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영현 기자] 요즘 가장 핫한, 유니폼을 바꿔 입은 ‘리그 최고 슬래셔’ 전주 KCC 이지스 이정현의 취향을 파헤쳐봤다.

코트에서는 저돌적인 선수인데, 밖에서는 눈웃음이 열 일하는 광주 오빠(이정현의 고향=광주)였다. 별말을 하지 않아도 트레이드마크인 눈웃음과 눈주름이 대화하는 사람을 편안하게 했다. 나름 반전 있는 광주 오빠의 취향 속으로 엄마 미소를 짓고 있을 동지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요즘은 양고기가 좋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워낙 좋아서 집에서 생활할 때는 매 끼를 든든하게 먹었다고. 지금의 다부진 체격이 어쩌면 당시 식습관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건지도 모르겠다.

그는 “어머님이 음식을 잘하세요. 몸 생각해서 갈비찜이나 생선구이 등 다양한 메뉴를 해주시는데, 고루 먹어서 몸이 좋은 게 아닌가 싶어요. 어릴 때는 진짜 많이 먹었거든요. 매 끼를 다 챙기고, 인삼에 꿀을 갈아서 먹기도 했어요. 그래서 체격이 원체 컸죠. 다 군살이긴 했지만요. 친한 친구들은 저보고 지금보다 고등학교 때 몸이 더 좋다고 말하기도 해요”라며 남다른 피지컬의 근원이 ‘집밥’이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워낙 탄탄한 체격의 소유자여서 보양식을 어떻게 챙겨 먹는지도 궁금했다. 특별히 몸에 좋은 걸 찾아서 먹기보다 끼니를 거르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숙소에서는 주로 한식 위주로 먹기 때문에 외부에서 먹을 때는 양식이나 일식, 중식 등 색다른 메뉴를 즐기곤 한다.

그는 “제가 파스타를 좋아하거든요. 느끼한 걸 잘 먹는 편이에요. 하하. 숙소에서도 파스타 등 여러 메뉴가 나오긴 하는데, 외부에서 먹으면 기분이 전환돼서 좋더라고요. 삼계탕 같은 보양식의 경우,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알 수 없으니까 오히려 안 먹어요. 그래도 확실히 나이가 드니까 몸에 좋은 걸 찾게 되긴 하더라고요”라며 평소 식습관에 관해 말했다.

최근에 즐겨 먹는 음식은 양고기다. 돼지고기와 소고기의 경우 가정이나 모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메뉴인 만큼 익숙하지만, 양고기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닌 만큼 생소한 게 사실이다. 양고기의 경우 접하기 전에는 왠지 비릴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한 번 빠지면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특히 양고기와 칭다오 맥주의 궁합은 환상적이다. 그 역시도 시즌 중에는 시간을 내기 어렵지만, 여유가 생기면 양고기에 칭다오 맥주를 곁들인단다.

꼬꼬마 시절부터 좋아했던 ‘KIA’
농구 좀 하는 광주 오빠는 야구도 즐겨 본다. 이력부터 남다르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어린이회원 출신으로, 비시즌에 여유가 생기면 꼭 홈구장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를 찾는다고. 

고향이 광주여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됐으며, KIA의 전신인 해태 시절부터 팬이었다고 한다.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에 가기도 하고, 친구들과도 자주 갔단다. 꼬꼬마 시절 응원 좀 해본 셈이다. 어린이회원의 특권인 각종 선물도 모두 받아봤다. 글러브부터 헬멧, 배트, 과자 세트, 입장료 50% 할인권 등이다. 보통 프로팀 어린이회원 코스를 밟으면, 야구 선수를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꼬꼬마 이정현은 야구를 보는 것만 좋아했다고.

그는 “신기한 게 야구를 보는 건 좋은데, 막상 하는 건 안 좋아해요. 가끔 농구하는 게 너무 힘들 때 ‘아~ 야구할 걸’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긴 하죠”라며 웃어 보였다.

사실 야구선수라고 해도 믿을만한 다부진 체격을 가졌다. 그래서인지 야구를 했어도 잘했을 것 같다. 왠지 중장거리 타자에 외야수였을 것만 같은 느낌? 

그 역시도 “제 몸이 농구보다 오히려 야구하기에 적합한 것 같긴 해요”라며 “나성범(NC)이 연세대 후배인데, 제 몸이 걔랑 비슷하다더라고요. 걔도 광주 애예요. 친형 나성용(삼성)까지 해서 대학 때 다 친하게 지냈는데, 각자 프로에 오면서 보기 어려워졌죠”라며 야구와의 인연을 알려줬다. 왠지 나성범과는 외모도 닮은 것 같다. 언제 한번 대학 동문회가 열린다면, 사인이라도 어떻게… 아, 아닙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순도 99.9% KIA 팬인 그는 “선동열(전 KIA 감독), 이강철(두산 코치), 이종범(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등 레전드들이 KIA에서 현역으로 뛸 때 모두 좋아했어요. 옛날에 우승했을 때 선수들의 사인도 받았는데, 이사하면서 다 없어졌더라고요”라며 아쉬워했다.

레전드들은 떠났지만, 그는 여전한 ‘KIA 바라기’다. 비시즌 소식도 꼼꼼히 챙겨본다. 그는 “강한울 선수는 최형우 선수의 FA(자유계약선수) 보상 선수로 삼성에 갔더라고요. 양현종 선수가 팀을 옮기면 어떡하나 했는데, 잔류한 만큼 내년에 KIA가 더 좋은 성적을 내지 않을까 싶어요”라며 고향 팀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지난 시즌 여자농구선수 강아정(KB스타즈)이 프로야구 SK의 시구자로 등장했던 것처럼, 언젠가 이정현도 고향 팀 KIA의 마운드에 오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야구장에서 팬으로부터 그의 이름과 등 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받기도 했단다. 이미 유니폼은 준비된 셈이다.

그는 “인지도가 안 돼서 시구 안 시켜줄 것 같은데요. 하하. 막상 하게 되면, 긴장해서 저도 앞에서 던져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상무에 있을 때 야구부 애들이랑 친해서 던져보긴 했는데, 확실히 기술이 다르더라고요. 잘 던지긴 힘들겠지만, 투구 폼은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그보다 저희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먼저죠”라며 에이스로서의 본분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비시즌에는 야구하는 광주 오빠의 모습도 볼 수 있길~!

독서도 좀 하는 남자
방에서 쉴 때는 책도 좀 읽는 남자다. 표정에서 티가 났는지 본인도 “의외죠? 제가 보기와 다르게 책 읽는 걸 좋아해요. 제가 책 읽는다고 하면, 다들 놀라더라고요. 그래서 이미지가 중요한가 봐요”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책 읽는 데 본격적으로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건 직업이 군인이던 바로 그 시절이다.

그는 “어릴 때는 책에 관심이 없었어요. 운동선수다 보니 책상보다 체육관에 있는 시간이 더 길잖아요. 그래서 누나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때는 '알았다'고만 하고 잘 안 읽었죠. 근데 군대 가서 책 읽는 재미가 확 생겼어요. 군대에 있는 동안 뭐라도 가져가야 할 것 같더라고요. 한 달에 두세 권씩 틈틈이 읽은 것 같아요. 인문학이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고, 자기계발서는 웬만하면 안 읽는 편”이라며 군대에서 ‘독서’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고 했다.

군인 이정현의 마음을 울린 책은 광고인 박웅현 씨의 ‘여덟 단어’였다.

그는 “‘여덟 단어’라는 책이 와 닿더라고요. 여덟 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고 자존감이 높아진 것 같아요. 군대 가기 전에는 소심하고, 주눅 드는 면이 있었는데, 책을 읽은 후에 저를 표현하는 부분에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원래 성격이 낯을 많이 가리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그 시기에 저한테 꼭 맞는 책이었어요”라며 당시 ‘여덟 단어’라는 책이 본인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고 했다. 워낙 감명 깊게 읽었던 만큼 최근 대표팀에 차출됐을 때 후배 김선형(SK)에게 추천해주기도 했다. 김선형의 반응도 좋았다고.

요즘 읽는 책은 김진명 씨의 역사소설 ‘고구려’다.

그는 “‘고구려’를 읽고 너무 재밌어서 김진명 작가님의 다른 책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랑 ‘싸드’도 봤어요. 뭔가 사실감 있게 쓰셔서 빠져든다고 해야 할까요? 특히 ‘고구려’는 5권까지 나오고, 3년 만에 6편이 나왔거든요. 시즌 중이니까 볼 시간이 없어서 다 못 봤는데, (양)희종(KGC)이 형이 달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군대에서 5편을 본 거라,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서 지금 다시 읽고 있거든요. 작가님 필력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라며 독서에 푹 빠진 모습을 보였다.

②편에서 계속...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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