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일본농구는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과는 별개로 자국 선수들을 해외, 특히 미국에 보내려는 많은 움직임이 있었다. 

NCAA(전미대학체육협회) 진학까지는 몰라도 현지 적응과 영어 학습 등 사전 작업에 대한 지원 체계가 있었고, 이에 따라 일본의 고교선수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정보를 접하며 NCAA 진학에 대한 꿈을 키웠고 그것을 현실로 이뤄낼 수 있었다. 

현재 NBA(미국프로농구) 워싱턴 위저즈 소속의 하치무라 루이와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와타나베 유타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日 초창기 NCAA 디비전 1 리거, KJ 마츠이-이토 타이시

일본 최초의 NCAA 디비전 1 리거는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마츠이 케이주로, 속칭 K.J 마츠이로 불리는 선수다. 현재는 B.리그 쿄토 한나리즈 소속 선수로 과거 일본 대표팀의 주전 슈터였다. 

마츠이는 농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해외 진출, 그중에서도 NBA 진출을 목표로 했으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의 몬트로스 크리스찬 고교에 진학했다. 

일본의 프리랜서 농구전문기자인 미카미 후토시는 <루키 더 바스켓>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KJ 마츠이의 경우는 그의 부친이 여러 루트를 통해 미국 유학을 타진했고, 마츠이 본인 역시 필요한 과정을 조사해 유학이 이뤄졌다. 일본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간 하치무라 루이나 와타나베 유타와 달리 마츠이는 미국의 고교에 진학해 NCAA까지 진출한 케이스다. 이 과정에서 JBA(일본농구협회)의 지원은 없었고 오로지 선수 개인과 가족의 힘으로 미국 유학을 이뤄냈다. 지금도 JBA 차원에서 미국 농구 유학을 위해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은 없다”고 설명했다. 

몬트로스 크리스찬 고교에 재학 중이던 2005년에는 일본 농구선수로는 ‘전설’ 타부세 유타에 이어 처음으로 Nike Hoop Summit 19세 이하 세계 선발 멤버로 선발됐고 11분 동안 7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 진학하며 일본인 선수로는 최초로 NCAA 디비전 1에서 뛰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이후 빼어난 성적까지는 아니지만 NCAA에서 준수한 기록을 보이던 마츠이는 2009년 대학 졸업과 함께 일본 복귀를 결정했다. 현실적으로 NBA 진출이 힘들기도 했지만 일본으로 돌아가 자국 농구의 인기를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는 결정을 한 것도 컸다. 

실제로 그는 일본 복귀 후 재정이 열악한 홋카이도 팀 입단을 결정해 그 팀을 전국구 인기구단으로 만들었고 이후 시부야 선 로커스, 앨버크 도쿄, 시호스 미카와 등을 거쳐 현재는 쿄토 한나리즈 소속으로 뛰고 있다. 

마츠이 케이주로

KJ 마츠이에 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이토 타이시다. 마츠이의 1년 후배인 그는 일본과 미국에서의 이력 모두 선배의 뒤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초등학교 시절 전국대회 준우승을 경험했고, 중학교 시절 역시 인터하이 준우승을 거뒀다. 우승과는 연이 닿지 않았지만 실력만큼은 일본 내 톱클래스에 속하며 눈길을 끌었다. 

중학교 졸업 이후 그는 마츠이의 유학에 영향을 받아 미국행을 결정했고 고등학교 역시 마츠이가 거친 몬트로스 크리스찬 고교에 진학한다. 

몬트로스 크리스찬 고교는 이후 토가시 유키 등도 거친 일본 농구선수의 미국 유학을 위한 일종의 관문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 학교는 영어 수업 외에도 농구코치를 통한 농구 수업과 훈련 프로그램이 있어 해외의 여러 농구 유망주들이 모이는 곳이다. 현재 NBA에 뛰고 있는 케빈 듀란트(브루클린 네츠)가 이 학교 출신이다.  

몬트로스 크리스찬 고교에서 영어와 농구를 배운 이토 타이시는 2006년 포틀랜드 대학교에 진학하며 농구를 이어간다. 포틀랜드대 역시 디비전 1 소속으로 이토는 마츠이에 이어 일본인 선수로는 두 번째로 NCAA 디비전 1에서 뛰는 선수가 됐다. 

마츠이와 비슷한 루트로 미국 대학에서 뛰었고 일본으로 유턴해 일본 대표팀까지 뽑혔지만 크게 유명세를 띠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인 플레이로 여러 지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KJ 마츠이와 이토 타이시는 중학교 때까지 일본 톱클래스의 선수였다는 점, 그리고 이런 것을 바탕으로 미국의 고교에 진학해 NCAA 디비전 1 대학까지 갔다는 점이 같다. 일본 선수의 NCAA 진출에 물꼬를 튼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노력과 성과는 높이 평가받고 있다. 

또 비록 NBA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무리해서 G-리그나 외국의 리그를 전전하기보다는 일본으로 일찌감치 돌아와 자국 리그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두 선수의 복귀로 일본의 아마추어 유망주들은 미국으로의 농구 유학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선배들의 소중한 경험에 따른 정보와 지식으로 미국 농구 유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준비할 수 있었다. 

시가 레이크 스타즈의 이토 타이시

미국 진출을 돕는 또다른 제도, 슬램덩크 스칼라십

일본의 작가 이노우에 타케히코(井上 雄彦, 이하 이노우에)가 그린 만화 ‘슬램덩크’는 농구를 좋아하지 않는 이라도 한번쯤은 읽어봤을 작품일 것이다. 중학교 때까지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퇴짜만 맞던 불량학생 강백호가 고교 입학과 동시에 농구부에 가입해 주전 멤버가 되기까지를 그린 이 만화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국내에 농구 인기를 가져왔던 작품이다. 

이노우에는 이렇듯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받았던 사랑을 농구계에 돌려주기 위해 ‘슬램덩크 장학금 제도(SLAM DUNK SCHOLARSHIP)’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일본의 고교 유망주 중에 최고를 뽑아 미국 농구 유학을 지원하는 이 제도는 일본의 어린 농구 유망주들이 미국 유학이라는 꿈을 키울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 됐다. 

그는 이 제도의 설립 취지에 대해 “일본 고교를 졸업한 뒤 더 큰 무대인 미국의 대학 혹은 프로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의지와 능력이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꿈을 펼치지 못하는 일본의 어린 선수들이 자신들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슬램덩크 장학금은 전국의 고교 졸업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매 기수마다 1명씩을 선발해 미국 유학을 보냈다. 지난 2019년까지 13기 선수가 선발됐으니 총 12명의 선수가 미국 유학을 다녀왔거나 현지에서 활동 중이다. 물론 현재는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활동이 멈춰 있고, 2020년 장학생 선발 역시 당분간 중지된 상태다. 

우선 장학금은 이노우에가 내는 만화 슬램덩크의 인세 일부와 역시 이노우에가 대표로 있는 IT 회사 (유)I.T PLANNING, 그리고 슬램덩크의 출판사인 ㈜슈에이사(集英社)의 기부금으로 구성된다.

프로그램은 농구 유망주들의 미국 생활 적응을 돕는 것으로 한정돼 있다. 현지에 가서 언어를 배우고 농구 캠프를 통해 기술을 습득하며 홈&어웨이로 치르는 리그를 경험하는 것까지만 지원하는 것이다. 이후 미국 대학을 진학하고 또 NBA나 하부리그 및 기타 해외의 프로팀 등에 진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선수 개인의 몫이다.

선수 선발은 대략 이렇다. 우선 전년도 12월초부터 1월말까지 2개월간 참가 희망자들의 지원서를 받는다. 예를 들어 지난해 선발한 13기 장학생들은 지난 2018년 10월 31일부터 2019년 1월 31일에 걸쳐 서류 응시를 해야 했다. 

이후 이노우에를 비롯한 슬램덩크 장학금 사무국에서 서류 전형을 통해 4~50명 정도를 선발하며, 일본 내 고교 지도자들의 회의를 통해 다시금 30명, 이후 사무국과 지도자들, JBA 관계자들까지 모여 최종적으로 1명을 선발한다. 전국의 모든 고교농구선수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그 숫자도 만만치 않고 빽빽한 서류를 일일이 읽는 것도 쉽지 않다. 

사진 제공 = 코나가요시 요코 日프리랜서 기자,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선발된 학생은 약 14개월간 미국의 프리패러토리 스쿨(미국에서 진학 지도 중심으로 교육하는 사립 중고등학교)로 보낸다. 13기 장학생의 경우 올해 4월에 미국에 갈 예정이었다.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지만.

슬램덩크 장학금에서 보내는 학교는 과거에는 사우스켄트 스쿨이었지만 지금은 미국 코네티컷 주 몬트빌에 있는 세인트 토마스 모어 스쿨(St. Thomas More School)로 바뀌었다. 세인트 토마스 모어 스쿨은 사우스켄트 스쿨과 마찬가지로 일반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곳과 달리 공부와 농구를 병행할 수 있는 곳이다. 

와타나베 유타가 이 학교를 거친 뒤 최초로 NBA에 진출한 일본 선수이며 이밖에 오마리 스펠맨(Omari Spellman,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안드레 드러먼드(Andre Drummond,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장학금 대상자로 결정이 되면 일본 학기에 맞춰 3월에 고교를 졸업한 뒤 4월에 미국으로 출국한다. 이후 두 달간의 봄 학기 동안 영어 공부를 하고 기초 체력을 다진다. 이후 여름인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은 플로리다 주 브래든턴에 있는 IMG 아카데미에 입소한다. 이곳은 하루의 반은 개인기 연마, 반은 영어 프로그램이 가미된 농구 수업으로 구성돼 있다. 

IMG에서의 일정이 끝나면 9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9개월간은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수업)과 AEP(Advanced English Program, 진학 영어 과정) 등의 과정을 이수한다. 물론 이런 어학 수업 외에도 농구 훈련도 있다. 9월 학교 복귀 이후에는 선수 개개인의 비공식 훈련이 있고, 10월부터는 팀 전체 공식 훈련이 있다.(9월까지는 단체 훈련 및 공식 훈련은 금지돼 있다) 

미국의 프레토리 스쿨은 NEPSAC(New England Preparatory School Athletic Council)라는 리그에 속해 있고 그 시즌이 11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한 달 전부터 팀 훈련이 시작되는 것이다. NEPSAC은 미국에서 진학 준비 중인 해외의 유망주들을 찾기 위해 NCAA의 코치 혹은 관계자들이 많이 찾는 리그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내 다른 농구리그와 마찬가지로 홈&어웨이로 치러지며 11월에 시작해 3월에 시즌이 끝난다. 시즌 종료 후에는 5월 중순에 졸업을 하는데 만약 이 기간 동안 미국 내 대학팀의 스카우트를 받으면 입학 절차를 밟고 아닌 경우는 졸업 후 곧바로 아니면 늦어도 6월에는 귀국한다.

슬램덩크 장학금은 이런 모든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총 14개월 동안의 모든 비용을 제공한다. 출국 시 항공료를 비롯해 학비 및 기숙사비와 기타 생활비, 그리고 미국 내 현지 이동시 드는 교통비와 상해를 입었을 경우를 대비한 보험료까지 모두 제공한다. 한 마디로 14개월 동안 농구에만 모든 걸 전념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인 셈이다.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코나가요시 요코, B.LEAGUE,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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