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이승기 기자 = "힝~ 속았지?"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데이비드 피즈데일(42) 감독이 모두를 낚고, 승리도 낚았다.
10월 31일(이하 한국시간) 멤피스 페덱스 포럼에서 열린 2016-17시즌 정규리그 경기에서 멤피스가 워싱턴 위저즈를 연장 접전 끝에 112-103으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워싱턴은 4쿼터 종료 3분 56초 전, 마신 고탓의 자유투 득점으로 96-88, 8점차로 앞섰다. 하지만 존 월이 빈스 카터에게 플래그런트 파울을 범하면서 분위기가 뒤집혀버렸다.
4쿼터 종료 2분여 전, 멤피스는 마이크 콘리의 연속 5점에 힘입어 순식간에 1점차까지 추격했다. 위저즈는 브래들리 빌의 돌파 득점으로 98-95를 만들며 한숨을 돌렸다.
4쿼터 종료 24초 전, 워싱턴은 100-97로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멤피스의 피즈데일 감독은 작전시간을 요청, 마지막 공격을 구상했다.
연장에 가기 위해서는 3점슛이 필요했다. 중계 카메라는 카터의 얼굴을 비췄다. 이날 카터는 6개의 3점슛을 던져 5개를 넣는 등 절정의 슛 감각을 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멤피스 최후의 공격이 시작됐다. 콘리가 카터와 픽-앤-팝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는 페이크였다. 외곽으로 빠진 카터가 갑자기 스크린을 섰다. 카터는 슈터가 아니라 미끼였던 것이다.
카터는 놀랍게도, 한 번에 두 명을 가둬버렸다. 월과 고탓은 카터의 스크린에 막혀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에 오픈 찬스를 잡은 선수는 마크 가솔이었다. 가솔은 와이드 오픈 3점슛을 정확하게 적중시켰다. 100-100 동점. 장내는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모두가 카터가 마지막 슛을 던질 것이라 예상했다. 이는 매우 당연해보였다. 팀 내 최고의 3점슈터이기 때문. 하지만 피즈데일 감독은 이러한 발상을 뒤집었다. 카터를 스크리너로, 센터인 가솔을 3점슈터로 썼다. 그리고 보란듯이 깨끗하게 성공시켰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었다.
두 팀은 연장에 돌입했다. 기세가 오른 멤피스는 연장에서 워싱턴을 12-3으로 압도했다. 가솔은 또 한 번 3점슛을 성공시키며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멤피스는 결국 다 진 경기를 뒤집고 승리를 따냈다.
피즈데일 감독의 기지가 돋보인 한판이었다. 적재적소에 터져나온 그의 재치있는 작전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멤피스는 그간 3점슛과 거리가 먼 팀이었다. 하지만 피즈데일 감독은 모든 선수들에게 3점슛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멤피스는 이전에 비해 코트를 더 넓게 쓸 수 있게 되었다.
멤피스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의 홈 개막전에서도 접전 끝에 승리한 바 있다. 피즈데일 감독의 노련한 경기운영 덕분이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피즈데일 감독이 그리즐리스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제 멤피스는 이틀 간의 휴식을 취한다. 그리즐리스가 11월 3일 미네소타 원정경기에서 다시 한 번 승전보를 전할 수 있을까. 피즈데일 감독과 멤피스의 활약에 팬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