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역사상 최고의 파워포워드 팀 던컨이 은퇴했다. 하지만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급격하게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스퍼스의 전설

그렉 포포비치가 처음 샌안토니오와 연을 맺은 것은 1988년의 일이다. 당시 스퍼스의 감독이었던 래리 브라운이 포포비치를 어시스턴트 코치로 불러들인 덕분이었다. 둘은 1986-87시즌 이미 캔자스 대학에서 감독과 어시스턴트 코치로 함께 한 바 있다. 포포비치는 누구보다 브라운을 믿고 따랐고, 둘의 관계는 거의 스승과 제자나 다름없었다.

포포비치는 1992년까지 브라운과 함께 스퍼스에서 일했다. 이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이적해 어시스턴트 코치를 맡았고, 1996-97시즌 샌안토니오로 복귀, 감독직을 맡았다. 이후 20년 동안 스퍼스의 수장으로서 활약하며 엄청난 업적을 쌓았다. 

샌안토니오는 원래 우승 경험이 없었다. 그런데 1997 드래프트 1순위로 팀 던컨을 지명하면서 모든 역사가 바뀌었다. 포포비치는 던컨을 아들처럼 아꼈고, 던컨 역시 포포비치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둘은 곧 영혼의 파트너가 됐다. 덕분에 스퍼스는 다섯 차례나 우승(1999, 2003, 2005, 2007, 2014)을 차지하며 리그 역사상 최고의 명문 구단 중 하나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포포비치의 리더십과 지도력은 정평이 나있다. 실제로 2003, 2012, 2014년 세 차례나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리그 역사상 최다 수상 부문 타이 기록이었다. 돈 넬슨(1983, 1985, 1992), 팻 라일리(1990, 1993, 1997)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최다승 가능할까

포포비치는 지난 20년 동안 스퍼스의 감독으로서 1,089승 485패를 기록했다. 통산 승률이 무려 69.2%에 달하는데, 이는 역사상 600경기 이상을 치른 감독 중에서 3위에 해당하는 위대한 승률이다. (1위는 필 잭슨(1,155승 485패, 70.4%), 2위는 빌리 커닝햄(454승 196패, 69.8%)이다.)

산술적으로 볼 때, 포포비치는 연 평균 57~58승씩 거둬왔다. 차기 시즌 역시 스퍼스의 전력은 탄탄하다. ESPN에서는 2016-17시즌 샌안토니오의 성적을 57승 25패(69.5%)로 예상했다. 포포비치의 통산 승률(69.2%)과 비슷한 수치다.

달리 말하면, 차기 시즌 포포비치가 ‘옛 스승’ 래리 브라운을 제치고 리그 역사상 최다승 7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통산 1,100승 대열에 합류하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2015-16시즌 스퍼스는 67승을 거뒀는데, 만약 차기 시즌에도 67승 이상을 거둔다면 필 잭슨(1,155승)을 넘어 역대 6위로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포포비치가 과연 리그 역대 최다승 신기록을 세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연 평균 57승씩 추가한다고 봤을 때, 돈 넬슨의 1,335승을 넘기까지는 다섯 시즌이 더 필요하다.

포포비치는 이 시대 최고의 감독으로 꼽힌다. 수년째 선수들이 직접 꼽은 ‘함께 뛰고 싶은 감독’ 부문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구단 수뇌부와의 관계도 돈독하다. 심지어 스퍼스 구단의 단장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해고당할 걱정은 없다는 얘기다.

변수는 포포비치의 건강 문제다. 그는 이미 만 67세를 돌파했다. 많은 감독들이 70세 전후로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더 이상 체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포포비치가 과연 언제까지 샌안토니오의 감독직을 맡을 수 있을지, 또 역대 최다승 신기록을 수립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제공 = 손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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