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창원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조성원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영입하며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조 감독은 자신과 함께 할 코칭스태프로 기존의 박재헌 코치 외에 이병석, 최승태 코치를 선임했다. 이중 이병석 코치는 명지대 시절부터 같이 호흡을 맞춰 온 사이. 아마무대를 벗어나 이제 LG에서 프로 코치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그의 농구 인생을 들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5번의 도피 끝에 시작한 농구

나는 어렸을 때 그렇게 키가 큰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운동 제의가 많았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다섯 군데나 옮겨야 했다. 초등학교 2학년때는 핸드볼 제의가 있었고, 그게 싫어 전학을 가니 그곳에서는 육상부 입단 제안이 있었다. 거기를 또 벗어나니 씨름을 하자고 하는 등 가는 곳마다 이상하게 운동부 입단 제의가 있었다. 

이게 어느 정도만 되도 다닐 텐데 집요하게 설득을 하고 쫓아다녀서 피하기 위해 전학을 다녔다. 그러다 내동초등학교 4학년 때 그곳에서 농구부 입단 제의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감독님이 거리가 먼 우리집까지 매일 나를 태우러 와서 학교에 가고 운동이 끝난 뒤에는 다시 나를 집으로 데려다 주시는 등 열정이 있었고 나에게 많은 정성을 쏟았다. 거기에 넘어가서 농구를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막상 재미를 붙이고 하려는 시점에 농구부가 해산됐고 수소문 끝에 서대전초로 전학을 가서 농구를 이어갔다. 내가 다닐 때만 해도 대전의 멤버가 좋았다. 같이 농구를 시작한 최병훈(현 대전고 코치)도 있었고 한 해 위 선배로 황성인(단국대 코치), 조상현(국가대표 코치), 조동현(현대모비스 코치)이 있었다. 한 해 후배로는 최민규(전 KT)까지 있었는데 이 멤버가 대전중-대전고까지 이어졌다. 

중3때는 소년체전 우승도 하고 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춘계연맹전 우승, 그리고 전국체전 우승까지 했다. 나까지 포함해 당시 12명 중에서 8~9명이 프로까지 갔으니 나름 경기력을 인정받은 멤버가 아닌가 싶다. 

고교 때까지 나는 나름 득점력이 좋았다. 포지션 시작이 처음에는 키가 작아서 가드를 맡았다가 중3이 되면서 포워드가 됐고 고교 2학년말에는 센터로 변신했다. 대전고 입학 1년 만에 키가 10cm 이상 컸기 때문인데 이런 포지션 변화가 당시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선수 생활에 도움이 된 부분도 컸던 것 같다.

막판에 미끄러진 연세대행

나는 알려졌다시피 명지대를 졸업했다. 하지만 원래 내 입학이 예정된 곳은 명지대가 아닌 연세대였다. 아는 사람만 아는 파란만장한 스토리다. 

나는 대전고 1학년 때 이미 연세대 입학이 결정돼 있었다. 그때는 한 번 스카우트가 끝나면 다른 학교에서 접촉을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었다. 그러다 동기 중에 다른 대학에 가기로 했던 친구가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갑자기 연대가 아니면 안 가겠다고 고집을 피운 것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국 연세대 입학이 결정된 선수 중에 한 명이 자리를 내줘야 했고 그게 내가 되는 상황이 됐다. 이 문제 때문에 당시 명지대를 맡고 있던 진성호 감독님이 1개월간 대전에 내려와 있었다. 내 마음을 돌리려고 말이다. 

최종 결정이 된 것은 고교 3학년 때였다. 서울에서 연세대와 연습경기를 하는데 중간에 갑자기 최희암 당시 감독님이 나를 사무실로 불렀다. 들어가니 거기에 진성호 감독님도 앉아 계셨다. 그 자리에서 최 감독님이 “병석아, 미안하다. 진 선생님이 너를 너무 원하니 명지대에 가야겠다”라고 하시더라. 

그 얘기를 듣고 어린 마음에 화가 나서 “명지대에 가서 연세대를 무조건 이기겠다!”라고 큰소리를 치고 뒤돌아 나왔다. 나는 지금도 명지대를 나온 것에 후회가 없고 입학할 때도 학교에서 나를 위해 많은 신경을 써 줬기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다만 내 진학 문제에 대해 내가 어떤 선택과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불만이고 아쉬움이 크다.  

우여곡절 끝에 명지대에 입학한 후에는 나쁘지 않았다. 입학하자마자 경기를 뛰었고 당시 멤버도 조성훈(전자랜드 유소년팀장), 정재헌(전 SK 빅스), 김태진(명지대 감독)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뛸 때라 나름 성적도 냈었다.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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