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①편에 이어..

삼성에서의 우승, 그리고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다

나는 대학 졸업 후 1999년 KBL 신인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삼성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좋기보다는 힘든 게 많았다. 대학 때만 해도 풀타임에 가깝게 경기를 뛰다가 삼성 입단 후에는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좀처럼 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때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알게 됐다. 

그러다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주희정이 다치면서 나에게 기회가 왔다. 그러면서 나름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는데 이때부터 나는 정규리그보다는 플레이오프가 왠지 편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입단 2년차에 첫 우승을 하고 상무에 갔다. 상무에서 복귀한 후에는 (서)장훈이 형이 와 있었는데 그 형과 뛰면서 많이 배우고 또 2005-2006시즌 우승을 이뤘다. 개인적으로는 그때 플레이오프 MVP도 받으면서 나쁘지 않았다. 

그러다 나이를 먹고 사령탑이 바뀌면서 우여곡절 끝에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게 됐다. 원래는 은퇴까지 고려했지만 유도훈 감독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같이 한 번 해보자고 하시더라. 생각해보면 그때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유 감독님은 내가 뭔가 어려울 때 항상 따뜻하게 손을 내밀고 기회를 주시는 분 같다. 

전자랜드에서는 2년을 뛰었는데 선수로서 전성기가 지난 시점이라 나름 노력했다고는 하지만 팀에 많은 기여를 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은퇴 후에는 모교인 삼일상고의 부름을 받아 곧바로 팀을 맡아 전국체전 평가전까지 치렀다. 그때 맡았던 제자가 지금 KCC에서 뛰고 있는 송교창이다. 

추구하는 컬러는 빠른 농구, 하지만 선수 성장이 최우선

아무리 모교라지만 고등학교 팀을 맡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힘들었다. 처음에는 선수들만 잘 가르치고 기량을 높여 좋은 성적을 내자는 생각으로 갔는데 그게 아니었다.

고교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은 물론이고 대학 진학과 중학선수 스카우트, 학부모 관리까지 해야했다. 이런 농구 외적인 부분에 당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예상 못한 벽에 많이 부딪치면서 한 1년 반 정도를 지내다보니 그제서야 돌아가는 시스템을 알게 됐다. 

그러던 중 현주엽 감독님의 연락을 받아 LG에서 지도자 경력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고교와는 다른 프로팀 지도자로서의 어려움 같은 것들을 알게 됐다. 아무래도 감독님과 성인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측면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체험하면서 공부가 됐다. 

LG와의 재계약이 불발된 뒤 한 6개월 정도는 쉬려고 했다. 선수 때부터 지금까지 쉰 적도 없었고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유도훈 감독님한테 연락이 왔다. 같이 해보자고. 당연히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 

지금은 감독님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선수들의 개개인 특성, 그리고 훈련 분위기 등을 파악하는 중이다. 감독님께서는 팀내 가드 포지션 선수들을 성장시켜 달라고 하셨다. (박)찬희는 지금의 기량을 유지하는 선이 될 것 같고, 김낙현과 장태빈을 키우는 게 목표인데 열심히 선수들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나는 예전부터 스피디한 농구를 좋아했다. 수비는 기본적으로 하되 템포를 빠르게 하는 공격적인 농구를 선호하는 편이다. 무작정 개인기만을 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팀플레이를 바탕으로 하는 아기자기한 농구를 하는 걸 좋아한다. 내가 전자랜드의 선수 시절에도 모두가 우리가 약하다고 했지만 우리 팀만의 컬러로 이겨낸 부분이 있다. 지금은 그걸 찾는 과정이다. 

또 지도자로서 선수들의 성장만큼 좋은 것은 없다. 한 선수를 성장시켜서 그 선수로 인해 팀이 이기는 것. 그리고 그 선수를 보면서 다른 선수들까지 노력해 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흐뭇한 게 없다. 예전 고교 시절의 송교창이 그랬다. 송교창이 열심히 하니 다른 팀원들도 따라하면서 팀에 시너지효과가 났다. 전자랜드에서도 그런 시너지효과가 나올 수 있게끔 선수들을 지도하고 싶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
지난 시즌까지 함께 했던 김태진 코치가 명지대 감독으로 가게 되면서 후임 코치를 물색하고 있었다. 강혁 코치는 전자랜드에서 선수를 뛴 경험이 있었고 삼일상고를 시작해 지난 시즌까지 LG에서 코치를 맡았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라 영입하게 됐다. 선수 시절의 경기 운영 능력이나 정신력을 높이 사며 아직 어리고 성장중인 우리 팀 가드들에게 이런 것들을 전수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영삼 전자랜드 주장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시지만 고등학교를 거쳐 프로팀 지도자로 오셔서인지 선수들 마음을 잘 이해해주신다. 또 훈련 중간중간에 선수들한테 설명할 때도 군더더기 없이 요점만 딱 짚어서 가르쳐주신다. 요즘 어린 선수들의 특성도 있고 저희 팀 분위기도 딱딱하지 않아서 선수들이 스스럼없이 물어보는 편인데 그때마다 일목요연하게 잘 알려주신다.  
현재 코치님 댁이 경기도 용인으로 알고 있는데 선수들이 부탁하면 새벽 훈련에도 나와서 도와주고 계시더라. 야간 훈련 때도 선수들을 지도해주시고 늦게 퇴근하시는데 선수이자 주장으로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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