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모비스 한호빈은 어느덧 데뷔 13년 차 베테랑이 됐다. 오리온, 데이원, 소노를 거쳐 올 시즌 현대모비스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2위 경쟁을 이끄는 중이다. 새로운 팀에서 의미 있는 시즌을 보내고 있는 한호빈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본 인터뷰는 지난 2월 21일 이뤄졌으며, 루키 2025년 3월호에 게재됐습니다.

키 식스맨
지난해 봄 소노를 떠나 현대모비스로 이적한 한호빈은 팀의 키 식스맨으로 활약하며 현대모비스 가드진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시즌 첫 37경기에서 17분 24초 동안 4.0점 1.4리바운드 1.8어시스트. 언뜻 보면 대단하지 않은 기록이지만, 수비에서 높은 공헌도를 보여주고 있고 13년 차 베테랑다운 경기 운영도 돋보인다.
한호빈을 만난 건은 지난 2월 21일. 대표팀 휴식기를 맞아 각 팀이 휴식과 재정비에 집중하고 있던 시기였다.
"일정 많 타이트해서 힘들었는데 이제 브레이크를 계기로 회복도 많이 하고 몸 관리에 집중하면서 좀 컨디션을 많이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제가 원래는 비시즌 때 몸이 좀 안 좋다가 시즌이 시작하면 몸을 조금씩 끌어올리고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컨디션이 가장 좋거든요. 그런데 올 시즌은 지금 많이 지쳐 있는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평소 뛰던 것과 다른 환경이기도 하고 적응이나 여러모로 신경쓸 게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한호빈은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오리온에 지명돼 쭉 고양에서만 뛰어왔다. 데이원, 소노 등 재창단된 팀에서 유니폼을 갈아입긴 했으나, 한호빈은 항상 고양의 선수였다.
그런 그의 둥지가 지난해 봄 처음 바뀌었다. FA 시장이 열렸지만 기대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보상 규정에 묶인 것이 컸다.
"솔직하게는 시즌 끝나고 FA 시장이 열리고 나서도 저는 그냥 덤덤했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잘될 줄 알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상황이 막막하더라고요.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까 점점 시일이 촉박해지고 다른 선수들의 계약 기사를 보면서는 조급해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주변에서도 연락이 많이 왔었요. 어떻게 되냐고요. 그땐 잘 모르겠다고 답했었고 실제로 연락 오는 팀도 없고 그랬는데 원소속 구단에서는 계약을 안 하기로 이미 결정한 상태였죠. 그때부터 눈앞이 막막해졌어요. 여기저기 연락도 해보고 그러다 보니 현대모비스라는 좋은 팀에서 연락이 와서 다행히 잘 마무리가 됐어요."

한호빈 개인으로서도 처음 겪는 어려움이었다.
"첫 FA 때는 제가 무보상 선수이기도 했고 좀 그때 기록도 굉장히 좋았어요.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다 보니까 그때는 뭔가 자신감에 차 있었죠. FA로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어요. 당시와 비교하면 완전 극과 극이었죠."
낯선 팀에서의 생활과 훈련이 어려울 법도 하지만, 10년 차가 넘은 베테랑답게 빠르게 적응한 한호빈이다.
"외부에서 봤을 때는 모비스에 대한 강한 인식이 있잖아요. 훈련이 터프하고 강도도 많이 강한 팀이고 뭔가 분위기도 많이 좀 어둡고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웃음)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이 주가 돼서 경기를 하다 보니까 분위기가 굉장히 밝아요. 훈련은 좀 힘들긴 하지만 분위기 자체는 굉장히 밝아서 그런 면에서 좀 많이 놀랐어요."
"평소에 (장)재석이 형하고 굉장히 친했고 (김)준일이도 친한 사이였어요. 다만 그 외에는 가까운 선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제가 성격상 낯을 가려서 처음에 오기 전부터 긴장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런데 다행히 제가 고참 쪽에 속해 있다 보니까 어린 친구들이 먼저 와서 말을 걸어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이제 적응을 좀 잘했던 것 같아요"

대변신 그리고 꿈
건국대 시절 한호빈은 어시스트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공격적인 재능이 돋보이는 선수였다. 프로에서도 한호빈은 패스와 슈팅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017-2018시즌에는 평균 5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하기도 했고, 커리어 3점슛 성공률은 34%가 넘는다.
그랬던 한호빈이 현대모비스에서는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팀에 더 필요한 부분을 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변화였다. 무게감 있는 수비수가 없는 현대모비스에서 한호빈의 수비와 터프함은 큰 힘이 되고 있다. 조동현 감독도 한호빈에 대해 칭찬을 쏟아낼 정도다.
"우선은 이 팀에 빨리 녹아들고 적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제일 큰 목표였죠. 경기에서 뭐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이 훨씬 컸어요. 게다가 현대모비스 가드진이 워낙 탄탄하잖아요. (김)지완이 형, (서)명진이, (박)무빈이, 옥존까지 좋은 선수가 많아서 이 경쟁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고 원래 제 플레이스타일대로 하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수비 위주로 플레이하면서 경기에서 강한 인식을 심어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사실 제가 수비에 자신감이 큰 편은 아니었거든요. 수비를 애초에 잘하는 선수도 아니었고요. 다만 현대모비스에는 수비를 강하게 할 수 있는 가드가 없다고 생각을 했고 그 부분을 제가 커버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공격에서 훌륭한 선수들은 워낙 많으니까요. 하다 보니까 수비도 재미가 들리더라고요."
이제 자연스럽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한호빈이다. 그의 목표는 현대모비스에서의 우승 그리고 부상 없는 시즌이다.
"저는 그냥 코트에서 한 발 더 뛰고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한 경기, 한 경기 할 때마다 무사히 끝나기를 기도하거든요. 부상 없이, 다치지 않고 끝내자고요. 그렇게 건강하게 뛰면서 이번엔 우승을 하고 싶어요. 우리 팀이 비시즌에 목표로 했던 게 챔피언이에요.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서 꼭 우승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 2위 싸움 중이긴 하지만 저를 포함해서 선수들이 한 발 더 뛰면서 노력해서 꼭 우승을 하고 싶어요."

사진 = 강정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