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유난히 추웠던 2016년 12월 겨울. 시험 기간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섭외부터 녹록치 않았다. 그래도 간절히 원했더니 어렵사리 섭외는 이뤄졌다. 하지만 사진작가의 차가 찌그러지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 생겼다. 또 농구 동아리 취재 사상 처음으로 ‘연습 강제 종료’도 경험했다.

대학생에게 12월은 고통의 달이다. 공부하지 않는 사람도 벼락치기를 하게 만든다는 기말고사가 있기 때문. 거기에 과제까지 겹친다면, 그 고통은 더 커진다. 그러나 고진감래다. 그 뒤에 존재하는 종강과 방학은 무엇보다 달콤하다.

취재가 있었던 시기는 바로 그때였다. 시험과 종강 때문에 섭외가 정말 쉽지 않았다. 잡았던 취재 일정이 취소되기도 했고, ‘시험 기간과 방학 때는 모이지 않는다. 죄송하다’는 답을 듣기도 했다. 어느 날 메시지가 왔다. 반쯤 포기하고 있을 때였다. 

“저희 가능할 것 같아요.”

다행히 ‘농구’라는 단어에 반응한 고마운 여학생들. 명지전문대 w카리스마와의 만남은 이렇게 어렵사리 이뤄졌다. 

카리스마와 w카리스마
명지전문대에는 ‘카리스마’라는 농구 동아리가 존재한다. 남자 농구 동아리다. OB 모임이 있을 정도로 활발하다고 한다.

“남자동아리 ‘카리스마’에서 시작했어요. 저희 이름인 ‘w카리스마’도 거기서 따왔고요. 남자 동아리에서 매니저 같은 걸로 활동하다가 만들게 됐어요. 사실 여학생 중에 농구를 좋아해서, 직접 농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은 편이에요. 혹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대학교 내에는 동아리가 없는 게 현실이고요.”

w카리스마는 2015년에 창단했다. 주축은 14학번이었다. 이들은 창단과정에도 깊숙하게 관여해 있다. 주장인 윤혜영(3학년) 양은 창단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지금은 없지만, 이승희라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랑 저희 팀 주축인 김성희라는 친구는 고등학교 때부터 동아리 농구를 했었어요. 그 둘이 같이 저희 학교를 오게 됐죠.”

김성희 양과 이승희 양은 대학교에서도 농구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여자 동아리가 없었기 때문. 그때였다. ‘농구를 배우고 싶다’는 한 친구가 이들을 부추겼다.

“졸업한 김지원이라는 친구가 농구를 정말 배워보고 싶었대요. 승희와 성희는 멤버가 없어서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었고요. 그게 딱 맞은 거예요.”

농구하는 여자? No! 농구가 삶인 여자? Yes!
창단 과정에서 주축 역할을 한 김성희(3학년) 양은 일명 농구광이다.

“저 사실 농구 빼고 다른 운동은 잘 몰라요. 전 고2 때 우연히 친구들 덕분에 농구를 접하게 됐어요. 그 아이들과 땀 흘리는 게 참 좋았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니까 애들이 진로를 정하더라고요. 전 원래 대학 갈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주변의 권유로 체대 입시를 준비하게 됐어요. 농구 때문에 대학을 오게 된 거예요.”

성희 양의 집은 경기도 구리시다. 당연히 구리 KDB생명 위너스의 홈인 구리시체육관에도 자주 방문한다고 한다. 그리고는 대뜸 문자를 보여줬다.

“이게 KDB생명 팀에서 보내주는 문자에요.(웃음) 경기 있을 때마다 오는데, 이거 보여주면 티켓을 주거든요.”

주변에서 ‘김성희=농구’로 통한다. 증언도 잇따랐다. 성희 양도 그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농구는 삶에 녹아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 남자 농구에서는 SK를 좋아해요. 사실 돈 내고 경기장 방문한 적은 별로 없어요. 남자농구를 볼 때는 주변에서 항상 ‘티켓 있는데 같이 갈래?’ 이렇게 물어봐요. 전 농구장 가자고 권유하면 항상 갈 것 같은 사람인가 봐요.(웃음) 물론 아르바이트 시간만 아니면 무조건 갑니다.”

좋아하는 선수를 밝힐 때도 거침이 없었다. 눈이 더욱 초롱초롱했다. 그는 최부경과 이경은을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저는 지금 상무에 있는 SK 최부경 선수를 좋아해요. 고2 때 학생체육관을 처음 갔는데, 그때 최 선수가 너무 멋있더라고요. 당시에 저도 농구를 할 때니까 플레이도 따라 해 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여자농구에서는 이경은 선수를 좋아해요. 구리 경기장이 조금 좁잖아요. 그 공간에서도 빠르게 파고드는 게 참 멋있어요.”

심지어 그는 농구장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일터는 SK의 홈구장인 잠실학생체육관이 아닌 삼성 썬더스의 홈구장인 잠실실내체육관이었다.

“삼성 썬더스 쪽에서 돈을 조금 더 주더라고요.(웃음) 아르바이트는 현실이죠.” 

모두 다 아쉬워한 짧은 강습
몸 풀기가 먼저 진행됐다. 이후 레이업 훈련을 막 시작했을 때였다. 동행한 본지 박건연 발행인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자! 지금 보면 대부분 너무 멀리서 공을 놓는 것 같아. 레이업을 조금 더 림 쪽으로 해봐!”

학생들은 다시 공을 잡았다. 금세 바뀐 동작에 박 발행인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학생들에 또 다른 동작을 주문했다.

“이제는 수비가 있다고 생각해봐. 수비 자리엔 내가 서 있을 게. 수비를 보고 반대 방향으로 하는 거야. 처음엔 어색할 수 있는데, 올라가는 동작은 똑같아. 너희끼리 연습할 때도 이걸 추가해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박건연 발행인에게 “슛이나 레이업, 드리블이 일반인 같지 않다”는 평가를 들은 우수한 학생도 있었다. 이지영(2학년) 양이었다. 이 양은 “배울 기회가 의외로 별로 없다. 동작 하나를 세세하게 짚어주셔서 많이 도움이 된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연습은 짧게 진행됐다. w카리스마의 연습 이후 체육관에서 다른 과목 실기 시험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너무나도 아쉬워했다. 박 발행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w카리스마가 방학에 연습하게 되면, 다시 가르쳐주러 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얘들아, 연락해! 근처니까 시간 맞으면 왔다 갔다 하면서 더 가르쳐줄게!!”

갑자기 열린 미니 토크 콘서트
체육관은 쓸 수 없었지만, 박건연 발행인과 학생들은 강의실로 이동했다. 자리를 잡고 의자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미니 토크 콘서트가 됐다. 학생들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당연히 농구에 관한 것이었다. 농구 전술과 움직임이 다수였다. 특히 박 발행인은 공격의 움직임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강의실 칠판을 이용했다.

수비자와 공격자를 분필로 그렸다. 이후 화살표를 이용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흡사 작전 타임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탑에 있는 선수가 자리를 비워줘야 공간이 생기지. 그럼 이 선수는 어디로 가야겠어? 여기가 비었잖아. 그러니까 이쪽으로 이동해야지. 그럼 이 선수는? 그렇지! 이쪽으로 가는 거야. 이제 알겠지? 나중에 너희들끼리 연습할 때 수비자 세워놓고 해봐. 그럼 더 이해가 잘 갈 거야.”

한 학생은 농구계 뒷이야기를 과감하게 물어보기도 했다. 지면에 실을 수는 없지만, 박건연 발행인은 그가 가르쳤던 제자들과 있었던 일을 말해줬다. 이 밖에도 특정 선수에 대한 농구인의 평가 등 날카로운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전문대 여자 농구 동아리 어려움
주장인 윤 양은 운영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저희는 구성이 탄탄하지 못해요. 저희가 창단한 해에는 성적이 좋았어요. 숫자도 꽤 있었고요. 2015년에는 국민대배에서 준우승을 했어요. U리그에서는 공동 3위를 했고요. 그런데 2016년에는 입상을 하지 못했어요. 주축이었던 14학번 친구들이 없었거든요.”

w카리스마는 전문대 사회체육과에 있는 동아리다. 인원이 문제였다. 전문대 커리큘럼 때문이다. 연습 때도 숫자가 부족했다. 많이 나오면 8명 정도 나온다고 했다. 결국 남자 동아리의 힘을 빌렸다. 남학생들은 w카리스마 훈련 때 나와 훈련 파트너가 된다.

명지전문대 사회체육과는 2015년까지 심화전공과정이 없었다고 한다. 심화전공은 4년제 대학교로 치면 3~4학년 과정이다. 결국 1학년과 2학년의 구성으로만 동아리를 유지해야 했다. 인원 유지가 어려운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다행히 2016년부터 사회체육과에도 심화전공이 생겼다. 그래도 아직 첫해라 어려움은 여전하다.

“저희랑 같이 시작한 친구 중에서 학교 심화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그냥 졸업한 친구들이 많아요. 승희도, 지원이도 그런 경우죠. 승희는 지금 다른 학교로 편입했어요. 지금 남아있는 14학번은 학교에서 심화전공을 선택한 거예요. 어찌 보면 운이 좋은 거죠. 다행히 학교에 남아서 농구를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조금 더 자리가 잡히면 후배들이 꾸준히 농구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 같아요.”

▲ w카리스마 농구동아리
- 2015년 창단, 명지전문대학교 사회체육과 농구동아리
인원
 선수 : 윤혜영, 김성희, 이다슬, 조서연(14학번), 이지영(이상 15학번), 남미진, 이승연, 문해주, 한정민(이상 16학번)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정금선 작가 yaeson20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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