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일러 가틀린이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의 새로운 수석코치로 합류했다. 외국인 코치라는 직함이 다소 생소한 KBL이지만 소노는 ‘변화’를 위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대학생 때부터 소속팀의 스태프부터 동아시아 농구의 전문가로 발전한 가틀린 코치다. 그와 함께 이제껏 그가 걸어온 발자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본 인터뷰는 지난 5월 중순 진행됐으며, 루키 2025년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가까워진 농구
가틀린 코치의 아버지는 지역에서 촉망받는 빅맨 유망주였다. 그로 인해 아들인 가틀린 코치 역시 자연스럽게 농구공과 밀접하게 성장했다. 농구인 2세들이 흔히 그렇듯 가틀린 코치도 농구장을 찾는 것에 익숙해졌으며 아버지와 일상에서도 농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농구와 가까워졌다.
“아버지는 나에게 있어 영웅 같은 존재다. 아버지는 고교 시절부터 지역에서 이름을 날린 선수였다. billy Tubbs라는 대학으로 진학한 후에 기록도 많이 세웠고 그 기록들 중 일부는 아직도 남아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정신적인 트레이닝을 많이 받았다. 또 아버지는 빅맨이었기에 그의 포스트 움직임을 따라 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키가 많이 크지 않아 가드 포지션을 뛰었지만 아버지는 행동으로써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셨고 ‘농구를 즐겁게 하라’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다.”
“또 농구계에 몸담고 있는 아버지를 보며 나는 동료들과 함께 다른 도시에 가서 다른 지역 선수들과 함께 맞붙는 AAU 팀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것들을 하며 자연스럽게 농구와 밀접하게 성장했다.”
가틀린 코치는 댈러스에 위치한 Jesuit College를 거친 후 샌디에이고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이 당시 농구 선수로써의 꿈을 이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가틀린 코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대학에 진학한 후 가틀린 코치는 농구 선수가 아닌 지원 스태프, 영상 분석가, 코치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낸시 리버맨(최초의 남자 프로팀 감독을 맡은 여성)을 비롯해 도니 넬슨(돈 넬슨의 아들이자 댈러스 매버릭스의 전 단장 및 사장), 델 해리스(휴스턴, 밀워키, 레이커스 전 감독), 크리스 젠트, 타이 엘리스 등 훌륭한 농구 코치와 행정가들을 만나게 된다.
“고교 시절에는 스스로 괜찮은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타 대학에서 장학금을 주겠다는 오퍼도 있었지만 대학에 진학할 때 중요시했던 부분은 그 대학의 분위기와 위치였다. 또 학업의 중요성까지 고려했을 때 최종적으로 선택했던 대학은 샌디에이고였다.”
“대학에 가보니 농구 관련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았다. 그래서 먼저 여자 농구팀에 참여를 했다. 당시에는 정확히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코트 위에 있을 때는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코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찰나에 고향인 댈러스에 G리그 팀이 만들어졌다. 텍사스 레전드라는 팀이다. 팀의 담당자라고 할 수 있는 분이 도니 넬슨이었다.(당시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의 GM) 낸시 리버맨과 델 해리스 등 유명한 인사들과 같이 일을 하며 많은 것들을 겪었다. 특히 도니와는 평소에는 하지 못할 경험들을 많이 했기에 특별히 감사하고 좋았던 기억들이 많이 남아있다.”
NBA는 한참 전부터 비디오 분석을 중시하고 있었다. 마이애미의 감독 에릭 스포엘스트라부터 필라델피아의 사령탑 닉 널스 등 모두 비디오 분석가를 거친 인물들이다. 가틀린 코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저명한 인사들의 곁에서 그들이 농구를 대하는 방식을 체득한 가틀린 코치는 비디오 분석의 대가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비디오 분석에서 가틀린 코치만이 가장 주목하고 중시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비디오 분석의 가장 첫 번째는 모든 스태프가 방향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동일한 내용을 선수들에게 균일하게 전달할 수 있다. 선수들 역시 헷갈리지 않을 수 있다. 또 분석을 통해 누구를 비난하거나 질책하는 것이 아닌 객관적인 정보로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이뤄내야 한다.”
“비디오 분석을 할 때도 3가지 중요한 파트가 있다. 첫 번째는 선수 별로 클립 영상을 4~5개를 만들고 경기에 대한 대비책을 시뮬레이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다음은 포지션 별로 코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작업 과정에서 지원 스태프들의 참여도 필요하다. 세 번째는 팀 비디오 미팅을 통해 해당 경기 퍼포먼스가 올라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포인트는 인간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짧기에 선수들에게 잘 입력이 될 수 있도록 짧은 영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방법 뿐 아니라 많은 다양한 방식으로도 비디오 분석을 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비디오 분석을 통해 선수들을 질책하거나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단 모두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무엇을 더 해야 더 좋은 선수가 되고 팀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의 첫 스텝, 한국에서의 지도자 생활
이후 노턴 애리조나 선즈와 스탁턴 킹스를 거친 가틀린 코치는 2020년부터 KCC 구단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당시 가틀린 코치는 바비(KCC 구단 직원), 필립 허버트와 연을 맺었고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또 댈러스 매버릭스의 스카우트인 짐 캘리 역시 가틀린 코치가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줬다. 이러한 많은 경험과 도전은 가틀린 코치가 새로운 것을 찾는 데에 큰 원동력과 자극제가 된다.
KCC를 거친 후 가틀린 코치는 일본 B.리그 교토 한나리즈에서 코치 생활을 한 후 B3리그 도쿄 하치오지 트레인스의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짐 캘리 스카우트는 G리그 뿐 아니라 비시즌 다양한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PIT와 서머리그 뿐 아니라 해외 팀에서 리포트를 의뢰할 시 자문 역할도 많이 해주셨다. 또 필립 허버트는 한국의 전반적인 스타일과 분위기에 대해 많이 알려줬다. 또 바비와는 5~6년간 꾸준히 소통하며 유대감을 형성했다. 그렇기에 KCC 구단에서 외국인 코치를 구한다고 했을 때도 많은 도움을 줬다.”
“KCC를 떠난 이후에는 일본에서 코치 경력을 이어갔는데 일본에 있으면서도 한국 농구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다. 일본 팀에서 나온 후엔 에픽 스포츠에서도 일을 했는데 구단에 속한 상태가 아닌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리그를 바라보는 좋은 경험을 했다.”
“이렇게 계속해서 한국 농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찰나 손창환 감독님과 미팅을 하게 되었다. 수석 코치와 관련된 건이었는데 1시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많은 부분에 대해 공감을 했고 감독님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나 스스로도 동의하는 부분이 많았다. 현장으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감독님과 소통이 너무 잘 됐고 내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 있어서 소노라는 선택지는 1순위였다.”
KCC 시절 가틀린 코치는 농구 뿐 아니라 농구 외적으로도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다. 이에 대해 알려진 스토리가 많지 않기에 구체적으로 그의 ‘러브스토리’에 대해 물었다.
“KCC 시절 청계산을 등산하는 것이 취미였다. 산에서 지금의 아내와 처음 만나게 되었다. 공통 관심사가 많았고 삶에서 지향하는 부분이 잘 맞았다. 여행, 요가, 명상부터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치관이 잘 맞았고 짧은 시간 내에 서로 간 믿음이 생겼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마친 후 일본에서도 함께 있었다. 2022년에 결혼을 했는데 한국에서 혼인 신고를 한 후에 일본에서 결혼식을 하고 이후에 한국에 와서 결혼식을 또 했다. 결혼을 3번 한 셈이다.”(웃음)
“와이프에 대한 칭찬을 하자면 끝도 없지만 시간 관계상 짧게 한 예시를 들어보겠다. 와이프의 고향은 창원이다. KCC 시절 창원 원정 경기가 있어 와이프를 초청했는데 처음에는 나를 보러 왔겠지만 그 후에는 농구가 주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100번도 넘게 경기장을 찾았다. 이후에는 NBA도 함께 보며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다. 가장 좋은 동반자이자 동료이다.”

그가 원하는 팀의 방향과 선수들의 육성 방향
KCC 시절 가틀린 코치는 송교창, 유현준, 이근휘, 곽정훈과 같은 젊은 축에 속한 선수들의 성장에 크게 이바지했다. 송교창은 이미 MVP 레벨의 선수이긴 했지만 갓 팀에 합류한 신인 급 선수들에게 가틀린 코치는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또 당시 KCC와 현재 소노의 상황은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소노는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이정현과 미래에 팀의 핵심이 될 이근준을 비롯해 필리핀 최고의 재능을 겸비한 케빈 켐바오까지 보유하고 있다.
“KCC에서 함께 땀을 흘렸던 선수들이 모두 자랑스럽다. 젊은 선수들은 D리그를 통해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곽정훈과 이근휘는 어디서든 열심히 자신들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지금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것을 따내며 성장했다.”
“소노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단계이다. 기존의 것들을 지우고 백지 상태에서 선수들을 평가하려고 한다. 팀 특성상 슛이 더 정교해야 하는데 슈팅은 자신감이 수반되어야 한다. 스스로 도전을 하며 선수로써 즐겨야 한다. 우리 팀은 다양한 연령대와 포지션의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기에 특별히 한 선수에게 기대를 하기보다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선수들을 보려고 한다.”
지난 시즌 소노는 혼란 그 자체의 시기를 보냈다. 시즌 중 감독이 교체 되었으며 새로운 감독 역시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시즌을 마친 후 곧바로 경질되었다.
하지만 손창환 감독과 가틀린 코치 하에 소노는 새로운 팀으로의 탈바꿈을 꿈꾸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코칭스태프가 그리는 다음 시즌의 구상과 목표는 어떻게 될까.
“첫 번째 목표는 팬들을 위한 농구를 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 그 본 바탕에는 에너지가 흐르는 팀이 되어야 한다. 또 수비에서도 열정을 가져야 한다. 이 2가지가 잘 되면 경기에서 발생하는 변수에 쉽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수비를 잘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격 옵션이라 생각한다. 팀에 심고 싶은 정신력을 3가지 단어로 표현하자면 ‘프라이드, 터프함,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목표와 팀의 목표를 동일하게 가져가고 있다. 지속적으로 밝히는 점이지만 팬들이 즐길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간단한 해답은 경기를 승리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소노라는 팀의 가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브랜딩을 해야 한다. 노력과 도전 정신, 열정이 승리의 지름길이다.”
“팀이 기존에 가진 관습에 대한 가치를 지키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이기에 열정과 노력, 도전 정신을 가지고 승리하며 팬들이 농구장을 많이 찾게끔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타일러 가틀린 코치 Profile
출신 : Jesuit College Preparatory School - the University of San Diego
코치 커리어 : D리그(2014-2017), 전주 KCC 이지스 (2020~2022), B1리그 (2022~2023)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2025~/수석 코치)
감독 커리어 : ABA D리그(2012-2014, 2017-2018), B3리그(2023-2024)
사진 = 이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