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하게도 스포츠와 부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부상 관리는 현대 스포츠에서 너무 중요하다. 부상 위험을 미리 줄이고, 부상이 발생한 후에 잘 대처하고 관리하는 것은 한 선수와 한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루키는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눌 수 있는 ‘메디컬 리포트’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정형외과 임상조교수이자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 창원 LG 세이커스 필드 닥터로 활약하고 있는 김두한 교수와 함께 다양한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이번 편의 주제는 혈전증이다.

글: 김두한 교수
정리: 이동환 기자

 

 

빅터 웸반야마에서 데미안 릴라드까지, 지금 현재 NBA에서 가장 무서운 부상을 고르자면 아마도 그것은 혈전증일 것입니다. 과거 혈전증으로 치료를 받은 대표적인 선수로는 크리스 보쉬, 브랜든 잉그램 등이 있으며, 혈전증으로 진단된 선수들은 즉시 시즌 아웃되고 치료에 전념하였습니다.

가장 최근에 진단받은 밀워키 벅스의 슈퍼스타 데미안 릴라드 또한 3월 말 심부정맥 혈전증을 진단받고 즉시 엔트리에서 빠져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기존 사례를 보면 릴라드의 시즌 아웃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3주 만에 완치 판정을 받고 플레이오프 중 복귀하는 것이 낙관적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생명과 직결될 정도로 위험하다고 알려진 혈전증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치료될 수 있었을까요? 혈전증이 어떤 질환인지, 오늘은 이 질환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심부정맥 혈전증(Deep Vein Thrombosis)은 동맥에서 말초 미세혈관을 지나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혈류 경로에서, 정맥이 손상되거나 혈액이 정체되어 순환하지 않게 되면 혈액이 응고되어 ‘혈전’(피떡)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혈전은 해당 부위에서 혈액을 정체시킬 뿐 아니라, 다른 주요 혈관으로 이동해 완전히 막을 수도 있습니다. 주요 장기를 막게 되면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치명적 합병증은 폐색전증입니다.

말초혈관에서 산소를 소비한 혈액, 즉 정맥혈은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교환하기 위해 항상 폐로 향합니다. 이때 혈전이 폐를 막아버리면 폐의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심각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진단 즉시 원인을 제거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 심부정맥 혈전증은 정형외과 영역에서는 매우 익숙한 질환입니다. 인공 고관절 치환술, 인공 슬관절 치환술, 척수 수술 등을 받은 환자들은 침대에 장시간 누워 있어야 하고, 보행 능력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여기서 보행 능력과 보행 시간이 혈액 순환에 매우 중요합니다. 심장은 우리 몸의 손발 끝까지 혈액을 보내기 위해 펌핑 작용을 하지만, 반대로 다리에서 심장으로 혈액을 다시 올릴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종아리 근육입니다. 보행이나 운동 시 근육이 수축하면서 정맥을 눌러 혈액을 위로 올리기 때문에, 종아리 근육을 ‘제2의 심장’이라고도 부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근육이 정맥을 누르면 혈액이 심장 쪽으로만 흐르지 않고 역류하지는 않을까? 다행히 정맥 안에는 혈류의 역류를 방지하는 판막이 있어서 혈액이 심장 방향으로만 순환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의문점은, 전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NBA 선수들이 왜 움직임이 부족한 수술 후 환자들에게 흔히 생기는 질환에 걸리는 걸까 하는 점입니다.

심부정맥 혈전증은 결국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에 얼마나 오래 노출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선수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위험 요소는 이동 시간입니다. 넓은 미국을 누비며 시즌 동안 82경기 이상을 소화해야 하기에, 버스나 비행기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매우 길어집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NBA 선수들은 시즌 동안 약 6만~8만 km를 이동한다고 합니다.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은 수술 후 침대에 누워 있는 것처럼 종아리 근육을 사용하지 않아 혈액이 정체되기 쉽습니다.

또 다른 위험 요인은 과훈련, 과운동으로 인한 탈수입니다. 격렬한 운동 후 수분 손실이 발생하면 혈액의 점도가 증가하고, 이는 혈전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최근 NBA에서 혈전증 진단이 늘어난 마지막 원인으로는 의료 기술의 발전과 영상 진단기기의 보급을 들 수 있습니다. 혈전증을 진단할 수 있는 영상기기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진단을 위한 프로토콜도 세분화되고 정밀해지고 있습니다.

한 예가 이동식 초음파입니다. 현장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동식 초음파는 과거에는 영상 품질이 좋지 않아 진단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기술이 발전해 믿을 만한 검사로 자리잡았습니다.

근육, 인대 손상뿐 아니라 혈관 검사에도 많은 도움이 되며, 혈전증이 의심될 때 혈관을 눌러보아 혈관이 제대로 눌리지 않고 두께가 유지된다면, 그 안에 무엇인가가 존재한다고 강하게 의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혈관 조영 CT를 통해 혈액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확인함으로써 더욱 명확한 진단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환자나 선수가 어떤 불편함을 호소할 때 혈전증을 의심하고 적극적으로 검사를 해야 할까요? 혈전증 초기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의 의심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장거리 비행이나 이동 후 종아리 또는 하지에 불편감이나 부종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면, 한 번쯤은 의심하고 접근성 좋은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혈전증이 진단되면, 항응고제를 3~6개월간 복용하며 추가 혈전 생성을 막고 기존 혈전의 제거를 돕습니다. 이 기간 동안은 격렬한 운동이나 접촉성 운동은 피해야 하며, 종아리 근육의 펌프 기능 유지를 위해 적절한 보행과 가벼운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시간 앉아 이동해야 할 경우 압박스타킹을 착용하고, 가능하면 1시간마다 한 번씩은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수분 섭취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데미안 릴라드의 경우는 일반적인 사례와는 다릅니다. 진단 후 불과 3~4주 만에 완치 판정을 받고 정상 훈련에 돌입했는데요, 이는 조기 진단이 잘 이루어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혈전의 크기가 작고 초기 단계에서 진단되었기 때문에 빠르게 사라졌고, 그만큼 빠르게 복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선수들의 안전과 질환 예방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요즘, 앞으로도 혈전증은 더욱 자주 등장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선수들도 예외가 아닌 만큼,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사무직 종사자나 장거리 이동이 잦은 분들도 경각심을 갖고 혈관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김두한 교수는...

현재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 의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관절경 수술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9년 12월부터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으로 합류해 U18, U19 청소년 대표팀 팀 닥터를 맡았으며 2021년 FIBA U19 농구월드컵, 2022년 FIBA U18 아시아선수권에 동행해 선수들을 직접 관리했다. 현재 대한스포츠의학회 학술 위원과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팀 주치의도 겸임 중이다. 2023-2024시즌부터는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의 필드 닥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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