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민재 기자 = 24분간 전반전이 끝난 이후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는 하프타임 때 한숨을 돌리게 된다. 그러나 이 시간은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만 볼 수 없다.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분석하다
인디애나 페이서스는 2014-15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폴 조지가 2014 미국 국가대표팀 청백전 경기에서 정강이뼈 골절을 당하며 시즌-아웃 되었기 때문. 에이스 없는 인디애나는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듬해 인디애나는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프랭크 보겔(現 올랜도 매직) 감독은 더욱 공격적인 농구를 펼치며 팀을 이끌었다. 45승 37패를 기록, 동부 컨퍼런스 7위에 오르며 2016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되었다.

인디애나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만난 상대는 토론토 랩터스. 카일 라우리와 더마 드로잔의 공격력이 일품인 팀이다. 이들을 대적하기 위해서 조지의 공격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는 1차전 경기에서 잠잠했다. 전반전 동안 야투 9개 중 2개만 성공(22.2%)했다. 득점은 단 6점에 그쳤다. 에이스의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포스트시즌에서 아쉬움을 남긴 것. 그 결과 인디애나는 43-45로 전반전을 밀렸다.

전반전에 부진한 조지는 라커룸에 들어가서 영상을 받았다. 자레드 심슨 어시스턴트 비디오 코디네이터가 편집한 조지의 영상이었다. 조지는 "나의 슛 자세를 볼 수 있었다. 각기 다른 클립이었다"고 설명했다. 심슨은 "전반전이 끝나기 전, 조지가 나에게 몇몇 영상을 편집해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하프타임 때 쓸만한 영상을 편집했다. 그는 토론토 선수들이 자신을 어떻게 막는지, 수비시 펼치는 작전이 무엇인지 등을 보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심슨은 조지가 전반전에 던진 9개의 슛 등을 모두 편집해 조지에게 건넸다. 심슨은 "조지와 함께 영상을 분석했다. 시간이 길어지자 보겔 감독이 얼른 코트에 나가라고 소리쳤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시간도 잊은 채 열심히 분석한 결과, 조지는 후반전에 득점 감각을 뽐내기 시작했다. 후반전에만 27점을 기록했다. 야투 성공률은 76.9%(10/13)였다. 어시스트 5개와 스틸 1개도 추가하면서 팀을 이끌었다. 인디애나는 조지의 맹활약 덕분에 1차전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경기 이후 래리 버드 사장은 "내가 그동안 봤던 선수 중 가장 훌륭한 플레이였다"며 조지를 칭찬했다.

심슨은 "조지는 엄청난 일을 해냈다. 내가 편집한 영상을 보고 플레이 안에 숨겨진 더 많은 의미를 알아챈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수비가 필요해
지난해 11월 14일(한국시간), 모다 센터에서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 덴버 너게츠의 경기가 열렸다. 당시 포틀랜드는 전반전까지 50-57로 7점차로 뒤졌다. 점수는 7점 차이였으나 포틀랜드의 경기력이 다소 좋지 않았다. 야투 성공률 41.2%, 3점슛 성공률 21.4%에 그쳤다. 반면, 덴버는 44.4%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는 등 포틀랜드보다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화가 난 테리 스토츠 감독은 전반전이 끝난 뒤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데미안 릴라드는 "스토츠 감독은 우리에게 화를 냈다. 용납할 수 없는 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상대를 무너뜨리려는 노력 자체가 부족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포틀랜드는 2쿼터 한때 17점차까지 점수가 벌어지는 등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다. 스토츠 감독은 "전반전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덴버는 우리보다 플레이가 뛰어났다. 허슬 플레이도 돋보였다"고 말했다. 

과연 선수들은 어떤 말을 들었을까. 에드 데이비스는 "기자들이 너무 많아 말할 수 없다. 그는 확실히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CJ 맥컬럼 역시 "스토츠 감독이 화를 내는 게 당연했다. 그만큼 우리의 경기력이 나빴다"고 했다.

자극을 받았을까. 포틀랜드 선수들은 후반전 들어 다른 모습을 보였다. 릴라드는 "스토츠 감독은 우리에게 경기 분위기를 바꿀 기회를 줬다. 그의 주문을 이행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효과는 뛰어났다. 포틀랜드는 3쿼터 득점 36-15, 21점이나 앞섰다. 이는 수비 강화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전반전까지 3점슛 성공률 44.4%를 기록한 덴버는 3쿼터에 3점슛 8개 중 단 1개만 성공했다. 

쉬운 득점도 내주지 않았다. 스토츠 감독은 "덴버는 리바운드가 강한 팀이다. NBA 팀이라면 상대의 강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는 상대에게 세컨 기회 득점을 내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3쿼터 동안 덴버는 공격 리바운드 6개를 잡았는데, 그중 득점으로 연결한 건 2점밖에 없었다. 세컨 기회 득점에 의한 야투 성공률이 16.7%(1/6)에 그쳤다. 전반전 세컨 기회 득점 야투 성공률 62.5%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릴라드는 "전반전 이후 스토츠 감독은 수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라고 주문했다. 상대에게 공격 리바운드도 뺏기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는 효과적이었다. 상대에게 쉬운 슛을 내주지 않기 서로 한발씩 더 뛰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포틀랜드는 전반전 수비 효율성 118.4점을 기록했다(덴버는 97.9점이었다). 얼마나 최악의 수비를 펼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 그러나 포틀랜드는 3쿼터 수비 효율성 52.4점을 기록했다. 전반전 수치보다 절반가량 더 좋아진 수치를 기록했다. 

기세를 이어간 포틀랜드는 덴버에 112-105로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스토츠 감독은 "전반전 이후 선수들의 변화에 감동했다. 3쿼터는 매우 훌륭했다"면서 승리 소감을 밝혔다. 스토츠 감독의 짧지만 굵은 메시지로 선수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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