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어천와 에이전트야?”

나탈리 어천와의 2016-2017 WKBL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지원 소식이 알려진 이후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다.

“어천와는 반드시 WKBL에 와야한다”고 주장했고 심지어 “어천와 뽑는 팀을 응원하겠다”라며 기자의 본분은 완전히 망각한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현장에서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어천와가 하나은행에 지명되는 순간 조용히 박수를 쳤다. 

이환우 하나은행 감독 대행이 어천와의 이름을 불렀을 때 우리은행의 전주원 코치와 신한은행의 전형수 코치는 기자석에 앉아있던 나를 가장 먼저 쳐다보기도 했다. 

나탈리 어천와(Natalie Achonwa)라는 선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2015년 6월 초였다. 2015-2016 WKBL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지원자가 마감된 후 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이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얼짱 캐나다 국가대표 나탈리 어천와(190cm, 인디애나)’가 지원했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어천와’라는 특이한 이름 때문에 연맹이 실수로 잘못 적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WKBL은 데리카 햄비를 스펠링 그대로 적어 ‘함비’라고 표기했었고 심지어 세르비아 국가대표인 옐레나 밀로바노비치는 젤레나 밀로바노빅이라고 한글로 적시했다. 친절하게 전화를 걸어 바로잡았다.

그런데 어천와는 그냥 어천와가 맞았다. 다소 특이한 이름이었기에 더욱 귀에 남았던 그는 한 시즌을 건너 2016-17시즌 WKBL에 입성했다. 그리고 한때 돌풍을 일으켰던 하나은행의 중심에 자리를 잡으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다행이다. 그 동안 “얼굴만 보고 선수 추천한다”고 욕을 먹었는데 어천와가 잘 하는 바람에 ‘선수의 실력까지 알아 본 것’이라고 우길 수 있게 됐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대로 어천와가 한국에서 하는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는 첫 번째 기자가 됐다. 그러나 마음이 그다지 가볍지는 않았다. 어천와의 옆에는 그의 남자친구가 눈을 시퍼렇게 뜬 채 똬리를 틀고 앉아있었다.

그의 남자친구는 마리오 크로포드 주니어(Mario Saville Crawford Jr.). 이름도 참 길다. 오후 훈련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인터뷰로 뺏어간 내가 미웠나보다. 솔로 DNA를 충만하게 채워가고 있는 나 역시 커플을 앉혀놓고 하는 인터뷰가 썩 마뜩치는 않았다. 미안, 마리오. 자네가 딱히 미운 건 아니라네. 그래도 내가 형이니까 이해해주게...

(편집자 주 : 영어 인터뷰의 묘미를 살리고, 현장의 분위기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인터뷰는 반말과 대화체로 구성합니다.)  

# 마지막 순번에 선택된 외국인 선수, 평가를 뒤집다.
더 바스켓(이하 ‘TB’): 한국에 온 지 이제 두 달 정도 된 거 같은데 어때?
나탈리 어천와(이하 ‘어천와’): 2016년 10월 15일쯤 왔으니까 그 정도 됐어. 거의 미주지역에서 살아왔으니까 확실히 문화가 전혀 다른 것 같아. 음식이랑 문화가 전반적으로 다르고 남을 존중하는 법도 완전히 달라. 지금은 일단 다른 문화권에서 사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

TB: 사실 작년에도 WKBL 드래프트에 지원했는데 안 왔잖아. 그런데 올해는 왜 다시 지원한 거야?
어천와: WKBL 드래프트가 진행되기 전에 이탈리아에서 먼저 오퍼가 와서 거기를 선택했어. 작년은 내가 해외리그를 뛰는 첫 해였고, 한국 드래프트를 기다리다가 다른 리그까지 다 안 될 수도 있으니까 확실한 쪽으로 가고 싶었어. WKBL 드래프트 때까지 다른 오퍼를 접어두고 기다린다는 게 쉽진 않잖아. 사실 이번에는 작년보다는 조금 도박을 했다고도 할 수 있지. WKBL 드래프트에서 안 뽑혔으면 그냥 집에서 트레이닝을 하면서 다음 WNBA 시즌을 준비할 생각이었어. 

TB: 뽑히긴 했지만 2라운드 전체 12순위였어. 선택된 12명 중 꼴찌였다는 거지. 솔직히 실망스럽지 않았어?
어천와: 전혀. 나한테는 한국이 처음이었고 이미 경험 있는 다른 선수들도 많았잖아. (모니크) 커리(우리은행) 같은 경우는 벌써 몇 시즌 째 한국에서 뛰고 있고... 외국인 선수 선발도 냉정한 비즈니스인데 검증된 선수를 뽑는 게 당연히 안정적이지. 그래서 이번 결과는 충분히 이해해. 그런데 만약 내가 내년에도 드래프트에 지원했는데 이번처럼 뒤에 뽑히면 그때는 기분이 상할 것 같은데? 하하.

TB: 내년에도 드래프트에 지원을 한다는 건 올 시즌 끝나고 하나은행이 재계약을 안 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천와: 난 항상 어디에 가든 슈퍼스타는 아니었어. 팀의 일원인 선수였지. 만약 우리 팀 코칭스태프나 팀 관계자분들이 나를 좋게 봐줘서 재계약이 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나는 우리가 한 팀으로 잘 해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

TB: 혹시 한국에 오기 전에 WKBL이나 한국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가 있어?
어천와: 어. 팀 동료(인디애나 피버) 중 몇 명이 WKBL 경험이 있거든. 타미카 캐칭(전 우리은행)이나 마리사 콜맨(전 KB스타즈), 그리고 삼성생명에서 뛰는 나타샤 하워드랑도 같이 뛴 적이 있어. 다들 한국은 많이 뛰고 페이스가 빠른 농구를 한다고 얘기하더라. 

TB: 농구 말고 다른 건?
어천와: 해외리그에 나가면 예상치 못한 일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WKBL 팀들은 선수들을 잘 봐주고 특히 외국인 선수에 대한 대우도 상당히 좋다고들 말해줬어. 보통 외국 리그에 대해 말하면 그 나라 농구에 대한 것과 주로 삶의 질에 대한 걸 많이 얘기해. 숙소를 어떤 아파트를 썼다든가, 쇼핑을 어디로 간다든가 하는 얘기들이지. 사실 각 나라마다 농구 스타일에 차이는 있지만 해외 어디를 가든 기본적으로 농구라는 것 자체는 똑같잖아. 그런데 생활환경과 여건은 차이가 많이 나. 급여를 제 때 못 받는 리그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 조언들을 많이들 해줘.

TB: 혹시 한국 농구 전문지 편집장 중에 정말 잘생긴 기자가 있다는 얘기 같은 건 들은 적 없어?
어천와: 없어!(단호)

#부상 투혼, 5연패, 하나은행
TB: 시즌 얘기 좀 해보자. 외국인 선수들은 작은 부상에도 경기를 안 뛰는 게 보통이거든. 아무래도 몸이 재산이다 보니, 무리했다가 다음 WNBA시즌에 영향을 받을까봐 몸을 사리는 게 보통이지. 근데 넌 손가락을 다쳤는데도 전 경기에 다 뛰고 있네? (어천와는 개막 직전 연습경기에서 오른손 약지 미세골절의 부상을 입었고 현재도 보호대를 뛰고 경기를 뛰었다)
어천와: WNBA를 뛰는 선수들 뿐 아니라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몸이 재산이지. 그러니까 조심스러운 건 당연하다고 봐. 부상도 조심해야 하고 항상 꾸준하게 트레이닝을 해야 하고... 나도 부상당한 직후에는 많이 아팠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어. 하지만 병원에서 전문의한테 진단도 받았고 팀 트레이너하고도 대화를 많이 했어. 또 미국에서 날 진료했던 의사의 소견도 들었고... 그래서 뛸 수 있다고 판단했어. 몇 주 이내에 손가락 상태를 확인하러 갈 거 같은데 그때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네.

TB: 그렇게 부상투혼을 보였는데 1라운드를 몽땅 다 졌어. 시작하자마자 5연패를 당하는 이런 경험을 이전에도 해 본 적 있어? 
어천와: 2014년에 인디애나 피버에서 WNBA 루키 시즌을 보냈는데 그때 아마 처음 6경기였나를 다 졌던 거 같아. 지금 우리 팀이랑 비슷했어. 경험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많이 못 뛰는 상황이었거든. 결국 그들이 복귀하면서 팀이 더 좋아졌어.

TB: 막상 WKBL리그를 뛰어보니까 한국 오기 전에 들었던 것 들이랑 많이 다른 것 같아?
어천와: 특별히 그렇지는 않아. 그런데 생각했던 것 보다 신체 접촉은 더 많은 것 같아. 보통 페이스가 빠르다고 하면 트렌지션이 빠른 것 정도를 생각하는데 여기는 그 와중에도 신체적으로 부딪히는 요소가 많은 것 같아.

TB: 어떤 외국인 선수들은 종종 심판의 파울콜이 자신들에게 불공평하다고 불평하기도 하던데 너는 어때?
어천와: 왜 그런 불만을 갖는지 이해는 돼. 똑같은 상황이라도 한국 선수와 외국인 선수에게 같은 판정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긴 하니까.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가 체격이나 신체적인 면에서 조금 더 나으니까 심판이 볼 때 ‘저 정도는 견딜 수 있을거야’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처음엔 나도 꽤 당황했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경기를 하고 있어.

TB: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다’라는 게 이제 어느 정도 느껴지는 거야?
어천와: 사실 WKBL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게 팀 숫자가 적다는 거라고 생각해. 같은 팀과의 경기가 많아서 우리가 다른 팀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파악하고 적응하기가 쉬운데, 반대로 상대도 우리에 대한 적응이 빠르지. 그래서 상대가 우리한테 익숙해지지 않도록 빠르게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게 어려운 점인 것 같아. 

TB: 한국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의 공통적인 불만은 훈련이 많다는 건데...
어천와: 어! 많아!(웃음) 그런데 감독이나 트레이너가 선수들 컨디션에 맞춰서 일정 조절을 잘해 줘. 그래도 객관적으로 WNBA랑 비교해보면 분명히 많지. 트레이닝 캠프를 보내는 느낌이랄까? 하하

TB: 하나은행에 대해 장점을 말하라고 하면 있는 말 없는 말 다 할 거 같으니까 그건 접어두고 단점만 물어볼게. 뭐가 단점이야?
어천와: 아... 글쎄... 팀이 어리다는 거? 솔직히 나쁜 건 아닌데 어려운 건 있는 것 같아. 베테랑이 많으면 연습 때 한 번만 해도 될 걸 여러 번 해야 하는 경우도 있거든. 선수들이 어려서 이해를 잘 못할 때도 있고, 설명을 들어도 실전에서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연습을 많이 하게 되는 거지.

TB: 팀에서 누구랑 제일 친해? (카일라) 쏜튼 빼고...
어천와: 레빗(강이슬)! 친근하게 잘 대해줘. 영어로 대화하려고 노력도 많이 해줘서 재미있게 잘 지내. 보면 항상 와서 안아주고 애정 표현도 잘하고...

TB: 그건 (강)이슬이가 지금 남자친구가 없어서일 거야. 그럼 팀에서 누가 제일 예쁜 거 같아?
어천와: 음... 미니(서수빈)...?

TB: 이유는?
어천와: 귀엽잖아.

TB: 큐티 말고 뷰티의 개념으로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어천와: 그래도 미니! 보조개가 예쁘지 않아?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럼 네가 생각할 땐 누군데?
TB: 아냐. 됐어. 말하지 않을래.. 

②편에서 계속...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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