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가 지난 4월 제3대 감독으로 손창환 감독을 선임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은 아니지만 20년 가까이 전력 분석, 코치로 많은 경험을 쌓은 베테랑 지도자. 소노의 지휘봉을 잡고 사령탑으로서의 첫 발을 딛는 손창환 감독은 어떤 구상을 갖고 있을까?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KBL 1호 전력 분석

계성고와 건국대를 거친 손창환 감독은 현역 시절 안양 SBS(정관장의 전신)에서 4년 정도 선수 생활을 보냈다. 같은 포지션에 쟁쟁한 선수들이 있어 주전 경쟁은 쉽지 않았고,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은퇴를 결정했다. 손 감독은 현역 시절을 회상하면서 본인을 ”밤낮없이 노력만 했던 무식한 선수“라고 이야기했다.

”현역 시절을 기억하면 무식한 선수? 구력이 짧아서 기술 있는 친구들을 따라잡으려고 밤낮없이 운동했어요. 그런데 방법이 잘못됐던 거죠. 무작정 슛만 쏘고 달리고 웨이트 트레이닝하면서 두리뭉실하게 열심히만 했습니다. 지금은 체계적으로 약점을 강화하는 부분이 있는데 저는 가이드 라인이 없었고 목표로 삼았던 것들에 대한 케어들이 부족한 채로 열심히만 했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빨리 은퇴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저는 죽도록 열심히 했는데 옆의 선배나 잘하는 친구들은 쭉 쉬고 와도 저보다 잘하니까 열이 받더라고요. 나는 죽겠는데 친구들이 그냥 하면 저보다 항상 잘하니까 따라잡을 수 없는 차이라고 생각하고 빨리 은퇴를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래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생각도 바뀌었고 지금은 알려고 하면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지금 제가 농구선수였으면 어땠을지 하는 생각도 들죠.“

일찍 커리어를 마감한 뒤 구단 프런트로 일하고 있었던 손 감독은 SBS에서 KBL 최초의 전력 분석을 맡게 됐다. 10년 정도 전력 분석으로 일하면서 해당 분야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구단으로부터 코치 제안을 받았고, 승낙하면서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당시 SBS였는데 새로운 신임 단장님이 비인기 종목도 전력 분석해서 올림픽에 나가는데 왜 농구는 프로인데 전력 분석이 없냐고 말씀을 하신 것에서 시작됐어요. 그때 제가 홍보 마케팅을 하고 있었는데 선수 출신이다보니 전력 분석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고 SBS 뉴스텍 편집실로 4~6개월 정도 파견을 나갔어요. 그런 뒤로 농구계에 전력 분석이 생기기 시작했죠.“

”이상범 감독님이 코치로 계셨는데 미국에 짧게 연수를 다녀오셨는데 미국 전력 분석들은 이렇게 한다고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을 주셨어요. 그걸 발판 삼아서 하나씩 늘려나갔죠. 그러다가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전력 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했는데 그게 농구 쪽에도 전파가 되면서 디지털화되는 것에 많이 공헌했죠.“

”처음에는 지도자보다는 전력 분석 관련 학과를 하나 만들어서 더 보급을 시키고 저변화 시키고 싶었어요. 대학 쪽으로 공부를 더 해서 학과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구단에서 코치 제의를 하시면서 적극적으로 설득을 하셔서 코치 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KGC의 황금기를 지탱한 숨은 조연으로 활약한 손 감독은 2022년부터 고양으로 건너와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다사다난한 시간들을 보낸 가운데 특히 데이원 시절에는 모기업 재정난으로 선수단,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장기간 월급을 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면서 당시 코치였던 손 감독이 군 입대하는 선수들을 위해 일용직도 마다하지 않고 밥을 사줬다는 웃지 못할 일화가 알려지기도 했다.

”사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우여곡절이 많았죠.(웃음) 데이원 시절에는 힘들었어도 힘든 줄 몰랐어요.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하고 열정적으로 해줘서 ‘내일이 있겠다‘라는 희망이 있었어요. 열정, 희망, 꿈이 있었는데 시즌이 끝나고 그런 것들이 많이 밀려오면서 힘들었죠. 선수들 군대 간다는데 밥 한 끼 사줄 수 없는 상황이 되니까 마음이 상하더라고요.“

”일용직이요? 그걸 누가 알아서 제보를 했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선수들에게도 말을 안 했거든요. 자랑할만한 일도 절대 아니고 아무튼 그때 생각하면 마음이 울컥해요.“

제3대 소노 감독으로 부임하다

소노는 지난 시즌 두 명의 사령탑을 거쳤다. 김승기 감독이 시즌 도중 자진 사퇴하고 김태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여러 악재까지 겹치며 8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정규리그 종료 직후 김태술 감독과의 이별을 결정한 소노는 구단 선수들을 잘 아는 손창환 감독을 선임했다.

”기분이 좋고 나쁜 감정이 아니었어요. 걱정도 있었고 마음이 무거웠죠. 잘할 수 있을지, 이 상황에 나를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을지 제게 그런 힘이나 에너지가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충분히 생각하고 기본 전략, 전술 들에 대해 고민하다가 정리가 되면서 약속한 마지막 날에 연락을 드렸죠.“

”하루 이틀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되게 많이 했는데 이것저것 찾아보고 3일 정도 됐을 때 갑자기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동선이 그려지면서 이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 번 재밌는 시즌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하게 됐죠.“

코칭스태프 구성은 타일러 가틀린 수석코치, 그리고 김강선-박찬희 코치로 완료했다. 눈에 띄는 이름은 역시 가틀린 코치. 어떤 이유에서 그를 선임하게 됐을까?

”가틀린 코치는 와이프가 한국 분이시고 3년 동안 한국에 있었어요. 그리고 이 친구가 스킬 트레이닝도 하고 여기저기 재능 기부도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만나자고 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방향성과 너무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제가 의견을 이야기하면 그 친구가 원하는 답을 해주고 서로가 공감대를 형성해서 같이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죠.“

”건방진 말일 수도 있지만 김강선, 박찬희 코치는 저처럼 만들고 싶어요. 코치들을 보면 본인들이 뭔가 찾아서 할 수 있는 능력치가 부족한 경우들이 있어요. 각자 노력하고 공부해서 여러 분야를 섭렵한 친구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김강선, 박찬희 코치는 경험이 많지 않잖아요. 한 번 코치 생활을 제대로 해보고 역량이 되고 기질을 발휘하면 계속 같이 가면 되는 것이죠.“

소노는 선수단 소집 후 진행할 워크숍에서 한 시즌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손창환 감독은 물론 사무국과 지원스태프도 발표에 나선다. 팀을 끌어가는 데 있어서 손 감독의 철학에 담겨있는 부분이다.

”프로 선수라고 해서 주는 것만 받는 게 아니라 천 원짜리 우유가 하나 오더라도 이 우유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내게 오는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보통 회사는 담당자가 기안을 하고 위로, 위로 도장을 찍고 다시 내려와서 한 바퀴를 돌게 되는데 그러한 노력을 알려주면서 우리가 받는 게 그냥 받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프런트 내에서도 여러 부서가 있는데 구단과 선수단이 더 긴밀한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저 같은 경우는 발표 자리에서 팀의 방향성에 대해 우리가 이런 운동을 할 것이고 이렇게 만들어서 시즌을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방향성을 이야기할 것이고 트레이너들은 이런 운동을 많이 할 것이고 어떻게 운동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잘 쉬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식이죠.“

종목을 가리지 않고 ’선수단 장악 실패‘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 시대다. 과거와는 리더십의 방향도 달라졌고 선수들의 스타일도 크게 변화했다. 손 감독이 추구하는 팀 운영 방향은 어떨까?

”선수단 장악이라는 말에 대해서 사실 잘 모르겠어요. 군대도 아니고 장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같이 가야 하는 것이잖아요. 성적이 나오면 같이 좋을 것이고 안 나오면 같이 나쁠 거예요. 내가 경험이 조금 더 많으니 바닥을 깔고 틀을 만들 것인데 위에서 선수들이 하다가 내가 틀린 게 있을 수도 있으니 틀린 건 조언을 받으면 되는 것이고 같이 간다고 생각해요. ‘내 말이 맞으니까 무조건 따라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에겐 단합을 가장 강조하려고 합니다. 우리 팀은 무조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후배들은 선배들을 존경해야 하고 선배들은 후배들을 존중해야 해요. 누구 말이 맞다고 원사이드하게 가면 안 되고 다들 위해주면서 가야지, 그걸 벗어나는 행동이나 언행을 한다면 가차 없이 철퇴를 내릴 겁니다.“

코트에서는 공격적인 농구에 대해 짚으며 기존의 영역을 파괴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전력 분석 전문가인 만큼 기대되는 대목. 또한 이정현-이재도-케빈 켐바오 트리오의 공존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공격과 수비 모두 현대 농구 트렌드가 공격적인 농구입니다. 더 가자면 주로 빅맨과 작은 선수의 2대2 게임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 영역을 파괴하고 싶어요. 세 명(이재도-이정현-케빈 켐바오)의 공존에 자신이 있다기보다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역량이 있는 친구들이고 지금 구상하고 있는 것도 그런 쪽의 어떤 움직임과 공격 방식입니다.“

”정현이 같은 선수들은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상 제약을 두면 이런 선수들은 오히려 그 제약에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많더라고요. 일단 풀어주는 게 그 선수도 살고 팀도 사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컨디션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는데 우리는 대체할 교체 카드도 많아요.“

끝으로 손 감독이 강조한 것은 소노만의 팀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다음 시즌 주장은 정희재가 계속 이어갈 예정. 또한 ’이번 시즌은 꼭 봄에 뵙겠다‘는 당찬 포부도 전했다.

”선수들을 잘 살리고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만의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걸 위해서 (정)희재와도 긴밀하게 대화하고 싶습니다. 선배가 후배를 찍어 누르고 이런 게 아니라 진짜 팀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공을 들이고 있어요. 다음 시즌 주장은 그러한 문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희재가 가장 적합하다고 봅니다.“

”신임 감독이라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이번 시즌은 재밌는 농구를 하려고 구상 중입니다. 그리고 선수들이 그렇게 해내리라 믿습니다. 이번 시즌은 꼭 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손창환 감독 Profile
출신교 : 동덕초-계성중-계성고-건국대
선수 경력 : SBS 농구단(1999~2003)
프로 지도자 경력
안양 KGC 코치(2015-2022)
고양 데이원 코치(2022-2023)
고양 소노 코치(2023-2025)
고양 소노 감독(2025~현재)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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