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지난 1월, 고양 오리온의 최진수가 받고 있는 ‘스포트라이트’(?)에 대해 모른다면 진정한 농구팬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MBC스포츠플러스의 김선신 아나운서가 방송 중에 자사 아나운서들을 농구선수에 비교했는데, 필자를 ‘키는 큰데 뭐가 없다’며 고양 오리온의 최진수 선수와 비교했다.

후폭풍은 대단했다. 중계진은 물론이고 농구팬들도 오리온의 경기 때마다 최진수의 플레이에 대해 더욱 주목하게 되었다. ‘오늘은 그의 활약에 뭐가 있을까’하면서.

①편에 이어...

나보다 더 잘 나가는(?) 후배, 송교창
지영: 농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진수: 원래 운동하는 걸 좋아했는데. 지금 같이 살고 계신 새 아버지 후배분이 초등학교 코치님이셨어요. 저 운동하는 거 보시고 운동시킬 생각 없냐고 제안하셨죠. 초등학교 3학년 때였는데 집에서 반대가 너무 심했어요. 새 아버지도 농구를 하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죠. 어느 정도 재능을 믿고 운동을 시작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고 말씀해주셨죠. 형도 호주에서 럭비를 했어요. 동양인이 ‘올해의 선수상’도 받을 정도로 운동을 정말 잘했는데도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계속 하지 못했죠.
지영: 그런 격한 반대 속에서 어떻게 농구를 계속 할 수 있었나요?
진수: 그냥 무작정 했어요. 밥도 안 먹고요.(웃음) 당시 테스트를 한다고 했는데 제가 아마 통과를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죠.

지영: 어렸을 때부터 신체조건이 좋았나요?
진수: 네. 어릴 때부터 컸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180cm가 넘었어요. 그리고 꾸준히 컸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1년에 6cm씩은 꾸준히 자란 것 같아요.
지영: 운동할 때도 유리했겠네요?
진수: 네. 그래서 미국에도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영: 송교창 선수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죠? 어떤 인연이었나요?
진수: (송)교창이랑 같이 플레이는 안 해봤어요. 그런데 삼일상고는 매년 ‘스쿨어택’이란 걸 해요. 졸업한 선수들이 비시즌 때 학교를 찾아가서 고등학교 후배들이랑 게임을 하죠. 고등학교 재학 중인 후배들한테는 정말 ‘꿀 같은’ 시간일 거예요. 사실 운동이 엄청 힘든데 ‘스쿨어택’ 날은 애들한테 쉬는 날이니까요. ‘형 언제오세요?’라고 막 연락이 와요. 귀엽죠.
지영: 삼일상고만이 가진 매력이군요!
진수: 다른 학교는 졸업생들끼리 만나서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우리 학교가 유독 끈끈한 것 같아요. 친하고요. 서로 챙겨주고 끌어주고, 다른 학교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하는 편이죠.
지영: 그럼 최진수 선수는 학창 시절의 송교창 선수를 봤겠네요?
진수: 교창이는 중학교 때부터 봤어요. 너무 귀여웠죠. 그런데 이렇게 프로에서 빨리 만날 줄은 몰랐어요. 신기하죠.

지영: 전주 경기에서 둘이 알콩달콩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많이 잡혔어요.
진수: 장난을 쳤죠. “너 요즘 너무 잘 나가서 형이 먼저 인사를 해야 되나”라고요.(웃음) 교창이는 낯도 많이 가리고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말을 잘 안 해요. 웃으면서 “형님 안녕하세요” 이러고 그냥 가요. 팬도 많더라고요.(웃음)

최진수 활약의 이유는 김선신 아나운서(?)
지영: 최근 본인도 정말 잘하고 있잖아요.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진수: 김선신 아나운서요!
지영: 하하하. 그나저나 잘하는 만큼 체력적으로 지치기도 할 텐데요.
진수: 그렇진 않아요.
지영: 살을 찌울 생각은 없나요?
진수: 저도 살을 찌워본 적이 있어요. 미국 다녀와서 지금보다 10kg 이상 쪘었어요. 그런데 사람마다 스타일이 있는 것 같아요. 외국인들의 경우에는 웨이트를 할 때 일주일마다 무게를 높여도 무리가 없어요. 벌크 업을 해도 몸 자체가 다르다보니까 관절에 무리가 안가죠. 하지만 동양인들은 그보다 무리가 있죠.

지영: 선수 본인이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겠죠?
진수: 그렇죠. 저 같은 경우도 팬들이 ‘왜 살을 찌우지 않냐?’는 의문을 많이 가지시곤 하는데, 그렇게 해서 경기를 뛰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20년 이상 지켜온 스타일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건 무리가 따르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스타일로 성공을 했는데, 그걸 바꾼다는 것은 도박인 것 같아요. 아마도 몸이 버티지 못할 거예요. 아무리 체계적으로 진행을 해도, 발목을 다치던 무릎이나 허리가 다치던 위험부담이 있거든요.
지영: 아무래도 팬들은 성공한 케이스만 기억하니까요.
진수: 네. 대학 때 (김)민수 형이 정말 말랐었어요. 몸을 의도적으로 불리고 포지션을 바꿨어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포지션이 민수 형이 대학교 때 하던 플레이에요. 정말 말랐었어요.

지영: 각자 맞는 체형과 플레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최진수 선수는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진수: 특별히 하는 건 없어요. 음... 이번 시즌은 1라운드 푹~ 쉬었으니까 앞으로도 힘들지는 않을 거예요.(웃음) 김선신 아나운서 말대로 ‘뭐가 없어서’ 푹 쉰 건가? 김선신 아나운서 잘 들리시나요?
지영: 지금은 촬영 차 괌에 가 있어요.
진수: 좋은 곳에 가셨네요. 햇빛 많이 쐬고 키 커서 오시겠죠?(웃음)
지영: 혹시 다시 만나면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진수: 이미 정용검 캐스터한테 얘기했어요. 스케줄 나오면 연락 달라고요.(웃음) 김선신 아나운서 치즈 사주려고요. (웃음)

지영: 지금 엠스플 중계 ‘하프타임 쇼’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대상이 최진수 선수예요.
진수: 그러게요. 얼마 전 (현)주엽이 형은 만나자마자 “요즘은 뭐가 좀 있어 졌냐?”고 하시더라고요. 지난 경기 때는 “좀 했네”라고 하시고요. (김)일두 형도 계속 잘하라고 얘기해주세요.
지영: 그럼 이 자리를 빌어 ‘뭐가 있다’고 어필하고 싶은 부분은?
진수: 살아있어요!
지영: 오~
진수: 하하하. 1라운드 때 정말 푹 쉬어서 지금 컨디션도 체력도 정말 좋아요! 나가면 잘 할 수 있어요.

과거를 딛고 성숙해진 결실
지영: 올 시즌 최진수의 키워드 ‘간절’, ‘성숙’이 아닐까 싶어요. 맞나요?
진수: 맞다고 봐야죠. 저는 일이 있던 스트레스를 받던 누구에게 상담하고 얘기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혼자 풀고 혼자 해결하곤 했어요. 특히 미국에 있을 때도 그랬죠. 부모님에게는 어느 정도 얘기를 하곤 하지만 고민 상담을 하면 저보다 부모님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으시더라고요. 특히 운동에 관한 거는요. 그래서 혼자 해결하려고 노력해요.
지영: 부모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 편인가요?
진수: 네. 플레이에 관해서도 그렇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잘하라는 말씀도 많이 해주시죠. 그래도 전 그렇게 생각해요.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내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알 수는 없잖아요.

지영: 독립적인 성격이네요.
진수: 어렸을 때나 미국에 있을 때,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군대 가기 전까지는 정상에서 맴돌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군대 가기 전에 부상이 찾아오고 수술대에 오르고 하다 보니 조금씩 페이스가 떨어지더라고요. 그런데 ‘페이스가 떨어진다’는 것을 경험해 보지 않아서 저도 당시에 많이 당황하고 낯설었던 것 같아요. 화려함에 안주하고 살아오다가 말이죠. 군대에 가면서 그런 상황에서도 극복하는 법도 배우고 조금씩 생각에 변화가 찾아왔어요.

지영: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였나요?
진수: 예전에는 항상 스타팅 멤버였는데, 식스맨으로 세븐맨으로 또 에잇맨으로. 그리고 나중엔 거의 게임을 못 뛰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런 경험을 해보니까 정신적으로 무너지더라고요. ‘난 예전에 이랬는데’ 하면서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거죠.
지영: 어떻게 극복을 한건가요?
진수: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멘탈이 돌아오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죠. 극복보다는 적응을 했다고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지영: 그러면서 성숙했다고 봐도 될까요?
진수: 경험에서 나온 성숙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거니까.

지영: 그때와 지금 ‘농구’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나요?
진수: 관점이 많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승부욕이 워낙 강해서 ‘지기 싫어서 하는 농구’를 했다면 지금은 재미있어서 하는 농구라고 할까요? 특히 제일 감사했던 것은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을 때 아버지가 “예전에 미국 캠프에 가서 힘들었지만 얼마나 재밌게 농구했는지 생각해봐라. 그러면 농구가 얼마나 재밌는지 다시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일주일 동안 생각을 해봤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힘들었죠. 너무 오래전 일이기도하고 이제 벌써 ‘농구’라는 종목이 이제는 직업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지영: 그 생각에 대한 답은 언제 찾았나요?
진수: 그렇게 계속 답을 찾는 중이었는데, 시즌 전 LG와의 연습게임을 부모님이 보러 오신 적이 있어요. 그날 경기를 정말 잘했는데 아버지,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지난 시즌은 거의 안 뛰었고, 이번 시즌 저에 대한 기대가 많이 없었나 봐요. 그런 부모님이 환하게 웃고 계시는 모습을 보니까 ‘나만 만족해서 되는 것이 아니구나’를 느꼈어요. 내 가족이 행복한 것도 중요하구나 싶었어요.

지영: 와~ 효자네요.
진수: 부모님이 저에게 해주신 것들이 정말 많아요. 형에게 미안할 정도니까요.
지영: 왜요?
진수: 아버지가 농구를 하셨기 때문에 제 뒷바라지를 많이 해주셨어요. 새 아버지가 아니라 마치 친아버지처럼 말이죠. 형 입장에서는 섭섭했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 정도로 저에게 뒷바라지를 해주셨기 때문에 제가 잘해야 해요.(웃음)

지영: 특별히 부모님을 위해 한 효도가 있나요?
진수: 효도라기보다 스물 한 살 때 성을 바꿨어요. 아버지에 대한 감사한 마음 때문이었어요. 미래를 봤죠. 형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저도 가정을 꾸리게 되었을 때 형은 최씨고 저는 김씨면 아이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그래서 성을 바꾸게 되었어요. 부모님께서도 제 의견을 존중해 주셨는데. 그만큼 저도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도 있고 아버지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지영: 생각이 깊네요. 앞으로는 어떤 아들, 농구선수, 동생이 되고 싶나요?
진수: 이번에 형이 결혼을 해요. 정말 축하한다고 전하고 싶어요. 사실 조금 서먹하거든요.(웃음) 그리고 농구에서는 제가 만족할 수 있는 범주 안에 들어왔으면 하고요. 부모님과 농구는 많이 연관되는 것 같아요. 일단 제가 농구를 잘해야죠. 그래야 효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영: 선수 생활의 각오를 부모님에게 전하자면?
진수: 저는 부모님의 경기 끝나고 표정이 제일 아쉬워요. 활짝 웃는 날도 있고 표정이 어두운 날도 있어요. 희비가 교차한 날이 많죠. 그런데 최근 들어서 많이 웃으세요. 제가 걱정하는걸 아시니까 일부러 표정을 좋게 하실 때도 있고요. 이젠 매 경기 항상 경기 끝나고 부모님이 웃으셨으면 해요.

지영: 혹시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진수: 기대에 못 미치더라고 기다려주시고 응원을 많이 보내줬으면 좋겠어요. 운동이란 게 정말 뜻대로 안되잖아요. 선수들도 정말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요. 팬들도 농구를 정말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해요. 스타팅 멤버는 물론이고 벤치 멤버들에게도 마음을 열고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하고요. 식스맨들은 사실 게임에 투입이 됐을 때 뭔가를 보여줘야 해서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만큼 불안해하고 부담감이 많아요. 질타나 평가보다는 무한 응원을 보내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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