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여신’ 코너는 2016년 8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루키 더 바스켓>의 대표 코너다. 오랜 시간동안 농구와 관련된 많은 여신들이 새로운 한 달의 주인공이 됐다.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월간여신’ 코너에 두 번 등장한 이는 없었다. 그러나 그 전통은 2021년의 마지막 달, 드디어 깨지게 됐다.

이번 달의 여신은 지난 2017년 5월에 ‘대세 of 대세 그녀, 떠오르는 긍정 여신’로 지면을 장식했던 치어리더 안지현이다. 그래, 우리가 다 아는 그녀! 5년 전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대한민국 대세 치어리더이며, TV를 켜면 종종, 요즘 그 귀하다는 요소수를 광고하는 ‘미녀스타’. 바로 그 안지현이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1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안지현 치어리더, 팀장 됐더라! 친하잖아! 월간여신에 다시 섭외해야하는 거 아냐? 연락해봐!”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안지현 치어리더가 지난 시즌, 서울 SK 나이츠의 치어리더 드림팀의 팀장을 맡게 된 건 사실이다. 딱 거기까지만 맞다. 안지현은 과거, ‘월간여신’ 코너에 나왔었고, 2018년 4월호의 표지를 장식하며 필리핀 시아가오섬까지 3박 5일간 함께 했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우리는 해외여행도 함께 한 사이다. 

하지만 <루키 더 바스켓>은 안지현은 친하지 못했다. 필리핀 여행 중, 안지현 치어리더는 우리보다 현지 가이드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연락은 개뿔... 연락처도 모른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안지현과의 친분에 잡지 한권이나마 얹어 볼 생각으로 기어이 섭외에 성공했다... 아니, 팬들이 너무나 좋아할 것 같아서 열심히 섭외에 성공했다. 뭔가 크리스마스에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왜냐고 묻지 말자. 원래 이런 생각에 정답 따윈 없다.

다시 만난 그녀

앞서 언급했듯, 그녀는 여전히 대세 치어리더다. 인기도 많고, 예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섭외를 성공한 후에도 고민이 많았다.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안지현은 인터뷰에서 말이 많지 않았다. 대답은 단답형. 밝고 화사한 모습과는 달리 인터뷰에 적극적인 스타일은 아니었다.

심지어 특별한 취미도 즐기지 않는 전형적인 ‘집순이’였다. 뭔가 다양한 인터뷰 소재가 등장하기 어려운 사람. 게다가 우리와 함께했던 필리핀 여행에서 고생도 꽤 했기에, <루키 더 바스켓>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을 지도 확신이 없었다.

“와.. 월간여신에 두 번 나오는 게 정말 제가 처음이에요? 당연히 좋죠! 저, 2017년에 했었잖아요. 치어리더 한 지 얼마 안됐을 때, 스무 살 때 처음 했던 잡지 인터뷰였어요! 필리핀 여행 갔던 것도 좋았어요! 이제 그런 거 또 안 해요? 또 가고 싶은데...” 

뭐지? 거의 내외하는 분위기였던 기억 속의 그녀가 아니라, 사진 속에서 화사하게 웃던 ‘치어리더 안지현’이다!!

“사실, 그때는 어리기도 했었고, 초반에 했던 인터뷰에서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어서, 인터뷰에 트라우마도 있었어요. 인터뷰를 할 때는 말을 조심해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아꼈던 것도 있고요. 혹시, 오늘 제가 조금 실수해도 잘 잡아주세요!”(웃음)

암요. 대통령 연설문 확인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하지요. 자, 그러면 스물다섯 살에 치어리더 팀장이 된 것부터 이야기 해볼까요?

팀장 안지현

“처음 팀장 제의를 받았을 때는 선뜻 대답을 못했어요. 19살에 처음 치어리더를 시작하면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언젠가 팀장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오랫동안 담당한 구단은 있었지만, 치어리더 소속사는 계속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팀장이 하는 일을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보면서 배우지는 못했어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잘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서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고민 끝에 팀장을 맡기로 했고, ‘팀장 안지현’의 첫 시즌이 시작됐다. 아직 초반이고 낯선 부분도 많을 터. 새내기 팀장 안지현은 어떤 점을 새롭게 느끼고 있을까? 

“확실히 팀원일 때랑은 다른 것 같아요. 그때는 제가 할 것만 잘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팀장은 팀원들이 하는 것도 하나하나 다 확인하고 신경 써야 하니까요. 팀원의 실수도 결국은 팀장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책임감이 확실히 달라진 것 같아요. 아직 팀장을 맡은 지 얼마 안됐고,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요... 그런데, 재미있어요. 지금 드림팀 멤버가 경험 있는 언니들 보다 신입들이 많아서 경기 준비에 더 신경을 쓰고 있어요.”

안지현과 같은 팀에는 박기량 치어리더도 있다. 치어리더 선배이자,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입지를 탄탄히 하고 있는 또 한 명의 대표 치어리더. 안지현이 치어리더라는 직업에 입문하던 당시, 이미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치어리더였던 박기량은 이전 팀장이기도 했다. 그런 선배 앞에서 팀장을 맡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부담된다기보다, 저는 반대로 언니가 많이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언니는 워낙 경험도 많고, 팀장을 정말 오래했잖아요. 언니도 팀장 자리를 후배들한테 물려주고 싶어 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과거, 서로 다른 소속사와 다른 팀이었던 안지현과 박기량은 안지현이 소속사를 옮기면서 함께하게 됐다. 이는 당시 스포츠팬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화제가 됐다. 안지현이 소속사를 옮긴 것은 곧 담당 구단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했고, 프로야구 롯데 팬들은 당시 ‘FA 시장에서 구단이 가장 잘한 일’이라는 농담까지 주고받았다. 

“언니는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정점에 있던 치어리더였잖아요. 그런데 언니가 처음부터 너무 잘해주고 편하게 대해줘서 특별히 어려운 건 없었어요. 워낙 유명한 언니이기도 했지만, 특별한 편견도 갖지 않았고요. 옆에서 보면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앨범도 냈고, 지금은 뮤지컬도 하잖아요. 일단, 언니랑 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많이 든든해요.”

안지현에게 박기량은 ‘친한 언니’인 동시에 ‘대단한 선배’다. 하지만 안지현도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치어리더! 드림팀에 새롭게 들어온 치어리더들에게 안지현 역시 ‘대단한 선배’ 혹은 ‘선망의 대상’일 수도 있지 않을까?

“(박)기량 언니는 당연히 저한테 워너비인 선배였죠. 그런데 제가 저희 팀원들한테요? 아... 그럴까요? 진짜 모르겠는데요? 하하. 그건 팀원들한테 물어보셔야죠!”

이렇게... 드림팀의 신입 치어리더들을 인터뷰 할 구실이 생겼다.

자동차? 면허증도 없는 그녀

얼마 전, 박기량 치어리더는 소속사로부터 무려 억대의 고급 차량인 벤츠의 쿠페형 SUV를 선물로 받았다. 오랫동안 근속하며 많은 공로를 세운 것에 대한 공로에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다. 박기량 치어리더는 무려 12년간 RS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활약했다.

“회사에서 저도 한 5년만 더 열심히 하면 차를 선물해주시겠다고 농담처럼 말씀하셨어요.(웃음) 아! 그런데... 저는 아직 면허증이 없어요. 차가 있어도 운전을 못해요.”

성인이 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 중 하나가 운전면허증을 따는 것인데 다소 뜻밖이다. 

“저는 뭔가에 꽂히면 그것에 정말 집중을 하는 편인데,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욕심이 없어요. 차도 그런 것 같아요.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거든요. 그래서 운전면허증을 따는 것도, 차를 사는 것도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사실, 지금도 그래요.”

안지현은 수원에 살고 있다. 수도권이니 농구 시즌에 자신의 담당 구단인 SK의 홈구장 서울로 오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 시즌에는 롯데의 홈인 부산으로 가야한다. 그런데도 차가 없다는 게 불편하지 않을까?

“부산이니까 더 차가 필요 없죠. KTX를 주로 타고 다니거든요. 야구는 보통 3연전이니까 내려가면 부산에 잡아준 숙소에서 생활하고, 다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집으로 오니까, 차가 있어도 더 쓸 일이 없지 않을까요? 회사에서 스케줄도 잘 짜주세요. 가끔 일을 마치고 사람이 가득 찬... 그러니까 ‘지옥철’이라고 불리는 그런 상황에 놓이면 힘들 때도 있지만, 그 불편함이 그다지 크지 않아요.”

역시, 같은 상황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3보 이상 도보는 무조건 탑승해야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우리와는 다르다. 혹시, 소속사에서 매번 출퇴근을 시켜주는 특급 대우를 해주는 건 아닐까?

“아니에요!”

아니란다...

‘치어리더의 대명사’로 성장한 ‘여고생 치어리더’

학창시절부터 치어리더를 하다 보니 또래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장점은 있지만, 반대로 친구들이 즐기는 것들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소개팅이라던가...

“왜요? 하면 할 수 있죠!(웃음) 조심해야 할 부분은 있지만 아주 통제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일 할 때는 일하고 선을 지키면서 놀 때는 또 잘 놀거든요. 노는 것도 제 나이니까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잖아요? 해보고 싶은 건, 할 수 있을 때 하자는 주의에요.”

그래서일까? 고등학생 때부터 치어리더를 시작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저는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우선이거든요. 치어리더나 춤이 아니라 다른 쪽에 관심이 있었다면, 지금 그걸 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친구들은 공부나 대학 가는 게 정말 중요했지만, 솔직히 저는 그런 쪽은 아니었거든요. 공부는 '중간만 하자' 정도였어요. 하고 싶은 걸 먼저하고, 그 일에 전공이 필요하다면 대학은 그때 가자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정말 만족하고 있어요. 제가 선택한 일에 대해 당연히 후회도 없고요!”

화제의 여고생 치어리더는 이제 팀장이면서, 자신이 맡은 팀은 물론, ‘치어리더’를 대표하는 대명사로 성장했다. 자신이 응원하는 종목에 대해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다고 했던 4년 전의 풋풋함을 프로다운 관록이 대신하고 있다.

“항상 우리 팀이 이길 거라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가요. 치어리더를 처음 할 때는 팀이 초반에 크게 밀리면 풀이 죽기도 했는데, 저도 나름 경험이 쌓이다보니 이제는 어떤 상황이든 역전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고 응원을 해요. 롯데가 한동안 성적이 안 좋아서 낙심하신 팬들도 있으셨겠지만, 저는 항상 우리가 이길 거라고 믿고 있어요.”

“농구는 지금 SK가 너무 잘하고 있잖아요? 더 신나죠. 사실 저는 ‘응원하는 팀이 꼭 우승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SK가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정말 커요. 2018년 SK의 우승이 저한테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험한 우승이었거든요. 팀장을 맡자마자 팀이 우승을 한다면, 저한테는 정말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거에요.”

안지현이 치어리더로 활약 중인 SK 나이츠와 프로야구 롯데는 모두 팬들의 성원이 뜨거운 인기 팀이다. 안지현은 그러한 팬들의 성원이 응원단에게도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SK와 롯데가 인기도 많고 팬들의 호응이 높다는 건 치어리더로서 정말 잘 느끼고 있는 부분이에요. 코로나19로 인해 관중 없는 응원을 해보니 더 절실히 느꼈어요. 응원단과 치어리더는 선수들과 관중들 사이의 연결고리라고 생각해요. 선수들, 그리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함께 있어야 저희도 존재의 의미가 있죠. 또 우리가 있어야 관중들도 더 힘차고 즐겁게 응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부심도 있어요. 관중이 30% 아니, 10%만 들어오셔도 분위기와 느낌이 달라요.” 

치어리더를 하며 가장 오랫동안 몸담고 있는 팀인 SK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낸 안지현은 마지막으로 팬들과 응원단 동료들에게 애정어린 메시지를 남겼다.

“무관중 경기로 인해 팬들의 소중함을 정말 크게 느꼈고, 이번 시즌에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가워요. 더 좋은 퍼포먼스들을 통해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즐겁게 응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경기장 많이 오셔서 SK의 우승을 위해 열심히 응원해주세요! SK 파이팅!”

“처음 팀장을 맡았는데 지금 우리 드림팀 팀원들(박기량, 박혜린, 주승은, 용경아, 조다정, 송은지, 이서연, 은나영, 노혜린, 송수지, 김나라)이 너무나 잘 따라와 줘서 항상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많이 부족한 팀장이지만 시즌 끝날 때까지 지금처럼 믿고 잘 따라와 줘요!! 사랑해요 드림팀!”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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