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루키=편집부/구새봄 아나운서] 한국에 처음 올 때, 숙소가 이천에 있다는 건 전혀 몰랐던 선수. 이태원에 나갈때는 택시를 부르는 남자. 2016-17시즌 창원 LG 세이커스의 외국인 선수로 맹활약 했던 제임스 메이스의 인터뷰를 계속 이어가보자.

(편집자 주 : 영어 인터뷰의 묘미를 살리고, 현장의 분위기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인터뷰는 반말과 대화체로 구성합니다.)  

#한국 농구 어때?
새봄: 자, 이제 농구이야기를 좀 해보자. 농구는 언제부터 시작한 거야?
메이스: 나는 4살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어. 우리 집안 사람들이 다 농구를 했기 때문에 그냥 자연스럽게 농구를 접했던 것 같아. 누나는 대학 때까지 농구 선수로 활동했고, 아버지는 지금도 고등학교 농구 코치로 활동하고 있어. 

새봄: 와, 어쩐지, 농구에 대한 센스가 예사롭지 않더라. 그럼 요즘도 종종 아버지께 조언을 받기도 해?
메이스: 아버지의 조언을 받기엔 이제 내가 조금 늙어서... 하하하! 하지만 종종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지.

새봄: 대학 시절에는 어떤 선수였어?
메이스: 꾸준히 성장하는 선수였던 것 같아. 저학년 때보다 고학년 때 더 잘했어. 대학교 3~4학년 때는 우리 학교가 NCAA 탑 15에 들기도 했지.

새봄: 혹시 같은 학교 출신 중에 현역 NBA선수도 있어?
메이스: 그럼! 트레버 부커(브루클린 네츠)가 우리 학교 출신이여서 함께 뛰었었어. 

새봄: 오~ 대단해! 그런데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된 거야?
메이스: 내가 해외에서 뛸 때, KBL과 인연이 있는 선수들을 여럿 봤어. 타일러 윌커슨이랑은 중국 썸머리그에서 만났었고, 마커스 블레이클리랑은 필리핀에서 같은 팀에서 뛰기도 했지. 그래서 때로는 그 선수들한테 직접 한국 농구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예전에 알고 지내던 선수들이 한국에 가는 걸 보고 나도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 한번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 여기서 같이 뛰었던 마이크 이페브라나 찰스 로드도 한국에 오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

새봄: 와! 한국과 인연이 많구나. 직접 KBL에서 뛰어보니 한국 농구는 어떤 것 같아?  
메이스: 한국 농구는 정말 재미있어! 더블팀 같은 수비에 특히 중점을 두는 것 같고, 트랜지션이 빠른 게 특징이지. 그리고 한국 팀들은 정말 연습을 열심히 해. 가끔 연습을 너무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야. 아무튼 그 정도로 다들 농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것 같아.

새봄: 최근 경기 보면 거의 풀타임으로 뛰는 경우가 많던데 힘들진 않아? LG가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말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메이스: 전혀 힘들지 않아! 당연히 풀타임을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해.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잖아? 많은 시간을 소화하고 많은 점수를 내는 게 당연한 내 임무라는 걸 잘 알고 있고, 그게 바로 내가 여기 LG에 있는 이유야. 

새봄: 근데 여기 인터뷰 오기 전에 이야기 들어보니까 어디 아프다던데? 
메이스: 아! 진짜 별거 아니야. 시즌 첫 경기에서 동부의 로드 벤슨에게 발을 밟혔는데, 아직도 엄지발가락이 조금 아파. 너도 알지? 벤슨이 얼마나 코끼리 같은지? 하하하! 하지만 이 정도는 참고 경기에 임할 수 있어. 그렇게 심각한건 아니야.

새봄: 그래도 다행이네~ LG는 어떤 팀인 것 같아?
메이스: LG는 정말 좋은 팀이야. 모두가 플레이오프라는 한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게 참 마음에 들어. LG는 어린선수들이 특히 많아서 의욕만 앞서는 경우가 있는데, 잘 다듬기만 하면 정말 좋은 팀이 될 것 같아.

새봄: 의욕만 앞선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LG가 턴오버가 좀 많지?
메이스: 하하하하! 그거 지금 내 얘기 하는 거야? 맞아. 나를 비롯해서 우리 팀이 턴오버가 좀 많이 나오는 것 같아. 그런데 그건 시즌이 시작할 때까지 손발을 맞출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 턴오버는 점점 줄어들 거야. 중요한 건, 실수를 하고 나서인데... 개인적으로는 턴오버 한두 개 했다고 팀이 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실수를 했다고 너무 몰아붙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 같아. 특히 우리팀은 선수들이 어리니까 말 한마디에 주눅이 많이 들더라고.

새봄: 그렇구나.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든 생각인데 넌 참 차분한 것 같아. 코트에서도 화내는 모습을 많이 못 봤어. 원래 성격이 그래?
메이스: 나는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한 편이야. 경기 중에 뭐가 안 풀리면 상대팀 선수를 탓하기 보다는 내 스스로를 탓하는 편이지. 나는 농구 선수로서 모든 경기를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경기에서 진 날은 혼자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굉장히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이야. 요즘엔 당연히 넣어야 할 자유투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서 이제 그 연습도 해야 할 것 같아. 자유투 연습은 안 한지 몇 년 됐는데 말이야..

새봄: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어떻게 풀어?
메이스: 아들이랑 페이스타임을 하는 게 내 유일한 낙이야. 19개월 된 아이가 있는데 1월중에 아이 엄마와 함께 한국에 올 것 같아. 그때 만날 것만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그냥 확 풀린다니까.

새봄: 그런데 미국이랑은 시차가 있잖아. 그리도 아이가 자고 있어서 통화를 못할 때는 어떻게 해?
메이스: 쇼핑! 내가 신발 모으는 게 취미거든. 어제도 운동화를 4켤레나 샀다니까! 내 발이 330mm거든. 사이즈가 많이 없어서, 인터넷에서 내 사이즈를 구할 수 있으면 일단 사고 봐. 한국은 인터넷이 빨라서 진짜 좋아.

쇼핑과 아들 이야기를 하는 메이스 선수의 얼굴에는 어느덧 웃음꽃이 활짝 폈다. 서른을 넘긴 나이지만 아이 같은 순수함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런 메이스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했다.

#농구 언제까지 할래?
새봄: 자, 이제 너도 31살이잖아.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농구를 하고 싶어?
메이스: 서른 살이지.

새봄: 1986년생이잖아. 내가 오기 전에 찾아봤어. 1986년 3월 8일! 그러면 너 31살인데?
메이스: 아니야. 그건 한국에서 그렇게 하는 거고 난 미국나이로 30살이 맞아!

새봄: 그래... 알았어. 그럼 서른 살의 메이스씨!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농구를 하고 싶어?
메이스: 와, 어려운 질문이다. 글쎄... 오래 했으면 좋겠지만, 난 농구를 못하고 싶지는 않아. 실력이 안 되는 데도 돈만 벌겠다는 생각에 커리어를 계속 이어가는 선수들도 있거든.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 내가 농구를 못한다고 느낄 때는 과감히 농구를 그만 둘 거야. 

새봄: 그래서 그게 앞으로 몇 년이 될 것 같은데?
메이스: 하하하. 너 진짜 끈질기구나? 마음 같아서는 10년 정도는 더 뛰고 싶은데 그건 욕심인 것 같고, 나를 원하는 팀이 있을 때 까지는 뛰고 싶어. 아마 한 6-7년 정도는 더 뛸 수 있지 않을까?

새봄: 오, 6-7년이면 아직도 한참 남았네. 그렇다면 은퇴를 한다면 뭘 하고 싶어?
메이스: 아직까지는 농구를 더 할 수 있어서 은퇴 후를 깊게 생각해 본적은 없는데... 나는 비즈니스맨이 되고 싶어. 미국에 내 소유의 땅이 있는데 뭘 할지 차근차근 생각해 봐야지. 이태원에 가면 맞춤 정장을 파는 곳이 여러 군데 있더라고!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는 무조건 슈트를 한 벌 맞출 거야. 훗날 내가 비즈니스맨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한 시간이 훌쩍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메이스는 진지하고 진솔하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농구에 대한 철학도 엿볼 수 있었고, 자신이 하는 농구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한 선수였다.

특히 KBL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나에게 라이벌은 없다”고 대답했다. 자기 자신을 믿기 때문이라는 대답과 함께, “‘저 선수가 나보다 더 대단한 선수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농구를 할 수 있겠냐”고 반문을 하기도 했다.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대답이었다. 이런 자신감이야 말로, 메이스의 진짜 가치가 아닐까?

끝내 LG는 후반 돌풍을 일이키지 못하고 아쉽게 봄 농구에 초청받지는 못했지만 외국인 선수 중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던 메이스를 앞으로도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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