띄게 생산력이 떨어졌다.
노비츠키는 이 팀의 확고부동한 구심점이었다. 최고의 스트레치형 빅맨인 그가 끊임없이 상대 수비에 위협을 가해야 하는데, 이게 잘 안 되기 시작하자 팀도 삐걱거렸다. 노비츠키의 쇠락과 댈러스의 추락이 궤를 같이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댈러스가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 다시 반등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댈러스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면, 결국 노비츠키를 10년 전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이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로, 절대로 불가능하다.

★ 동터오는 새로운 시대
냉정히 말해, 현재의 댈러스가 우승할 가능성은 없다. 지난 몇 년처럼, 플레이오프 1라운드가 한계인 전력이다. 올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즌 막판까지 플레이오프 막차 티켓을 놓고 싸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댈러스의 리빌딩 시점은 언제가 될까. 아마 노비츠키가 은퇴하는 때일 것이다. 노비츠키는 올해 여름 댈러스와 2년간 5,00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2017-18시즌 계약에는 팀옵션이 걸려 있다. 구단 측에서 실행 여부를 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아마 이번 시즌이 끝나면 대충 견적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번 시즌 댈러스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다면 리빌딩이 가속화될 수 있다. 구단 측에서 노비츠키와 상의하여 계약 실행 여부를 정하고, 노비츠키가 은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버릭스는 팀의 미래로 해리슨 반즈를 선택했다. 반즈는 올여름 4년간 9,440만 달러를 받기로 하고 댈러스에 합류했다. 이제 댈러스는 좋든 싫든 반즈를 올스타 혹은 슈퍼스타로 키워내야 한다. 어쩌면 이번 시즌 당장의 목표일 수도 있다.
2017년 여름, 보거트와 윌리엄스 등의 계약이 만료된다. 이에 따라 꽤 많은 샐러리캡 여유가 생긴다. 댈러스는 내년 여름, FA 대어를 낚아 리빌딩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 매튜스가 2018-19시즌까지 고액연봉으로 묶여있는데, 가능하다면 처리해야 한다.
한편, 댈러스는 2000년대를 수놓은 강팀이었다. 2010-11시즌에는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 옛날 이야기다.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그래서 이번 시즌이 더 중요하다. 향후 10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 나이키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