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퍼스의 오프시즌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들의 로스터 평균 연령은 33.2세. 놀랍게도 이는 NBA 역대 어떤 팀보다도 높은 수치다.

'아버지의 시간(father time)'도 아닌 '할아버지의 시간(grandfather time)'에 돌입한 클리퍼스는 당연히 새 시즌에 NBA 역사상 최고령 우승 팀 타이틀에 도전한다.

조나단 쿠밍가는 여전히 골든스테이트와 줄다리기 중이다. 쿠밍가는 상처와 불만이 커보이고, 골든스테이트는 다른 팀들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 제안을 모두 거절할 정도로 입장이 완고하다.

ESPN이 발표한 새 시즌 첫 파워랭킹에서는 무려 7개의 서부 팀이 탑 10을 차지했다. 다가오는 시즌은 더 심각한 서고동저 현장이 예상된다.

 

 

MAIN TOPIC: 노인정(?) 클리퍼스의 우승 도전

예로부터(?) NBA는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는 속설이 있었다. 너무 나이 많은 반지원정대는 우승을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케빈 가넷, 폴 피어스, 레이 알렌이 생애 첫 우승 반지를 위해 모였던 2007-2008 보스턴 셀틱스 정도가 근래 NBA에서 유일한 예외 사례다.

수염의 하얗게 새어버린 반지원정대는 20대 초중반 스타 플레이어들이 넘쳐나는 NBA에서 에너지 레벨 싸움을 이겨내기 힘들다.

이번엔 클리퍼스가 불가능에 도전한다. 최근 크리스 폴을 영입한 클리퍼스는 이로써 평균 연령이 33.2세에 달하는 로스터를 완성했다.

'야후스포츠'에 따르면 이는 1976년 NBA-ABA 합병 이래 NBA 역대 최고령 팀이다.

존 스탁턴-칼 말론 콤비가 말년에 팀을 이끌던 유타, 나이 든 스타들을 대거 영입했던 휴스턴, 2차 쓰리핏 시카고 불스보다도 새 시즌 클리퍼스가 더 늙은 팀이다.

NBA 역대 최고령 팀과 PO 성적(1976년 이후)
25-26 클리퍼스: 33.2세(성적 없음)
00-01 유타: 32.0세(PO 1R 탈락)
97-98 휴스턴: 32.0세(PO 1R 탈락)
97-98 시카고: 31.7세(파이널 우승)
99-00 유타: 31.5세(PO 2R 탈락)

만약 다가오는 시즌 우승을 차지한다면, 클리퍼스는 1997-1998시즌의 '라스트 댄스' 시카고를 제치고 NBA 역대 최고령 우승 팀 타이틀을 얻는다.

27년 전에 비해 각 팀의 공수전환이 극단적으로 빨라진 현대농구에서 평균 33.2세로 로스터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난이도가 정말 높은 미션. 더 극적으로 말하면 새 시즌 클리퍼스는 '불가능에 도전'한다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로 낡고 나이 든 팀이다.

25-26시즌 클리퍼스 주요 베테랑 선수 나이
크리스 폴(40세)
제임스 하든(37세)
브룩 로페즈(37세)
니콜라 바툼(36세)
카와이 레너드(35세)
보그단 보그다노비치(33세)
브래들리 빌(32세)
크리스 던(31세)

이렇게 나이 든 클리퍼스를 구원할 것은 결국 에너지 레벨이 높거나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다.

1997년생 동갑내기인 이비차 주바치, 존 콜린스가 선발 라인업에서 에너지를 불어넣어줘야 한다. 데릭 존스 주니어(1997년생) 역시 윙에서 에너자이저 역할을 해줘야 한다.

또 다른 관건은 트랜지션 게임의 에너지와 수비력이다. 나이 든 팀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지난 시즌 클리퍼스는 리그에서 22번째로 경기 속도가 느린 팀이었다. 속공 득점은 15위, 속공 실점은 12위로 평균 정도의 수치를 기록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제프 밴 건디 신임 코치의 지도 아래 스틸, 디플렉션, 턴오버 유발 등에서 모두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손질, 압박, 역습에 능한 팀 컬러를 이미 구축해뒀다는 점이다.

24-25 클리퍼스의 손질+디플렉션 능력
스틸: 9.4개(3위)
디플렉션: 17.2개(8위)

턴오버 유발: 15.0개(10위)
상대 턴오버 기반 득점: 19.3점(4위)

다만 이 강점은 데릭 존스 주니어가 벤치로 보직을 옮기고 존 콜린스가 주전 파워포워드로 뛰면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콜린스의 합류로 높이가 보강된 만큼 스피드와 수비에는 약점이 생길 예정이다. 효율적인 라인업 운영이 너무 중요하다. 터런 루 감독과 제프 밴 건디 코치에게 할 일이 잔뜩 생겼다.

한편 클리퍼스는 30일 발표된 ESPN 파워랭킹에서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서부지구만 놓고 보면 오클라호마시티(1), 휴스턴(2), 덴버(3), 미네소타(6)에 이은 5위였다.

ESPN은 "이제 클리퍼스는 건강만 유지된다면 서부 최고의 스타팅 라인업 중 하나를 자랑하며, 슈팅력과 벤치 깊이를 강화했고, 이비차 주박과 로페즈가 버티는 리그 최고 수준의 프런트라인을 갖췄다. 콜린스는 하든에게 림 위에서 마무리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며, 카와이 레너드는 스몰 포워드로 이동해 부담을 덜 수 있다"면서도 "물론 팀 전체적으로 나이가 많아져 부상 관리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AND ONE : 조나단 쿠밍가와 골든스테이트의 갈등

조나단 쿠밍가와 골든스테이트의 갈등 상황이 해소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30일 ESPN 샴즈 카라니아 기자의 보도 따르면 골든스테이트는 최근 쿠밍가에게 2년 4,500만 달러 수준의 1+1 계약을 제안했으며, 쿠밍가는 이를 거절했다. 골든스테이트가 트레이드 거부권을 포기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일단 쿠밍가에 대한 골든스테이트의 입장은 완고해 보인다. 마크 스타인 기자는 골든스테이트가 새크라멘토, 시카고, 피닉스 등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 제안을 거부했으며, 단기 계약으로라도 쿠밍가를 일단 남기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쿠밍가는 골든스테이트 잔류 의사가 높지 않고, 늦어도 다음 시즌 중반에는 팀을 떠나길 원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쿠밍가가 골든스테이트의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퀄리파잉 오퍼(qualifying offer)는 루키 계약이 끝난 선수를 제한적 FA로 만들기 위해서 원소속 팀이 제안하는 1년 계약이다. 이를 받아들일 경우 해당 선수는 1년 후 비제한적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즉 FA 재수를 하게 되는 셈이다.

 

쿠밍가가 이미 골든스테이트와 '갈 데까지 간' 듯한 징후가 여럿 보인다.

일단 쿠밍가는 스티브 커 감독이 이끄는 골든스테이트 시스템에 불만이 많다는 후문이다. 들쑥날쑥했던 출전시간과 철저하게 스테픈 커리 중심으로 구축된 공격 시스템 안에서 제한된 역할만을 수행한 것이 쿠밍가 입장에서는 큰 불만 사항이다.

"쿠밍가는 지난 4년 간 자신의 커리어를 지연시키고 제한해온 골든스테이트 구단에 이번 상황에 대한 너무 많은 통제권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샴즈 카라니아가 기사를 통해 설명한 현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피닉스와 새크라멘토는 4년 8,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오퍼한 상태이고, 골든스테이트는 어떻게든 쿠밍가를 남겨 다음 시즌 전력을 최대한 높이려고 한다. 쿠밍가가 잔류를 최종적으로 택하면 알 호포드 영입을 비롯한 나머지 무브가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쿠밍가 상황이 심각한 교착 상태이기에 아직까지 골든스테이트는 '0입' 상태에 머물고 있다.

쿠밍가는 이번 사태로 인해 오는 8월 중순 개막하는 2025 아프로바스켓 참가를 포기했다. 골든스테이트와 쿠밍가의 답답한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AND TWO : 심각한 서고동저 예견한 ESPN 파워랭킹

앞서 짧게 언급했지만 30일 ESPN은 오프시즌 파워랭킹을 처음 공식 발표했다.

흥미로운 점이 하나 눈에 띈다. 서부 팀들이 상위권을 대부분 가져간 것이다.

오클라호마시티, 휴스턴, 덴버가 1~3위를 나란히 차지한 가운데 탑 10에 이름을 올린 동부 팀은 단 3개 팀. 4위 클리블랜드, 5위 뉴욕, 8위 올랜도가 전부다.

ESPN 오프시즌 파워랭킹 탑 10
1. 오클라호마시티(서부)
2. 휴스턴(서부)
3. 덴버(서부)
4. 클리블랜드(동부)
5. 뉴욕(동부)

6. 미네소타(서부)
7. 클리퍼스(서부)
8. 올랜도(동부)
9. 골든스테이트(서부)
10. 레이커스(서부)

지난 시즌보다도 더 심각한 서고동저 현상이 예상된다. 동부의 꾸준한 강호 보스턴(17위)은 사치세 부담과 제이슨 테이텀의 시즌아웃 여파로 즈루 할러데이를 트레이드하며 전력이 확 약해졌다. 동부지구의 디펜딩 챔피언 인디애나(20위)도 타이리스 할리버튼의 아킬레스건 파열로 안식년이 예상된다.

지난 시즌 너무 기대 이하에 머물렀던 필라델피아(18위)의 미래는 오리무중이다. 조엘 엠비드, 폴 조지의 몸 상태가 불투명하다. 폴 조지는 이번 오프시즌 중 또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미안 릴라드를 방출한 밀워키(14위) 역시 마일스 터너와 콜 앤써니의 퍼포먼스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터너와 앤써니의 레벨을 생각하면 엄청난 전력보강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서부는 역대급 각축전이, 동부는 클리블랜드, 뉴욕 같은 소수의 강호들이 무난하게 상위권을 차지하는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역사상 가장 심각한 서고동저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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