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강하니 기자 =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상적인 라인업을 꿈꿔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 혹은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한 팀에서 뛸 때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즐거움. 스포츠 팬들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그런데 최근 NBA에서는 상상만 하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우승 반지를 노리고 스타들이 한 팀에 뭉친 ‘슈퍼 팀’이 꾸준히 결성되고 있다. 누군가는 이 같은 슈퍼 팀의 등장에 환호하지만, 누군가는 씁쓸해 하기도 한다. 어느새 NBA의 트렌드가 돼버린 슈퍼 팀의 결성. 과연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걸까?

 

1부에서 계속...

 

# 케빈 듀란트의 선택 그리고 설전

2016년 7월, 리그에 또 한 번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FA 자격을 얻은 케빈 듀란트가 골든스테이트 이적을 선언한 것이다.

듀란트의 골든스테이트 이적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충격이었다. 첫 번째, MVP와 득점왕을 차지한 만 28살의 창창한 선수가 우승을 위해 슈퍼 팀 결성을 선택한 것. 사실 이것은 2010년 르브론이 비판받았던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두 번째다. 듀란트가 이적한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시즌 이미 73승을 거둔 ‘역대급’ 강팀이며, 플레이오프에서 다름 아닌 듀란트가 이끄는 오클라호마시티를 무너뜨린 팀이었다는 점이다. 듀란트에 대한 팬들의 진짜 배신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왔다.

게다가 듀란트는 과거 슈퍼 팀 결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었다. 때문에 팬들은 듀란트의 선택에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듀란트는 2010년 7월, 레이커스가 드와이트 하워드와 스티브 내쉬를 영입하며 ‘판타스틱 4’를 결성했을 당시 자신의 트위터에 “이제 모든 선수들이 마이애미나 레이커스에서 뛰고 싶어하겠지? 다시 승부욕을 불태워서 마이애미와 레이커스에 덤벼보자고!”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었다. 당시만 해도 듀란트의 이 글이 몇 년 뒤에 이런 식으로 회자될 거라고 생각한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적 발표 후 듀란트는 2010년 르브론 못지않은 악당이 돼 있었다. 실제로 현지 언론에서도 ‘악당(villain)’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스티브 커 감독은 “듀란트, 커리나 다른 우리 팀 선수들에 대해 악당이라고 부르는 것은 터무니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듀란트를 그렇게 부르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며 굉장히 적극적으로 듀란트를 옹호하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듀란트의 이적 선언 후 설전은 계속되고 있다. 선수, 감독, 리그 관계자 등 위치를 가리지 않고 슈퍼 팀 결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담 실버 총재의 경우 지난 여름 공식 기자회견에서 2017년 여름에 만기가 되는 CBA 협상에 대해 인터뷰하던 중 “솔직히 말해서 슈퍼 팀 결성은 리그를 위해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그렇게 뛰어난 선수들을 모은 팀의 우승 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던 바 있다.

그리고 실버 총재의 이 발언에 대해 현재 골든스테이트 구단 고문이자 경영진으로 일하고 있는 제리 웨스트는 “FA 이적 규정을 만드는 것은 구단주들이다. 선수들과 협상하는 것도 구단주들이다. 그래놓고서는 듀란트의 골든스테이트 이적이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행태다. 아담 실버 총재가 그렇게 인터뷰를 하고 나서 곧바로 그와 통화를 했다. 실버에게 그 발언은 공평하지 못한 거라고 말했다. 골든스테이트뿐만 아니라 앞으로 FA 선수를 계약하려고 하는 팀들에게 공평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말했다”며 비판적인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잦은 슈퍼 팀 결성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선수들에게 FA 이적은 그들에게 주어진 굉장히 소중한 권리다. 때문에 현역 선수들은 듀란트의 이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듀란트가 리우 올림픽이 끝난 뒤 올림픽 참가에 대해 “정신적인 치료가 됐던 경험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듀란트를 비난한 팬들과 달리 대표팀 동료 선수들은 듀란트의 이적에 대해 특별히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틀랜드의 데미안 릴라드는 다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릴라드는 슈퍼 팀 결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좋아하는 동료들과 함께 뛰길 바라는 마음에 이적하는 것은 규칙을 어긴 게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 슈퍼 팀을 결정하는 것은 선수의 선택이다. 슈퍼 팀에서 뛰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겠지만 그건 모든 선수가 느끼는 감정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런 선택을 하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릴라드는 “내가 너무 자존심이 강하거나 경쟁심이 심한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하는 편이 더 재밌다. 괴물 같은 슈퍼 팀을 내 힘으로 꺾는 게 더 재밌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 이후에도 릴라드는 슈퍼 팀 결성과 관련해 더 많은 질문을 받았다. 이후 인터뷰에서 릴라드는 “나의 선택에 대한 말이었지, 다른 선수의 선택에 대해 말한 것이 아니었다”라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다른 슈퍼스타와 한 팀에 모이거나 골든스테이트 같은 팀에 가는 건 내가 하긴 힘든 선택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나는 나의 팀에서 우승을 이루고 싶다. 내 손으로 직접 우승 팀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폴 피어스는 노골적으로 케빈 듀란트를 비판했다. 피어스는 “나도 수년 전에 우승을 위해 보스턴을 먼저 떠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진짜 경쟁심을 가진 선수라면 자신을 무릎 꿇게 만든 팀으로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리그를 이끄는 것은 다른 세대의 선수들이다. 사실 그 친구들이 우리 세대만큼 승리에 굶주려 있거나 경쟁심이 강하지는 않은 것 같다. 요즘 들어 슈퍼 팀을 결성하는 것을 많이 보는 것은 그 때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듀란트의 동료인 드레이먼드 그린이 인터뷰를 통해 곧바로 거세게 반박했다. 그린은 “슈퍼 팀 얘기만 하는 게 질리지도 않는가”라면서 “당신이 뭘 했건 누굴 위해서 그렇게 했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만 좀 하자”라며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린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슈퍼 팀을 둘러싼 인터뷰는 계속 나올 것 같다. 그만큼 케빈 듀란트의 이적이 충격적이었던 데다, 슈퍼 팀 결성이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우승과 명예, 무엇을 원하는가?

슈퍼 팀의 목적은 결국 우승이다. 우승하지 못한 슈퍼 팀은 조롱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2011년 파이널에서 댈러스에게 무릎을 꿇은 마이애미, 2012년 플레이오프에서 1라운드 탈락한 레이커스 모두 조롱을 받았다. 오직 우승을 위해 연봉, 자존심, 프랜차이즈 팬들의 사랑을 포기하고 내리는 선택인 만큼 실패했을 경우 받는 타격도 크다. 흔히 말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상황에 놓이는 셈이다.

설사 우승에 성공하더라도, 슈퍼 팀에 합류한 선수는 대단한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르브론 제임스는 이미 3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엄청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음에도, 마이애미에서의 4년으로 인해 마이클 조던의 업적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슈퍼 팀의 잦은 결성이 우승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슈퍼 팀에서 이룬 우승’과 릴라드가 말한 ‘스스로의 힘으로 이룬 우승’이 동등한 평가를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슈퍼 팀으로의 이적은 선수 본인이 어떤 가치를 더 쫓는가에 달렸다. 오직 우승을 원한다면 르브론, 듀란트처럼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슈퍼 팀 결성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더 가치 있는 우승, 혹은 선수로서의 경쟁심을 유지하는 것을 원한다면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걷는 것도 좋다. 우승이냐 명예냐. 슈퍼 팀의 역설은 앞으로도 많은 선수들을 고민에 빠지게 만들 것 같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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