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단 2~3차례의 훈련이 고작인 韓 대학선발의 준비

이렇듯 협회와 연맹이 하나가 돼 지원을 하고 선수들 역시 체계적으로 대회를 준비한 일본과 비교해 한국은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을까? 사실 한국은 일본과 비교해 준비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일단 선수들이 제대로 훈련을 한 게 대회 직전에 2~3일 정도 모인 것이 전부다. 이번 이상백대 대회에서 한국 남대부 감독을 맡은 이상윤 전 상명대 감독은 대회 직전 <더 바스켓>과 통화에서 “일본이 착실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준비가 부족해 걱정이다. 지난해는 이종현(모비스)과 최준용(SK), 강상재(전자랜드) 같은 멤버들이 있어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올해는 전력이 다소 약화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별로 대학리그와 학사 일정이 있어서 많은 시간 훈련을 하기 어렵다. 손발이라도 어느 정도 맞추고 가야할 텐데 그러지 못해서 사실 걱정이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여기에 대학연맹은 이상백배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를 전년도 대학리그 6강 플레이오프 이상 진출한 팀의 선수 중에서 뽑고 있다. 아무리 개인기가 좋고 뛰어난 선수라도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면 대학선발에 뽑힐 자격 자체를 잃게 되는 시스템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경기력이 일본보다 한 수 위였기 때문에 이렇게 멤버를 뽑아도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올해는 달랐다. 빅3의 졸업으로 높이가 약해진 만큼 전년도 팀 성적과 상관없이 말 그대로 대학리그 최정예 멤버를 구성했다면 결과는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또 이상백배 대회는 친선교류전이지만 엄연히 한국과 일본의 국가대항전이다. 한국과 일본의 준국가대표인 대학선발이 양국의 자존심을 갖고 경기를 치르는 대회지만 한국대학연맹이 이 대회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이나 준비, 지원은 항상 그렇지 못했다. 이상백배 대회, 나아가 8월의 유니버시아드 대회까지 내다보고 일찌감치 선수들을 소집해 훈련을 시킨 일본대학연맹과 비교하면 한국대학연맹의 행정적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일본이 하나가 돼 거둔 승리!” 자축하는 日 농구계

이렇게 상반된 준비 과정 속에 시작된 이상백배 대회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10년 만에 부활한 여대부는 많은 점수차의 대패를 당했고, 그래도 자존심을 지키리라 믿었던 남대부 역시 전패를 당했다.

이 대회를 도쿄 현지에서 취재한 미카미 기자는 “B리그 일정상 3차전 밖에 취재하지 못해 많은 걸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뒤, “이미 1,2차전을 내줬기 때문에 의욕을 잃었는지 모르지만, 이전 팀들과 비교해 이번 한국팀은 기백이 없어 보였다. 이전 한국 선수들은 워밍업 때부터 큰소리로 기합을 넣고 ‘일본에는 절대 지지 않아!’라는 마음가짐이 드러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고 일본이 골을 넣어도 ‘어쩔 수 없다’라는 느낌으로 뭔가 쉽게 포기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지금까지 내가 본 한일전(프로 포함) 중에서 가장 재미없는 경기였다”라고 평했다.

참고로 미카미 기자는 다케다 요코 기자와 더불어 <더 바스켓>의 또다른 일본 측 파트너로 빠르고 생동감 있는 한국농구를 좋아하는 지한파 기자다. 이상백배 대회가 열린 기간은 마침 B리그의 플레이오프 기간이라 대부분의 기자들이 그쪽으로 몰렸지만 한국팀의 경기였기 때문에 어렵사리 시간을 쪼개 취재에 임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허훈을 꼽았다.
“팀의 리더이자 에이스로서 3차전에서 고군분투했다. 이전 경기들의 기록만 봐도 허훈 혼자 많은 걸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그는 일본의 3전 전승의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수비’라고 답했다. 그는 “일본이 단단히 준비를 한 듯 타이트한 팀 디펜스로 한국을 괴롭혔다. 공격은 가드 사이토 타쿠미(메이지대 4년, 172cm)를 중심으로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가 균형 있게 득점을 했다. 3차전에 일본의 에이스인 바바 유다이(츠쿠바대 4년, 195cm)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확실히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조직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농구계에서는 이번 이상백배 대회 3연승으로 축제 분위기다. 특히 이상백배 대회에서 일본이 이기기 시작한 것이 2006년부터고, 3연승을 거둔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기 때문에 매우 기뻐하고 있다.

日 대학연맹의 에바 테츠야 회장과 히로세 타카히로 부회장 등 연맹 수뇌부들은 ‘일본이 하나가 된 승리’, ‘다 같이 힘을 합쳐 얻어낸 승리’라는 말과 함께 선수들을 격려하고 기쁨을 나눴다는 후문이다. 이들 대학선발에게 많은 훈련비를 지원한 JBA 역시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3전 전승이라는 결과물을 얻었기에 크게 만족하며 아깝지 않은 지원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일본은 이상백배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일당비(비공개 교통비 개념)로 하루에 4000엔을 지급하는데 3연승을 하면서 기존 12000엔에 8000엔을 더 추가해 2만엔씩 지급하기도 했다. 대학선수들에게 주는 일종의 우승 보너스인 셈이다.

미카미 기자는 “일본 농구계는 올해 유니버시아드도 있고, 그 준비의 하나로 최근까지 계속 이길 수 없었던 한국에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한국의 정신무장이 제대로 된 농구에 일본이 두려워하지 않고 싸울 수 있을까를 지켜봐왔는데 이번만은 그렇지 않았다. 승패와 상관없이 내가 알던 집중력을 바탕으로 한 한국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 다소 실망이었다”고 말했다.

여자는 이미 일본이 아시아 최강에 올라선 지 오래다. 남자 역시 아직은 근소하게나마 한국이 앞서고 있지만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라고 국내 농구인들은 말한다. 현재 한국의 준국가대표이자 시간이 지나 한국 대표팀의 주축이 될 대학선발이 이런 결과를 냈으니 미래의 일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과거처럼 많은 훈련량만으로 성적을 내던 때는 지났다. 선수에게 꼭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고 경기력을 키워줄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탄탄한 지원이 지금 한국농구에 필요한 때다.

제40회 이상백배 한일대학농구대회 결과

일시 : 5월 19일(금)~21일(일), 3일간
장소 : 일본 도쿄 오오타구 종합체육관

결과

5월 19일
남대부 한국 70(17-21, 12-10, 25-21, 16-22)74 일본
여대부 한국 22(9-20, 10-21, 10-29, 4-20)90 일본

5월 20일
남대부 한국 77(20-14, 14-17, 17-22, 26-27)80 일본
여대부 한국 45(7-21, 7-21, 14-22, 17-23)87 일본

5월 21일
남대부 한국 84(22-28, 20-24, 15-15, 27-26)93 일본
여대부 한국 32(5-20, 2-16, 9-26, 16-23)85 일본

사진=미카미 후토시 日 프리랜서 농구전문기자, 대학농구연맹 제공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