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지난 1월, 고양 오리온의 최진수가 받고 있는 ‘스포트라이트’(?)에 대해 모른다면 진정한 농구팬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MBC스포츠플러스의 김선신 아나운서가 방송 중에 자사 아나운서들을 농구선수에 비교했는데, 필자를 ‘키는 큰데 뭐가 없다’며 고양 오리온의 최진수 선수와 비교했다.

후폭풍은 대단했다. 중계진은 물론이고 농구팬들도 오리온의 경기 때마다 최진수의 플레이에 대해 더욱 주목하게 되었다. ‘오늘은 그의 활약에 뭐가 있을까’하면서.

영어도 잘하는 남자, ‘뭐가 없다’니!!!
가만히 있다가 의문의 1패를 당했던 최진수. 하지만 분위기는 묘했다. 김선신 아나운서의 언급 때문이라고 콕 집어 언급할 순 없지만 올 시즌 그리고 최근 최진수는 확실히 달라졌고, 잘한다. 팀에서도 그리고 농구 팬들에게 확실히 그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농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 중이었던 최진수와 ‘살아있는’ 재회를 했다.

박지영(이하 지영):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알고 있죠?
최진수(이하 진수): 무슨 논란이요?
지영: 아나운서 디스 전의 피해자잖아요.
진수: 아~ 일단, 김선신 아나운서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지영: 네? 왜요?
진수: 뭐가 없는 사람 둘이 만나면 그래도 뭐 하나는 나오는 구나~ 싶어서요.
지영: 둘 다 같이 잘되어야죠.
진수: 잘하고 계시잖아요. 다 갖추시고.(웃음)

지영:  평소에 본인이 뭐가 딱히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진수: 아뇨!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한번 보자’ 싶기는 했어요. 그래도 신은 공평하잖아요. 저는 키라도 크죠. 김선신 아나운서는 조울증에 키도 안 크고.(웃음)
지영: 김선신-전태풍, 박신영-문태종/문태영, 장예인-최준용, 그리고 최진수 선수랑 저까지 어떤 매칭이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진수: 장예인 아나운서는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아나운서 디스전도 막내가 도발해서 일이 더 커진 것 아닌가요? ‘장유유서’라고 막내가 그러면 안 되죠.(웃음) 박신영 아나운서도 영어 정말 잘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지영: 최진수 선수도 영어 잘 하잖아요.
진수: 저는 ABCD밖에 모르다가 흑인에게 배운 영어라 슬랭을 쓰는 말들을 많이 배워서요.
지영: 영어도 하고 미국 생활을 해서 외국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고 들었어요. 지금 있는 바셋 선수의 적응도 도와주고 있나요?
진수: 작년에는 조 잭슨 때문에... 워낙 통통 튀는 아웃 오브 컨트롤이라서요. 그런데 오디(오데리언 바셋)는 애가 착해요. 원래 타국 리그를 좀 오래 뛰었기 때문에 문화가 너무 다르니까 농구 스타일도 많이 달라서 초반에는 힘들어 했는데 유쾌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지영: 외국인 선수를 편하게 해주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진수: 저는 처음 미국을 갔을 때 영어를 빨리 배우고 싶으면 외국인 여자친구를 사귀라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럼 저도 한국 문화를 빨리 알고 싶으면 한국인 여자친구를 사귀라고 해야 하는데... 리온 윌리엄스는 와이프가 한국인이고, 애런(헤인즈)은 한국에 오래 있어서 필요 없고. 오디는 한국 문화를 엄청 좋아해요. 음식도 그렇고, 너무 착해요. 그래서 그런지 적응도 잘하고, 저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너무 재밌어요.

많은 것을 배운 미국 생활
지영: 
미국으로 간다는 것이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진수: 쉽지만은 않았죠. 그 때만 해도 저보다 먼저 간 사람도 없었고, 어떻게 시작해야하나 막막하기도 했고요. 그 당시에는 제가 신체조건도 좋았고, 모든 면에서 월등한 편이어서 겁먹지는 않았어요. 원래 캠프를 먼저 갔다가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서 미국으로 간 거였거든요. 그런데 다들 너무 잘하는 거예요. 지금 NBA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같이 있었어요.
지영: 누구요?
진수: 마이클 비즐리라고. 캠프를 일주일하는 코스였는데 시작한지 이틀 지나고, 껄렁껄렁한 애가 들어오는 거예요. 주변에서 진짜 잘하는 애라고 그래서 “잘해봤자 얼마나 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와, 정말 잘하더라고요. ‘정말 미국엔 잘하는 선수들이 많구나’라고 생각해서 ‘같이 농구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스카우트가 들어왔어요. 하지만 초반엔 사실 두려운 게 앞섰죠. 무섭기도 했고요. 음식이나 의사소통이 너무 안 되니까. 농구는 그 당시에 자신감에 넘쳐있어서 두려울 것이 없었는데, 그 외적인 것들이 좀 걸렸죠.
지영: 힘들었겠군요.
진수: 네. 그래서 매년 한국에 들어 올 때마다 부모님이랑 많이 싸웠어요. 한국 올 때는 기쁜 마음으로 들어왔다가 미국 들어가기 일주일 전쯤엔 항상 너무 예민해져서요. 부모님과 말도 안했어요.

지영: 다시 돌아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뭐였어요?
진수: 당시 한 클래스가 점수가 안 나왔어요. 69점 나와서 D+받았는데, 당시 대표팀 차출이 돼서 못 들었거든요. 그래서 Fail(낙제)이 되었는데 그렇게 나오면 잔여 시즌에 팀에서 뛸 수 가 없어요. 그렇게 되면 8개월 남짓 되는 시간 동안 농구를 못하고 쉬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팀 훈련도 못하고 팀에서 나와야 해요. ‘어떻게 해야 하지’ 하다가 돌아오는 것으로 결정하게 된 거죠.
지영: 미국은 한국보다 학업을 병행하는 부분이 더 엄격하네요?
진수: 만약 원정 경기 가서 수업을 못 들으면 거기에 대한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줘요. 그럼 그걸 제출해야 해요. 어디든 학업관리해주는 분이 따라다니세요. 시험을 못 본다던지 할 때 시험용지 주면 제출해야 하고요. 학업점수가 잘 안 나오면 경기에 뛸 수가 없어요.

지영: 미국에 다녀온 것이 농구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진수: 농구로도 도움이 되고, 인생에서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죠. 솔직히 한국에서 공부와 농구를 병행하다보면 전공이 체육교육과, 체육과로 거의 정해져있다고 봐도 되거든요. 할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영어도 더 배울 수 있었고, 은퇴하고 나서 길이 더 다양할 것 같아요. 또 한국에서는 서로 볼 수 있는 인간관계가 한정적인데, 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지영: 아직 어린데, 은퇴 후까지 인생설계를 벌써 한 건가요?
진수: 생각은 하죠. 이것저것 생각은 하죠. 그런데 아직은 농구와 관련된 일은 생각 안하고 있어요. 학업을 이어갈까 생각중이에요. 대학원도 알아보고 있고요.
지영: 미래에 대해 철저하네요.
진수: 만약에 당장 내일 다칠 수도 있잖아요.(웃음) 비관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어요. 하하!

②편에서 계속...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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