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루키=박상혁 기자] 야구 매거진 프로그램 진행이 메인이었지만 윤태진은 야구 외에 농구 방송도 했던 아나운서다. 그것도 사이좋게 KBL 두 시즌, WKBL 두 시즌으로 4년 동안 농구 인터뷰를 했다. 이게 우리가 그를 여신으로 만날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어쨌든 야구보다는 적겠지만 그의 인터뷰이로 거쳐간 선수들이 많았을 터. 지금도 기억나는 선수가 있는지 물었다.

기억에 남은 김단비의 입술!
“사실 남자농구는 너무 오래 되서 기억이 안나요. 선수들은 다 아는데 인터뷰한 기억이 나지 않죠. 대신 여자농구에서는 신한은행의 김단비 선수가 기억에 남아요. 그런데 그 이유가… 말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는데. (괜찮습니다. 말하시죠) 그게 플레이보다는 가까이서 인터뷰하는데 김단비 선수 입술이 너무 예쁜 거예요. 인터뷰 내내 김단비 선수 입술이 ‘너무 촉촉하다. 예쁘다’라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여자가 여자 입술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서술하면서 예쁘다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윤태진 아나운서가 거짓말하는 건 아닌 것 같으니 나중에 직접 확인을 해봐야할 것 같다. 그런데 경기를 끝난 뒤니 립스틱을 바르지는 않았을 거고, 이온 음료수의 촉촉함이 배어 있었나?

어쨌든 윤태진의 여자농구 사랑이 이어졌다. 기본적으로 여자 선수들이 정말 말을 잘해서 인터뷰를 하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고. 여자농구 첫 시즌 때는 모르던 거 공부하고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면 두 번째 시즌부터는 말도 잘하고 예쁜 선수도 많아 본인이 신나서 인터뷰 질문을 열심히 준비하는 등 애정을 정말 많이 쏟았다고 한다. 

야구 시즌이 끝나고 농구를 하게 돼 맥이 풀리고 지친 자신을 정신 차리게 해준 게 바로 여자선수들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가장 활발하게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보니 뭔가 워맨스(Womance, 브로맨스의 반대말) 같은 감정이 느껴졌다. 이건 어디까지나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농구는 야구와 다르게 경기 양상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종목이다. 40분 중에 39분을 이기다가도 마지막 1분에 상황이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럴 때면 선수 인터뷰를 준비하던 윤태진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미리 준비해놓은 질문들을 쓰지 못하는 동시에 새로운 것들을 떠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노하우가 생겼어요. 미리 대비를 해놓는 거죠. 경기 양상을 보면 대충 와요. ‘이거 뭔가 느낌이 다르다’, ‘집에 바로 못갈 것 같다’ 같은. 그러면 선수 이름을 몇 명 적어놓고 기본적인 질문들을 뽑아놔요. 사실 박빙 상황에서 인터뷰에 오는 선수는 역전골을 넣은 선수가 대부분이어서 마지막 몇 분에 대한 질문이 크거든요. 기본적인 질문에 그런 것들을 추가하는 거죠. 그런데 그게 좀 많이 아쉬워요. 정상적인 경기 전개를 가정해서 기승전결로 인터뷰 질문을 만들고 여기에 재미요소까지 첨가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놨는데 갑자기 역전하거나 아니면 다른 선수가 예상치 못한 활약을 펼쳐서 그러면 본의 아니게 묻히는 질문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 질문들이 있는 수첩 페이지는 테이프로 끼워놔요. 나중에 이 선수를 다시 인터뷰하게 되면 물어보려고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만 하고 못한 질문이 꽤 되더라고요.”

얼마 전 방 청소를 하다가 스포츠 아나운서 시절 가지고 다녔던 수첩들을 한가득 찾았다는 그는 그것을 모두 박스에 넣어서 창고에 넣어뒀다. 야구장과 농구장을 다니며 자신의 손때가 묻어 있는 그 수첩들을 차마 버릴 수는 없었다는 게 그의 말. 언젠가는 그 수첩들 안에 적힌 질문들을 다시금 선수들에게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제2의 인생 목표? 그냥 즐겁게 살고 싶어
스트레스 받을 때는 잠을 자면서 풀고 평소 친구 아니면 친구 같은 엄마와 연극과 뮤지컬 같은 공연을 보는 게 취미라는 윤태진은 지금 자신의 삶에 더없이 만족하고 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본인 기준에는 매우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돈과 명예, 인기가 그의 만족도의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사람들하고 잘 지내고 싶고, 잘 살고 싶어요. 경쟁해서 이기고, 돈을 많이 벌고 하는 생각을 그만하고 싶고. 내 앞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한테 관심을 좀 가지고 그러고 싶어요. 일은 어차피 하면 되는 거니까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안 받고 싶죠.”

성인 이후의 그의 삶을 놓고 봤을 때 스포츠 아나운서 시절이 첫 번째 사회생활이었다면 지금은 분명 제2의 사회생활이자 제2의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 시작한 것치고는 나쁘지 않는 스타트인 셈이다.

“지금은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단계죠. 지금 막 방송 시작하고 그랬으니까 굳이 표현하자면 신생아 수준이랄까요.(웃음) 일은 열심히 하되 즐겁게 살고 싶어요. 정말(여기서 목소리 톤이 다소 높아졌다) 좀 스트레스 안 받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게 꿈이에요. 예전에 알던 선배들을 만나면 ‘표정이 되게 밝아졌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일을 하면서 어떤 걸 하겠다는 계획보다 정말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게 지금 제 바람이자 목표에요.”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6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