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편집부 = MVP 후보를 거론할 때, 잘 언급되지 않는 인물이 있다. 하지만 이 선수의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고향팀 애틀랜타 호크스를 동부 컨퍼런스 1위로 이끌고 있는 드와이트 하워드(30, 211cm)다.

호크스는 17일(한국시간) 밀워키 벅스를 꺾고 9승 2패를 기록,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함께 동부 컨퍼런스 공동 1위에 등극했다. 비록 이 경기에서는 하워드가 출전하지 않았지만, 호크스의 초반 선전의 중심에는 하워드가 있다.

하워드는 올시즌 평균 14.8점 12.3리바운드 1.7블록을 기록하고 있다. 야투성공률은 무려 62.2%로, 전체 2위다. 무엇보다도 최종 수비수로서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하다. 하워드 덕분에 애틀랜타는 '높이'를 얻었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한 때 ‘슈퍼맨’으로 불렸다. 그만큼 존재감이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2016년 여름 FA 시장에서 그를 찾는 팀은 많지 않았다. 이름값에 비해 너무나 조용히 이적을 알렸다. 그가 선택한 팀은 고향 팀 애틀랜타였다.

2004년 올랜도 매직에서 데뷔한 하워드는 ‘센터 기근의 시대’를 지탱하는 버팀목이었다. 엄청난 운동능력과 탄탄한 체격에서 나오는 높이를 앞세워 리그 최고의 빅맨으로 군림했다.

특히 보드 장악 능력은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상대 공격수가 림 근처로 다가오면 엄청나게 빠른 도움 수비로 슛을 방해했다. 좋은 체격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박스아웃을 해내다 보니 리바운드 능력도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하워드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단 한 번도 리바운드왕을 놓치지 않았다. 2009년과 2010년에는 블록슛왕까지 차지했다. 하워드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연속 올-디펜시브 퍼스트팀에 선정됐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3년 연속 ‘올해의 수비수’에 선정됐다. 1982년 ‘올해의 수비수’ 상 제정 이후 3년 연속 수상은 하워드가 최초였다. 그 이후에도 3년 연속 수상은 나오지 않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수상에 성공한 샌안토니오의 카와이 레너드가 이번 시즌 3년 연속 수상에 도전하는 상황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는 하워드 커리어 최고의 시기였다. 20득점 10리바운드 2블록슛을 매경기 아주 쉽게 기록했다. 하워드를 중심으로 짜인 올랜도의 경기력도 너무나 좋았다. 하워드는 2009년에 NBA 파이널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부상 문제도 남 얘기 같던 시절이었다. 하워드는 데뷔 시즌이었던 2004-05시즌부터 2010-11시즌까지 7시즌 동안 단 7경기만 결장했다. 82경기 모두 출전한 시즌이 무려 5시즌에 달했다. 누구보다도 철인에 가까운 선수였던 셈이다.

 

지구인이 된 슈퍼맨

하지만 올랜도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한 2011-12시즌부터 부상 악재가 하워드를 괴롭혔다. 등에 문제가 생긴 하워드는 이 시즌 결국 54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2-13시즌 건강하게 복귀했고 시즌 개막 전 LA 레이커스로 트레이드되며 76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출전만 했을 뿐 경기력은 떨어진 상태였다. 고질적인 등 부상이 하워드의 경기력을 갉아먹었다. 코비 브라이언트, 파우 가솔과 시너지 효과도 나지 않았다. 결국 하워드는 평균 17.1점 12.4리바운드 2.4블록을 기록,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다.

2013년 여름 휴스턴 로케츠로의 이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선택이었다. 우승 도전이 물거품이 된 상황에서 노장이 많은 레이커스에 굳이 잔류할 이유가 없었다. 하워드는 휴스턴에서 제임스 하든과 의기투합했다. 일명 ‘하-하 콤비’는 리그 최고의 원투 펀치가 되길 꿈꿨다.

스타트는 좋았다. 2014년 휴스턴은 1라운드에서 포틀랜드에 탈락했지만, 서부 강호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데 성공했다. 특히 하워드는 플레이오프에서 라마커스 알드리지와 엄청난 골밑 득점 대결을 펼쳤다. 정규시즌에 71경기 출전한 하워드는 2년 연속 70경기 이상 출전에도 성공했다. 건강과 경기력 모두 어느 정도 회복했던 시즌이었다.

하지만 2014-15시즌 하워드는 다시 불안함을 노출했다. 가장 큰 문제는 팀 내 입지였다. 부상으로 다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아졌고, 결국 휴스턴은 하든을 중심으로 공격 시스템을 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워드가 돌아왔을 때, 에이스는 이미 하든으로 바뀌어 있었다. 게다가 하든이 워낙 잘하기도 했다.

2015-16시즌에도 하워드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계속된 부상으로 출전 시간을 관리 받았던 탓에 자신이 낼 수 있는 목소리도 약해졌다. 하워드는 다시 팀의 중심이 되고 싶었다. 마이크 댄토니 감독이 새 감독으로 부임하자 하워드는 미련 없이 휴스턴 생활을 포기했다. 플레이어 옵션을 활용해 FA가 됐고, 마침 러브콜을 보낸 고향팀 애틀랜타로의 이적을 택했다.

하워드,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프리시즌 하워드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난 몇 년 중 가장 날렵하고 건강한 몸 상태를 보여줬다. 오프시즌 내내 하워드는 부활을 위해 치열하게 개인 훈련에 임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슈팅 레인지를 늘리기 위해 중거리슛 연습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애틀랜타 입단 기자 회견 당시 하워드는 인터뷰 중 눈물을 흘려 화제를 모았다. 고향 애틀랜타에 온 소감을 말하던 하워드는 자신에 대한 대중들의 오해와 그로 인한 속앓이에 대해 털어놓다가 울컥하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이번 시즌은 하워드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다. 그만큼 레이커스, 휴스턴에서의 생활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스스로 실망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래서 고향 애틀랜타로의 이적을 선택한 걸지도 모른다.

하워드는 "골든스테이트와 파이널에서 붙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쩌면 정말 이루어질 수도 있다. 애틀랜타는 이 달 초 클리블랜드 원정에서 의미있는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과연 슈퍼맨 하워드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그가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제공 = 루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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