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니스 아데토쿤보와 밀워키가 드라마의 중심에 설까. 양측이 12년 간의 동행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올 시즌도 밀워키는 시즌을 조기 마감한 상태다. 이건 단순한 시그널이 아니다. 밀워키에겐 위기의 적색 경보이고, 아데토쿤보에겐 다리를 건널 때가 됐다는 녹색 신호다. 과연 올여름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6월호에 게재됐으며, 내용이 일부 수정 및 각색됐습니다.

2021년 그후 4년
2021년은 밀워키에 영광의 해였다. 오랜 숙원이었던 프랜차이즈 두 번째 우승을 맛봤다. 1971년이 유일한 우승이었으니 무려 50년이나 기다린 셈이다.
덤비고 또 덤볐다. 2000년대부터 밀워키는 어설픈 1라운드 진출 팀에 머물렀다.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5년 동안 플레이오프에 나선 횟수가 8번. 그런데 모두 1라운드에서 무릎을 꿇었다.
악몽을 끊은 주인공은 야니스 아데토쿤보였다.
2013년 드래프트를 통해 사슴군단에 둥지를 튼 그리스 괴인은 이후 MVP급 선수로 급성장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가 늘 상한선이었던 밀워키도 달라졌다.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이 부임하면서 아데토쿤보의 위력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이 구축됐고, 2019년 밀워키는 동부 결승 진출까지 성공했다. 유리천장을 제대로 깬 셈이다.
2021년, 밀워키는 역사를 쓴다. 케빈 듀란트, 제임스 하든, 카이리 어빙을 동시에 보유한 슈퍼 팀 브루클린을 동부 준결승에서 꺾었고, 동부 결승에서는 트레이 영의 애틀랜타를 제압하며 파이널에 올랐다.
파이널 첫 2경기에서 피닉스에 패한 밀워키는 위기에 몰렸지만, 하지만 이후 내리 4연승을 거뒀다. 아데토쿤보는 물론 크리스 미들턴, 즈루 할러데이 같은 빅네임이 힘을 냈다. 결국 밀워키는 5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우승을 맛본 밀워키의 전력은 점점 흔들렸다.
즈루 할러데이-크리스 미들턴-야니스 아데토쿤보-브룩 로페즈-바비 포티스로 이어지는 우승 공신들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바로 다음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보스턴에 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이후에는 크리스 미들턴이 부상에 시달리면서 폼을 잃어버렸다. 밀워키는 공략당하기 시작했다.
2022-2023시즌 밀워키는 58승을 거두며 동부 1위로 플레이오프를 맞이했다. 우승 트로피 탈환의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허무한 결과를 맞이했다. 야니스 아데토쿤보, 크리스 미들턴이 부상으로 수시로 결장하면서 마이애미에 여지를 내줬고, 결국 충격적인 업셋을 당했다.
이 업셋은 밀워키가 큰 변화를 도모하는 계기가 됐다. 밀워키는 트레이드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던 데미안 릴라드를 영입, 로스터에 변화를 줬다. 이 과정에서 즈루 할러데이와 그레이슨 알렌은 과감하게 포기했다.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은 전격 경질하고 촉망받는 지도자였던 애드리안 그리핀 감독을 영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애드리안 그리핀은 정규시즌 시작 후 만족할 만한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데토쿤보는 불만을 토로했고, 그리핀은 43경기 만에 짐을 쌌다. 조 프런티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려던 밀워키는 해설자로 활동 중이던 닥 리버스 감독을 구원투수로 영입, 정식 감독으로 임명했다.
닥 리버스 체제에서 시작한 우승 도전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이 시즌 밀워키는 플레이오프에서 아데토쿤보의 부상 이탈 여파로 1라운드에서 허무하게 무릎을 꿇는다. 2024-2025시즌에는 정규시즌에 동부 6위라는 애매한 성적을 기록했고 플레이오프에서 또 다시 1라운드에 고배를 마셨다. 시즌 중에 크리스 미들턴을 트레이드해 카일 쿠즈마를 영입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적색경보
2021년 이후 계속된 왕좌 탈환 실패. 하지만 이번 시즌의 실패는 밀워키에 유난히 무겁게 다가온다. ‘적색경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유가 있다. 일단 밀워키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주요 우승 멤버들이 팀을 이미 떠난 가운데 1988년생 브룩 로페즈는 노쇠화의 길목에 들어섰다. 여기에 데미안 릴라드는 이번 플레이오프 도중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으로 시즌아웃됐다. 다음 시즌도 거의 뛰지 못할 것이 유력하다. 즉 밀워키는 다음 시즌에도 현실적으로 우승을 노리기 힘들다.
카일 쿠즈마나 바비 포티스가 대신 아데토쿤보와 함께 우승에 도전할 만한 선수인 것도 아니다. 1994년생 12월생인 아데토쿤보는 이미 만 30세다. 최전성기가 많이 남지 않은 것이다. 여전히 우승을 갈망하는 아데토쿤보 입장에서 밀워키에 계속 잔류하는 것은 어찌 보면 시간 낭비다. 이적을 결심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셈이다.
아데토쿤보는 플레이오프가 끝나자마자 밀워키 구단과 팀의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데토쿤보가 팀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보인다.
아마도 아데토쿤보는 가장 우선적으로는 밀워키에 전력 보강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밀워키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밀워키의 올 시즌 팀 연봉은 1억 8,619만 달러로 리그 전체 6위다. 사치세만 2,900만 달러 이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갑을 너무 크게 열다 보니 선수 영입에 제한이 걸리는 에이프런(apron) 라인에 걸려 있는 것은 당연하다. 밀워키는 올 시즌 1차 에이프런 라인을 800만 달러 가량 넘었고, 2차 에이프런 라인까지도 273만 달러 정도의 여유만 남아 있다.
NBA 규정상 팀 연봉 총액이 1차 에이프런 라인을 넘어선 팀은 미드-레벨 익셉션이나 비애뉴얼 익셉션 같은 예외조항 FA 영입이 불가능하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도 할 수 없고, 트레이드 시에 상대 팀보다 더 적은 샐러리를 교환하는 것도 금지된다. 즉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밀워키가 아무리 애를 써도, 대대적인 변화가 없는 한 전력은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
아데토쿤보가 1년의 '갭 이어(gap year)를 보내며 밀워키에 잔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트레이드 요구가 있을 경우에는 밀워키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현지 보도대로 밀워키가 아데토쿤보의 대가로 많은 것을 요구하면, 아데토쿤보를 영입하는 팀의 전력이 크게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데토쿤보로서는 밀워키 잔류보다는 당연히 이적이 매력적이다. 밀워키에 남는다고 해도 우승 도전 전력을 다시 구축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데토쿤보의 둥지는 어느 곳이 될까? 현지에서는 휴스턴, 샌안토니오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댈러스의 1순위 지명권 획득 이후 댈러스가 행선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트레이드 시장에 대어가 나오면 늘 거론되는 레이커스, 마이애미 역시 이번에도 후보로 꼽힌다.
드래프트 지명권을 다수 보유한 오클라호마시티, 브루클린도 행선지로 떠오르고 있다. 매년 MVP 레이스 탑3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선수인 만큼,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아데토쿤보의 인기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아데토쿤보와 밀워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야니스 드라마’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BONUS 올해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 선수들은?
야니스 아데토쿤보뿐만 아니다. 올해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선수는 또 있다.
피닉스의 케빈 듀란트는 이번 여름 중 트레이드를 통한 이적이 유력하다. 소속 팀 피닉스가 플레이-인 토너먼트조차 나가지 못할 정도로 경기력이 망가졌고, 시즌 중 듀란트 트레이드 시도로 인해 듀란트와의 관계가 틀어졌기 때문이다. 휴스턴, 미네소타, 샌안토니오, 마이애미 등이 행선지로 거론된다.
리핏 도전에 실패한 보스턴 역시 ‘바겐 세일’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팀 연봉과 사치세 합계 금액이 2억 달러가 넘어간 상태에서 다음 시즌까지 현재의 비싼 로스터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이슨 테이텀의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과 시즌아웃으로 보스턴의 ‘바겐세일’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데릭 화이트,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 즈루 할러데이가 유력 트레이드 후보로 꼽힌다.
필라델피아의 폴 조지, 레이커스의 오스틴 리브스, 유타의 라우리 마카넨도 트레이드 루머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드래프트 픽 추첨에서 3순위 지명권을 거머쥔 필라델피아는 폴 조지와 3순위 지명권을 묶어 듀란트 혹은 마카넨을 노린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르브론 제임스 은퇴 이전에 우승을 노릴 레이커스는 수비가 약하고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한 리브스를 트레이드할 것이라는 루머가 꾸준히 나오는 중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