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자존심?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뉴욕 닉스의 백업 포인트가드 브랜든 제닝스(27, 185cm)가 최근 폭발적인 활약을 펼치며 펄펄 날고 있다.

12일(한국시간)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2016-17시즌 NBA 정규리그 경기에서 닉스가 LA 레이커스를 118-112로 제압했다.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는 26점 12리바운드를, 데릭 로즈는 25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하지만 이 선수가 없었다면 닉스의 승리도 없었을 것이다. 제닝스 이야기다.

제닝스는 벤치에서 23분을 소화하며 19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올렸다. 3점슛도 4개를 던져 3개나 넣었다. 자유투는 시도했던 6개를 모두 적중시켰다.

무엇보다도 그의 활약은 4쿼터에 빛났다. 치열한 접전 속에서 제닝스는 돌파와 스텝-백 점퍼, 3점슛 등을 포함해 홀로 15점을 퍼부으며 승기를 닉스에 가져왔다. 또, 두 개의 어시스트도 곁들였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활약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즌 초반 제닝스는 상당히 부진했다. 하지만 서서히 경기 감각을 찾았고, 최근 7경기에서는 평균 12.4점 2.7리바운드 5.9어시스트 3점슛 1.3개를 기록하며 키 식스맨 역할을 120% 소화하고 있다. 

제닝스의 활약은 고스란히 뉴욕의 승리로 이어지고 있다. 닉스는 지난 7경기에서 6승 1패를 올렸다. 제닝스의 활약 덕분에 벤치 타임이 안정되자, 주전들의 경기력도 살아난 것이 고무적이다.

라이벌에서 동료로

잠시 2007년으로 돌아가보자. 제닝스는 고교 시절 전국 최고의 유망주로 손꼽혔다. 농구명문 오크힐 고교의 '고-투 가이' 제닝스는 거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시미언 고교의 데릭 로즈에게 완패를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제닝스는 3쿼터 중반까지 무득점에 그쳤고, 로즈에게 공수 양면에서 압도를 당했다.

경기가 끝났을 때, 로즈는 28점 8리바운드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시미언 고교의 승리를 이끌었다. 제닝스는 벤치에 앉아 유니폼을 뒤집어 쓴 채 눈물을 흘렸다.

시간이 흘렀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제닝스는 로즈의 백업 포인트가드가 됐다. 한때 라이벌이었던 두 선수는 닉스에서 동료로 만났다. 각자 큰 부상(로즈-무릎, 제닝스-아킬레스건)을 겪는 통에 전성기 기량을 잃은 채 말이다.

제닝스는 모든 자존심을 버렸다. 더 이상 스타의식도 찾아볼 수 없다. 올 여름 닉스와 고작 1년간 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최근 FA 시장 연봉 인플레이션 현상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노예계약이나 다름 없다.

뉴욕에 입성한 제닝스는 자신의 처지와 역할을 받아들였다. 라이벌이었던 로즈의 뒤를 봐주게 됐지만, 더 이상 어떠한 불평·불만도 하지 않는다. 

그러자 본인은 물론, 팀의 경기력까지 좋아지기 시작했다. 최근 닉스의 제프 호나섹 감독은 4쿼터에 제닝스와 로즈를 함께 세우고 있다. 감독으로부터 신뢰를 되찾은 것이다.

 

농구인생 2막

제닝스의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신인 때 한 경기 55점을 올리기도 했던 선수가 아닌가. 포인트가드로서의 경기조율능력은 로즈보다 낫다. 제닝스와 함께 뛸 때, 로즈가 득점에 전념할 수 있는 이유다.

제닝스는 올 시즌 평균 8.2점 2.8리바운드 5.2어시스트를 올리고 있다. 기록보다도 경기력이 훨씬 좋다. 과연 그가 뉴욕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일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의 활약을 끝까지 지켜보도록 하자.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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