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구새봄 아나운서] 지난 세 시즌 동안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농구장에 출근 했다. 나는 다른 종목에 비해 유난히 농구를 좋아하는데, 아마도 내가 한 때 몸담았던 스포츠 채널에서 방송 데뷔를 농구로 해서인 것 같다.

그리고 그냥 농구가 재미있다. 농구장에서 직접 농구를 접해본 팬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농구만큼 직관이 짜릿한 종목은 없다는 것을!

이번 시즌부터는 농구장에 출근하지 않는다. 농구를 정말 사랑하는 내가 더 이상 농구와 함께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슬퍼하며 ‘집관’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더 바스켓> 편집장에게 연락이 왔다. 매달 외국인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는 코너를 맡을 수 있겠느냐고.

2016-17시즌 들어 현장에 한 번도 나가본 적도 없고, 더더군다나 외국인 선수들은 매 시즌 변화가 많기 때문에 평소 친분이 두터운 선수가 없던 터라 망설여졌다. 하지만 농구와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는 그 기쁨 하나 만으로 나는 ‘Okay’를 외쳤다. 그리고 대답 5분 만에 후회했다.

‘잠깐! 외국인 선수를 인터뷰 하려면 영어를 해야 하잖아? 아 요즘 영어 많이 안 해서 다 까먹었는데. 오늘부터 영어공부 시작이다 ㅜㅜ’.

나를 농구와 다시 한 번 연결해주고, 강제 영어공부까지 시켜주는 더 바스켓에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아! 또 한 가지 감사한 일이 있다. 이 인터뷰를 하기 위해 난생처음 농구단 숙소를 방문했다는 것! 단 한 번도 방문해 본적 없는 농구단의 숙소를 방문한다는 설렘과 오랜만에 외국인 선수를 영어로 인터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섞여 복잡한 마음으로 이천에 위치한 LG 챔피언스파크로 향했다.

이번 시즌 KBL리그에 새로운 얼굴이자 LG 세이커스의 공수의 핵심인 제임스 메이스 선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편집자 주 : 영어 인터뷰의 묘미를 살리고, 현장의 분위기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인터뷰는 반말과 대화체로 구성합니다.)  

#한국 생활 어때?
중국, 푸에르토리코, 터키, 필리핀,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한국.

제임스 메이스가 지금까지 선수로 뛰었던 나라들이다. 유난히도 해외생활을 많이 했는데, 이 정도면 한국에 적응 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보통 KBL에 처음 오는 외국인 선수들은 리그에 녹아들기 까지 제법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메이스는 첫 경기부터 20득점 16리바운드로 맹활약을 펼쳤다. 과연 메이스는 한국에 완벽하게 적응한 걸까?

구새봄 (이하 새봄): 와, 네가 메이스구나. 반가워! 근데 오늘 진짜 춥지 않아?
제임스 메이스 (이하 메이스): 어. 한국은 정말 추운 것 같아. 사실 내가 이렇게 추운 ‘진짜 겨울’을 경험한지 벌써 몇 년 됐거든. 두바이나 터키처럼 더운 나라에서 생활을 오래했더니 더 춥게 느껴지는 것 같아. 

새봄: 아 맞아! 지난 겨울 시즌에는 두바이에 있었지? 진짜 춥겠다. ㅠㅠ 그런데 춥다면서 왜 반팔을 입고 있어? 가서 옷 좀 더 걸쳐.
메이스: 하하하~ 지금은 괜찮아. 실내에 있잖아. 근데 밖에 나갈 때는 완전 무장 안하면 못나가겠더라. 어제 서울에 다녀왔는데, 그래도 여기(이천)는 서울보다는 밑에 있어서 그런지 덜 추운 것 같기도 해.

새봄: 오~ 서울도 자주 나가는 거야?
메이스: 응. 쉬는 날에는 같은 팀에 있는 외국인 친구들이랑 함께 서울에 나가곤 해. 서울은 정말 ‘짱’이야. 맛있는 것도 많고, 쇼핑할 곳도 많고... 특히, 나는 이태원에 가는 걸 좋아해. 이태원에 가면 대부분이 영어를 할 줄 아니까 편한 것 같아. 그리고 맥도날드 뒤쪽에 진짜 맛있는 음식점이 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거기 고기가 진짜 맛있어. 나중에 너도 한번 가봐.

새봄: 그래야겠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들은 이태원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 많이들 가더라고! 근데 나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 이태원이나 놀러 나갈 때 어떻게 이동해?
메이스: 택시! 차가 없기 때문에 택시를 불러서 가는데, 차 안 막히면 1시간도 채 안돼서 도착해. 사실 가끔 기차나 지하철 같은 것도 타고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한데, 길을 잃어버릴까봐 약간 겁이 나기도 해서 그냥 안전하게 택시를 불러. 한 60달러(약 7만원) 정도면 서울에 가더라고. 짱 편해!!! 

새봄: 이천에서 서울까지 택시를 타고 가다니 정말 대단한 열정인데? 쉬는 날 서울에 나가지 않으면 보통 어떤 걸 해?
메이스: 여기 오면서 너도 봤겠지만, 숙소 근처에 정말 아무것도 없잖아. 그래서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 특히, 나는 가족이 한국에 함께 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주로 그냥 숙소에서 휴식을 취해. 잠을 잔다거나, 아들과 페이스타임을 한다거나, 인터넷으로 동영상 같은걸 보면서 시간을 보내. 이렇게 이천에서 숙소 생활을 할 줄 알았다면 내 플레이스테이션을 가지고 올걸 그랬다니까!

새봄: 아 대박! 숙소에서 생활하게 될 줄 몰랐어?
메이스: 아니, 나는 함께 온 가족이 없기 때문에 숙소에서 생활하게 될 줄은 알고 있었어. 사실 말이야. 솔직히 말하면 숙소가 이천에 있는지는 몰랐어. ㅋㅋㅋ. 그냥 당연히 서울에 있겠거니 생각을 한 게 잘못이었지. 서울은 정말 재미있고 할 게 많은 도시라고 들어서 그냥 몸만 왔는데, 한국 오기 전에 리서치를 조금 더 잘 해볼 걸 그랬나봐.

새봄: 그렇구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주로 어떤 게임을 하는데?
메이스: 나는 NBA 게임이나 총 쏘기 게임을 주로해. 

새봄: 오, 그래? 그럼 내가 게임 하나 추천해줄까? KBL에서도 농구 게임 할 수 있어. KBL 판타지볼이라고 들어봤어? 인터넷 게임이라 플레이스테이션 없이도 할 수 있어! 선수들을 스카우트해서 새로운 팀을 만들고 포인트를 받는 그런 게임이야.
메이스: 아 진짜? 재미있겠는데? 그거 물어봐서 해야겠다. 거기에 나도 있는 거야?

새봄: 그럼!! (옆에 있던 판타지볼 마니아인 박진호 편집장의 도움을 받아 판타지볼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해줬다.) 저 사람이 판타지볼 맨날 하거든? 근데 네 캐릭터가 정말 비싸대!
메이스: 와 그래? 대박이네! ㅋㅋㅋ. 무조건 해봐야겠다!

새봄: 그래, 원한다면 내가 나중에 알려줄게! 그건 그렇고 숙소 생활은 좀 어때? 
메이스: 있잖아 나 사실 30년 평생 숙소 생활은 처음이다. 처음에는 어린 아이가 된 기분이었는데, 익숙해지니까 생각보다 편한 것 같아. KBL에서는 팀워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잖아. 팀을 정돈하고 팀원들을 컨트롤 하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숙소 생활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시설도 깨끗하고, 팀에서도 나를 많이 배려해줘서 편하게 생활하고 있어. 다만 조금 힘든 건 음식이야. 숙소 식당에 가면 식단이 있잖아. 그래서 꼭 그것만 먹어야 하는 게 나랑은 조금 안 맞는 것 같아. 그래서 통역한테 부탁해서 음식을 사다달라고 하거나 밖에 나가서 먹는 경우도 많아.

새봄: 와~ 나는 외국인 선수가 음식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건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 한국 음식이 입맛에 안 맞아?
메이스: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나 한국 스타일의 바비큐 진짜 좋아해. 다만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치킨이나 해산물을 좋아하는데, 구단 식당에서는 고기반찬이 항상 많이 나오더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밥을 따로 먹거나 나가서 먹는 경우가 종종 있어.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 프로생활을 거의 해외에서 해온 메이스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음식이라니! 외국인 선수에게서 음식이 입에 안 맞는다는 이야기는 정말 처음 들어본 것 같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식단에 따라 식사를 하는 것이 힘든 것이지 한국음식이 아예 입에 안 맞는건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다.

이만하면 메이스의 한국 적응기는 A+까지는 아니더라도 A는 줘야 하지 않을까?

②편에서 계속...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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