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편집부 = 뉴욕 닉스의 필 잭슨 사장은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신봉자다. 반면 찰스 바클리와 레지 밀러는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들이다. 미국 지역 언론 ‘뉴욕포스트'는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전략이 재도약과 소멸의 갈림길에 놓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트라이앵글 오펜스는 정녕 구시대의 유물이 된 것일까. 트라이앵글 오펜스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 전술이 걸어온 길을 간단히 짚어봤다.

★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태동

트라이앵글 오펜스는 약 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샘 배리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전 감독이 창안자로 알려져 있다.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한 배리 감독은 1930~40년대 USC에서 선수를 지도한 바 있는 원로 체육인이다. 농구뿐만 아니라 교내 미식축구 팀, 야구부를 두루 가르쳤다. 이 가운데 농구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냈다. 통산 360승 207패를 기록했다. 공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한 최초 감독으로 평가 받는다. 트라이앵글 오펜스는 물론 현대 농구의 기틀을 다진 감독으로 이름을 남겼다. 혹자는 3종목을 넘나들며 지도해야했던 열악한 환경이 트라이앵글 오펜스라는 새로운 발상을 낳게 한 원동력으로 보기도 한다.

‘필 잭슨 사단 1급 참모' 텍스 윈터도 USC에서 선수로 뛴 바 있다. 윈터는 1946~47년에 USC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볐다. 그는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전술적 정교성을 높이는 데 크게 한몫했다. 프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대중화에 큰 공을 세웠다. 쉽진 않았다. 마켓대학교(2년), 캔자스주립대학교(15년), 휴스턴 로케츠(2년)를 이끄는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약 20년 가까이 전술을 다듬었다. 윈터는 오랜 숙성을 거쳐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실전형 전략으로 발전시켰다.

★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기본 원칙

트라이앵글 오펜스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고 그에 반응하는(Read & React)’ 공격 전술이다. 따라서 일정한 패턴이 없다. 모션 오펜스와 일맥상통하는 부분. 하지만 트라이앵글 오펜스만의 기본 원칙은 존재한다.

첫째, 선수들 간의 간격이다. 각각 15피트-18피트-20피트(4.5-5.5-6.0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적절한 스페이싱과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공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45도(윙)에서 건네는 패스다. 트라이앵글 공격은 45도에 위치한 선수의 패스로 시작한다. 패스 방향에 따라 공격 진행이 달라질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트라이앵글 오펜스는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스트롱 사이드(코트를 반으로 나눴을 때 공이 있는 쪽)에 3명, 위크 사이드(공이 없는 쪽)에 2명을 배치한다.

공격은 주로 스트롱 사이드에서 펼친다. 스트롱 사이드의 꼭짓점 선수가 공을 받아 포스트-업, 돌파, 백도어-컷 등 다양한 공격 옵션을 활용할 수 있다. 

위크 사이드 또한 활용도가 높다. 공간 창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컷-인, 외곽슛 등 여러 공격을 만들어낼 수 있다.

 

★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이해

윈터는 코트 위 5명이 항상 삼각형 2개를 만들고 움직일 것을 주문했다. 강한 공격 리바운드 의지도 강조했다. 삼각형 안에 한 선수가 슛을 던지면 곧바로 나머지 2인이 박스 아웃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단, 슛을 던진 선수는 (되도록)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지시했다. 슈팅 이후 골밑으로 들어간다거나, 너무 이른 백코트는 지양했다. 윈터는 전술 제 1원칙으로 “(넓든 좁든) 한 공간에서 생성된 트라이앵글(삼각형)을 깨지 말라”고 했다.

같은 이유로 드리블보다는 패스와 스크린을 더 선호했다. 드리블이 이뤄지면 순간적으로 선수 2명이 동시에 동선을 정리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확실히 개인 돌파 시도와 드리블링은 기본 구조를 깨트릴 확률이 높다.

삼각형 안에 놓이면 모두가 '1인 다역'을 맡았다. 왕성한 오프 더 볼 무브는 기본이었다. 볼 핸들러, 윙어, 득점원, 패서, 스크리너, 롤러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 했다. 윈터는 5명 전원이 미식축구 쿼터백처럼 움직이길 바랐다. 그는 선수 동선을 구체화한 공로로 '젠 마스터'에게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성공 신화

올스타급 포인트가드, 센터가 없었던 시카고가 우승 트로피 6개를 들어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윈터의 큰 그림 아래 스코티 피펜, 토니 쿠코치, 론 하퍼, 룩 롱리, 호레이스 그랜트 등 많은 선수가 포지션 경계를 뛰어넘는 플레이를 선보인 덕분이었다.

피펜-쿠코치는 포워드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플로어 게임 능력을 지녔다. 포인트 포워드 성향에 가까웠다. 데뷔 초창기 평균 20점대 공격수였던 하퍼는 시카고 이적 뒤 탄탄한 수비수, 실책 적은 보조 리딩 가드로 탈바꿈했다. 

롱리-그랜트의 하이포스트 피딩은 일품이었다. '악동' 데니스 로드맨도 시카고에 와서 롤 변화를 겪은 대표적인 선수다. 시카고 유니폼을 입은 3시즌 동안 평균 15.3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올렸다. 배드 보이즈 1기로 활약했던 디트로이트 시절(1.3어시스트)보다 2배 넘는 A패스 숫자를 남긴 것. 

시카고 빅맨진은 스크린을 걸더라도 동료와 간격을 유지하며 롤링하거나 팝 아웃을 시도했다. 이는 팀이 훌륭한 코트 밸런스를 가져가는 데 크게 한몫했다.

마이클 조던 역시 마찬가지다. 황제의 평균 득점 수치(야투 시도 수)가 떨어질수록 시카고가 봄 농구 무대에서 머무는 기간은 길어졌다. 공격 비중과 팀 성적 사이 반비례 관계가 나타났다. 독보적인 1옵션에서 삼각형 안 한 명으로 역할을 바꾼 뒤 일어난 변화였다. 최대 37.1점(1986-87시즌)까지 치솟았던 조던의 정규 시즌 기록은 이후 5점 가까이 떨어졌지만 그만큼 손에 낀 우승 반지 수는 많아졌다.

시카고는 리그에서 가장 많이 공을 돌리는 팀이었다. 5명 모두 움직임이 잦았다. 공격 제한 시간도 충분히 활용했다. 이러한 동선 밑바탕에 트라이앵글 오펜스가 있었다. 이 전술은 "11회 우승을 이끈 전략"이라는 평과 함께 세계 농구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유했다.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샤킬 오닐, 파우 가솔 등 많은 레전드들이 트라이앵글 오펜스 속에서 첫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 아직 유효? 구시대의 유물?

닉스의 필 잭슨 사장은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몇 해 전부터 계속 고집해왔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성적은 나오지 않았다. 이번 시즌 뉴욕의 경기력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 제프 호나섹 감독이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비중을 줄이고 선수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면서부터였다는 사실은 분명 의미가 있다.

올해 초, 농구 해설위원 찰스 바클리는 "마이클 조던과 스카티 피펜,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가 없다면 삼각형이 아니라 그냥 원에 불과하다"며 트라이앵글 오펜스 무용론을 펼쳤다. 레지 밀러 또한 "조던과 피펜, 샤크와 코비 없이는 트라이앵글은 쓰레기"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바클리와 밀러의 말을 잘 들어보면, 이들이 '트라이앵글 오펜스'라는 전술 자체를 비판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바클리와 밀러는 선수구성과 동떨어진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닉스를 비판한 것이었다.

트라이앵글 오펜스는 분명 농구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전술이다. 11개의 NBA 우승 트로피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전술이라도, 이를 이행할 선수들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선수구성과 어울리는 맞춤형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아닐까.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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