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정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일본여자농구대표팀에 이어 남자대표팀 역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에 발맞춰 안방에서 남의 잔치를 구경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일본 농구계에 퍼져 있고 그를 위해 남자 대표팀의 전력 강화 역시 새로운 과제로 대두됐다. 이에 일본농구협회(JBA)는 지난해 12월부터 총 68명의 대표 후보선수들을 선발해 강화 훈련에 들어갔다. 2월에는 ‘아시아의 강호’ 이란을 일본으로 불러 친선 경기도 가졌다.

JBA의 남자 대표팀 전력 강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국제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 즉 외국인 감독 선임이고 또 하나는 넓은 인력 풀 안에서 경기력의 극대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런 장기적인 플랜 아래 일본 대표팀은 벌써부터 빠르게 그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다.

하세가와 감독 퇴임이라는 결단 내린 JBA

JBA는 지난해 12월 1일(목)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자농구 대표팀 전임 감독이었던 하세가와 켄지 감독의 퇴임을 발표했다. 하세가와 감독의 원래 계약 기간은 2017년까지였지만 감독과 JBA 측과의 합의 하에 2016년 11월부로 사임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2014년 4월 대표팀 전임 감독에 선임된 하세가와 감독은 일본 남자대표팀의 성공적인 리빌딩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신체 조건이 맞지 않는 NBA(미국프로농구)나 유럽 농구가 아닌 비슷한 환경과 조건을 가진 한국 농구의 빠른 트랜지션에 이은 속공과 지역 방어 등을 도입해 일본 대표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지도자다.

성적에서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3위와 2015년 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4강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려 일본 농구계에서도 인정을 받는 사람이었다. 특히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일본을 18년 만에 4위로 이끌면서 대표팀의 리빌딩을 성공적으로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기자화견에 참석한 히가시노 토모야 JBA 기술위원장 역시 “하세가와 감독은 취임 이후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의 20년만의 동메달 획득에 일조했고 이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18년만의 4강 진출과 세계 최종 예선 출전을 이끄는 등 그 수완을 발휘해 일본 남자대표팀의 착실한 리빌딩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6년 FIBA 올림픽 최종예선의 결과가 참담했다. 라트비아(48-88), 체코(71-87) 등에게 완패를 당했던 것. 올림픽 출전 가능성과 별개로 경기력에서 현저히 큰 수준 차이를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JBA 측도 결국 이 부분에서 고심을 거듭하다 사령탑 교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히가시노 위원장은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국 프리미엄(자동 출전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며 2019년 FIBA 농구 월드컵, 그리고 2020년 올림픽을 향해 과감한 체제 개혁과 강화를 시작해야만 하는 기로에 섰다. 따라서 일본 남자대표팀의 강화에 대해서도 최종 예선 직후부터 다양한 검토를 거듭해 왔다. 그런 가운데 눈앞의 승리도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표팀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결론이 섰고 이를 위해 임기 도중이지만 하세가와 감독의 용퇴라는 결단을 내리게 됐다. JBA는 그동안 보여준 하세가와 감독의 노고에 정말 감사드리며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임기 도중 퇴임이지만 하세가와 감독 역시 JBA의 결정에 큰 반감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했던 그는 “FIBA의 국제 교류 금지 제재와 B리그 개막 등 여러 모로 어수선한 가운데 일본 대표팀을 맡아 힘껏 노력해 여기까지 왔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출전은 이루지 못했지만 아시아 4강에 복귀하면서 단계적으로 꾸준히 팀을 강화시켰다. 이것은 나 혼자만이 아닌 선수 그리고 다른 코칭스태프 등과 함께 했기에 이룬 결과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임기 중반에 퇴임하게 돼 유감이지만 2019년 FIBA 농구 월드컵, 2020년 도쿄 올림픽, 그리고 그 이후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제를 개편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 자신도 퇴임을 수락하게 됐다. 앞으로 한 명의 농구 지도자로서 선수와 후진 양성에 종사하면서 일본 남자 대표팀의 성장과 활약을 지켜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많은 지원과 성원을 준 팬들과 관계자 여러분께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당분간 루카 대행체제, 신임 사령탑은 외국인으로 물색 중

JBA는 하세가와 감독의 퇴임과 동시에 일본 대표팀을 당분간은 루카 파비체비치(Luke Pavicevic) 감독대행 체제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1968년 6월 17일생에 몬테네그로 출신인 루카 감독대행은 화려한 선수 및 지도자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미국의 유타 대학을 졸업했지만 선수로서는 키보나 자그레브 등 주로 유럽팀에서 활약했다. 2003년까지 선수로 뛰었고 이중 1991년까지는 유고슬라비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193cm의 신장으로 선수 시절에는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맡았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세르비아-몬테네그로 프로팀의 감독을 맡았고 2006년부터 2007년까지 그리스의 파니오니오스 아테네의 사령탑. 2007-2011년까지 독일 알바 베를린의 감독을 역임했다. 가장 최근인 2015-2016시즌에는 몬테네그로 프로팀의 감독을 맡았다.

클럽팀 외에 대표팀 경력도 풍부하다. 2004년과 2005년에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와 각각 분리된 이후에는 2011년 세르비아, 그 이후부터 2014년까지는 몬테네그로의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또 이란 대표팀 감독도 맡은 바 있으며 2016년 11월부터는 JBA 기술위원회 고문으로 초빙돼 일본 농구와 인연을 맺었다. 루카 감독대행은 12월부터 시작된 일본 남자대표팀의 훈련을 지휘하고 있으며 2017년에 열리는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5,6월 예정)까지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렇듯 JBA가 그를 고문으로 초빙하고 나아가 임시 감독 역할까지 맡긴 것은 그의 풍부한 국제 경험 때문이다. <더 바스켓>의 일본측 파트너인 다케다 요코 기자는 “일본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지만 예전과 같이 개최국 자동 출전이라는 프리미엄이 없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농구 대표팀은 자력으로 올림픽 진출권을 따내야 하는 상황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2019년에 열리는 FIBA 농구 월드컵 진출권을 따내야 한다.(FIBA 월드컵 아시아 최상위 팀이 올림픽 진출) 그렇기 때문에 대표팀 사령탑으로 국제 경험이 풍부한 인물, 즉 외국인 감독이 와야 한다. 하세가와 감독이 그동안 팀을 리빌딩 시킨 것은 맞지만 세계 대회 경험이 풍부하거나 거기서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기에 나가게 됐다. 현재 JBA는 다각도로 사령탑을 물색 중이고 현재 감독대행을 맡고 있는 루카 고문 역시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②편에 계속

사진 = KBL, 다케다 요코 日 프리랜서 기자 제공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1월호에 게재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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