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올 시즌 야심차게 출범한 일본의 프로농구리그 B리그가 지난 1월 올스타 브레이크와 2월초 리그 중단기간을 마치고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기본적으로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만 경기를 진행하는 B리그는 5월초까지 총 32주에 걸쳐 경기를 진행하는데 2월말은 후반기의 시작인 20번째 주에 해당된다.

중반을 넘어선 B리그에서 가장 독보적인 팀은 가와사키 브레이브 썬더스다. 지난해 NBL 우승팀 자격으로 1월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제1회 동아시아 챔피언십 대회에 참가했던 가와사키는 2월 21일 현재까지 32승 6패로 단독 선두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모든 기록은 2017년 2월 21일 기준)

B리그는 1월의 올스타 브레이크 외에 두 차례의 리그 중단 기간이 있었다. 물론 이는 개막 전 B리그와 JBA(일본농구협회)의 사전 합의에 의해 결정된 사안이다. 이는 올해 11월부터 시작되는 농구월드컵 예선을 위한 예행 연습 차원인데 리그 중간인 11월과 2월에 예선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중단 기간을 뒀다.

중단 기간이 끝나고 시작된 B리그 후반기를 요약하면 대략 ‘5강 6중 7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첨부된 표를 참조하면 이해가 쉽겠지만 우선 5강에는 도치기 브렉스와 앨버크 도쿄, 치바 제츠(이상 동부), 가와사키 브레이브 썬더스(중부), 시호스 미카와(서부) 등이 있다. 6중에는 산엔 네오피닉스와 니가타 알비렉스 BB, 선로커스 시부야(이상 중부), 나고야 다이아몬드 돌핀스, 오사카 에베사, 교토 한나리즈(이상 서부)가 포함돼 있다. 마지막으로 7약에는 레반가 홋카이도, 센다이 89ers, 아키타 노던해피네츠(이상 동부), 요코하마 B-코르세어스, 도야마 그라우지스(이상 중부), 류큐 골든 킹스, 시가 레이크스타즈(이상 서부)가 있다.

이런 팀들의 경기력을 위치로 구분해보면 대략적으로 동부 쪽에 강팀이 많이 몰려 있고, 반대 급부로 서부 쪽에 약팀이 몰려 있는 ‘동고서저’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중부의 가와사키나 치바도 행정구역으로 따지면 칸토(관동) 지역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동부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다. 도시바와 도요타자동차, 히타치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농구팀이 도쿄와 인근에 몰려 있는 것이 이런 동고서저 형태를 띠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이전까지 좋은 선수들을 많이 스카우트했고 이것이 B리그 출범 후에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적을 내는 팀이 바로 가와사키 구단이다.

32승 6패의 리그 최강 가와사키

가와사키는 KBL 구단들에게 친숙한 팀이다. 대부분의 KBL 구단들이 일본 전지훈련을 위해 찾는 지역이 도쿄 인근에 위치한 가와사키고 한 번씩은 가와사키 구단과 연습 경기를 갖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KGC인삼공사와 공식 경기에서 일전을 펼치기도 했다.

도시바를 모기업으로 하는 가와사키 구단은 다소 재밌는 구단이다. 지금은 B리그 출범으로 다소 상황이 달라졌지만 세미프로 시절만 하더라도 ‘머리가 나쁘면 운동도 못한다’는 구단주의 생각이 반영돼 선수들도 비시즌에는 일반 사원들과 똑같이 근무를 했다. 대신 야근이나 다른 작업은 없고 일반 사원보다 일찍 퇴근해 운동을 했다. 그리고 구단 측에서 평생 직장을 약속했기에 선수 은퇴 후에는 안정적인 사원으로의 전환이 가능했다.

어쨌든 일과 운동을 병행하는 가운데도 성적은 늘 좋았다. 지난 시즌 마지막 NBL 우승을 차지한 것도 가와사키다. 회사 근무 없이 훈련만 하는 일본 내 다른 구단을 제치고 운동과 일을 병행하는 가와사키가 우승을 하거나 늘 상위권에 오르는 것은 대단하면서도 일본 농구계에서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아이러니기도 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가와사키는 B리그 18개 구단 중 가장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팀이다. 일본 국가대표인 츠지 나오토(185cm, 28)와 시노야마 류세이(178cm, 29), 쿠리하라 타카히로(192cm, 30) 외에 닉 파지카스(210cm, 33)와 라이언 스펭글러(203cm, 26)라는 수준급의 외국인선수도 보유하고 있다.

<더 바스켓>의 일본 측 파트너인 다케다 요코 프리랜서 농구전문기자는 가와사키의 상승세에 대해 “가와사키는 210cm의 닉 파지카스의 높이와 득점력, 그리고 203cm의 라이언 스팽글러의 체력과 스피드가 좋다. 가와사키의 일본 선수들 역시 우승 경험이 많고 선수층이 두터운 편이다. 여기에 중부 지구가 가와사키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강호가 없기 때문에 반사 이익으로 승수를 많이 쌓은 것도 없지 않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도 나왔듯 그리고 요코 기자가 말한 것처럼 가와사키는 외국인선수인 닉 파지카스의 높이를 살리는 전술이 주를 이룬다. 파지카스는 운동 능력이 좋은 선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농구 센스가 좋고 전술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슈팅 등 개인기 역시 수준급이다. 이렇듯 파지카스의 개인기와 높이를 이용한 공격이 주를 이루다 보니 속공은 그렇게 많지 않다. 요코 기자는 “가와사키는 속공보다 하프코트 오펜스가 장기인 팀으로 일본 선수들의 수비력도 수준급이다”라고 덧붙였다.

가와사키에 이어 중부 지구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산엔 네오피닉스다. bj리그 출신으로 B리그에 들어온 산엔은 눈에 띄는 슈퍼스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22승 16패로 선전하고 있다. 산엔의 상승세에 대해 요코 기자는 “일본 국내 선수들의 운동량이 많고 전술의 이해도가 높아 실전에서도 잘 구현하고 있다. 또, NBA 애틀랜타 호크스에서 뛰었던 조쉬 차일드리스(203cm, 34)와 일본인 센터 오타 아츠야(206cm, 33)의 높이가 강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NBL 시절 준우승까지 거뒀던 선로커스 시부야의 성적은 기대 이하다. 17승 19패로 5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승률로 중부 지구 4위까지 떨어졌다. 두드러지는 이유는 시즌 개막 전 일본 대표팀의 골밑을 지키는 쌍둥이 형제 중 한 명인 다케우치 조지(207cm, 32)가 앨버크 도쿄로 팀을 옮겼기 때문이다. 득점과 리바운드를 기본적으로 해주던 조지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것이다.

또 지난 시즌 WJBL(일본여자농구리그) 후지쯔 레드웨이브의 준우승을 이끌었던 BT 테브스 감독이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 역량이 남자농구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다. BT 감독이 선수들을 잘 이끌지 못하면서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

SR 시부야 구단은 NBA(미국프로농구) LA 레이커스와 뉴올리언스 팰리컨스에서 활약한 센터 로버트 사크레(213cm, 28)를 대체 외국인선수로 영입했지만 아직 눈에 띄는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②편에서 계속...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한명석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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