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AT & T 센터에서 3연패를 당한다? 쉽게 믿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스퍼스는 2015-16시즌 홈에서 40승 1패를 거뒀다. 2014-15시즌부터 홈 48연승(역대 2위)을 질주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안방불패. 그런 팀이 2016-17시즌 첫 네 차례의 홈경기에서 세 번이나 패했으니 '놀랄 노 자'다.
홈에서 당한 세 번의 패배를 통해 바라본 현 스퍼스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샌안토니오가 자랑했던 '빅 3', 팀 던컨, 토니 파커, 마누 지노빌리와 관련이 있다.

★ 팀 던컨의 공백
19년간 스퍼스를 이끌었던 팀 던컨은 2015-16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스퍼스는 이에 따라 파우 가솔을 영입, 그의 공백을 메우려 했다.
그런데 현재까지만 놓고 본다면, 아직 던컨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없는 것 같다. 가솔과 라마커스 알드리지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득점은 상관없다. 말년의 던컨보다는 현재의 알드리지, 가솔이 훨씬 더 뛰어난 득점력을 지니고 있다. 진짜 문제는 기록지에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다.
우선 스크린. 샌안토니오의 경기를 보다 보면 역사상 가장 뛰어난 스크리너인 던컨의 공백이 자주 느껴진다. 가솔과 알드리지도 스크린을 잘 서기는 하지만, 던컨처럼 수비수를 가둬버리는 수준은 아니다.
빼어난 스크린 능력을 자랑했던 던컨이 없다 보니, 스퍼스의 모션오펜스가 예전보다 죽은 감이 있다. 카와이 레너드의 아이솔레이션 공격이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비에서의 영향력은 더욱 그립다. 던컨은 언제나 한결같이 최고의 수비수였다. 던컨이 없는 지금, 샌안토니오는 골밑 수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LA 클리퍼스와의 경기를 보자. 스퍼스는 페인트존에서 48점을 실점했다. 반면 클리퍼스의 페인트존에서는 22점밖에 올리지 못했다.
10일 휴스턴 로케츠와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 페인트존에서 48점을 내주고 40점을 올렸다. 특히 제임스 하든은 스퍼스의 골밑 침투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 토니 파커의 공백
토니 파커는 몇 년 전부터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안고 있다. 올시즌에는 초반부터 탈이 났다. 파커는 이 때문에 벌써 네 경기에 결장했다. 해당 네 경기에서 스퍼스는 2승 2패를 거뒀다.
문제는 파커가 경기에 뛸 때도 예전만큼 큰 지배력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파커는 이번 시즌 평균 5.5점 4.0어시스트 FG 33.3%에 그치는 등 데뷔 이래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런 파커지만, 그가 없으면 팀이 더 심각해진다. 공격이 잘 풀리지 않는다. 날카로운 돌파와 패스로 원활한 공격전개를 이끌었던 파커의 부재는, 스퍼스의 공격을 더욱 빡빡하게 만들고 있다.
파커는 지난 클리퍼스, 로케츠와의 경기에 연속으로 결장했다. 이 기간 동안 패티 밀스가 선발 포인트가드로 나섰다. 밀스는 두 경기에서 각각 4점 5어시스트, 8점 10어시스트를 올렸다. 기록을 떠나 경기운영이 답답할 때가 많았다. 파커의 빈자리가 더욱 실감나는 대목이었다.

★ 마누 지노빌리의 공백
물론, 마누 지노빌리는 경기에 출전 중이다. 때문에 '공백'이라는 표현이 적합할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지노빌리는 분명 예전의 그가 아니다.
원래 지노빌리의 역할은 벤치를 이끄는 것이다. 그런데 지노빌리의 기량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올시즌 평균 7.7점 3.7리바운드 2.2어시스트 FG 35.6%를 기록하며 생애 최악의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지노빌리의 경기력이 하락하자, 스퍼스 벤치 전체의 생산력이 감소하고 있다. 샌안토니오는 그간 벤치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경기를 풀어왔다. 그러나 지금의 샌안토니오는 좀처럼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
★ '빅 3'의 붕괴
이처럼 던컨은 수비, 파커는 공격, 지노빌리는 벤치를 각각 책임져왔다. 그런데 그들이 은퇴하고, 부상을 당하고, 노쇠화하면서 스퍼스가 자랑했던 시스템 농구가 무너지고 있다.
샌안토니오는 몇 년 전부터 이를 예상했다. 이 때문에 레너드를 '더 맨'으로 키워냈고, 알드리지와 가솔을 영입하는 등 나름대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이제 스퍼스는 예전과 다른 팀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기존의 '빅 3' 체제는 붕괴됐고, 파커와 지노빌리는 더 이상 팀의 주축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그에 따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