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박상혁 기자] <더 바스켓>이 매월 코트를 누비던 치어리더를 만나오던 'CHEERLEADER OF THE MONTH' 코너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여기서 밝혀두지만 이런 개편은 필자의 의도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편집장과 막내 기자가 이야기를 나누다 엉뚱한 쪽으로 방향이 흘러 범위를 넓혀 농구와 관련이 있는 여성 관계자(?)를 조명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여기에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기자들의 재미없는 글보다 예쁜 외모를 닮은 사진을 더욱 많이 넣어 화보 형식으로 꾸미자는 구체적인 아이디어까지 덧붙여졌다.
생각해보니 코너가 바뀐 것이 아니라 치어리더로 한정됐던 범위가 넓어진 것뿐이다. 물론 필자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OK 사인을 냈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이번호부터 진행되는 ‘월간 여신’이다. 뭔가 코너명이 복고적이면서도 직접적이다. 어쨌든 방향과 콘셉트가 정해진 뒤 첫 인물을 누구로 할 것인가에 대한 내부 회의가 열렸다. 여러 인물이 오르내렸지만 가장 먼저 인터뷰이로 정해진 건 윤태진 아나운서였다.
그녀의 근황(?)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니 왠지 흑백사진 속 추억의 여배우가 나와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리 영화 제목 패러디라지만 너무 고전같나? 하지만 윤태진 아나운서가 농구팬들과 현장에서 만났던 것이 아마도 2014년 초 정도였던 같으니 여기서 말하는 그 시절은 바로 그 즈음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촬영장인 선유도공원에서 오랜만에 만난 윤태진 여신(코너명이 그런 만큼 이런 표현을 쓰겠다)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선유도공원으로 향하는 다리를 넘어오는 모습부터 아우라가 느껴졌다. 가까이서 인사를 나누고 실물을 접했을 때는 그 느낌이 절정에 달했다.
이전 방송에서 보던 것과 다르게 뭔가 여유가 생기고 표정도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다. 더운 날씨에 왜 반사판을 가지고 왔냐고 후배 사진기자에게 짜증을 냈으나 생각해보니 그 덕에 바로 옆에서 여신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어쨌든 3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더위에도 웃으면서 인터뷰와 촬영을 마칠 수 있던 것은 모두 그의 미소 때문이었다.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가고 푹 쉬었어요.”
2015년 10월을 끝으로 윤태진은 소속사였던 KBS N과 계약 만료가 되며 퇴사했다. 야구 경기가 끝나면 매일 볼 수 있던 그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게 바로 이때부터. 일단 궁금했던 근황부터 물었다.
“퇴사하고 6개월 정도는 집에서 쉬었어요. 그냥 쉰 게 아니고 정말 푹 쉬었죠. 여행도 다녀왔어요. 제주도도 다녀왔고, 일본도 갔다 왔어요. 그리고 제가 야구 시즌에는 데일리 매거진 프로그램을 전담으로 하다 보니 평소에 사람을 잘 못 만났는데 쉬는 동안 못 봤던 친구들도 만나고 지인들도 만나고 그랬어요. 만나서 먹고 싶은 것도 맘껏 먹고 그렇게 보냈어요.”
쉬는 틈틈이 일이 들어와 행사 진행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는 근 6개월을 오롯이 재충전의 시간으로만 보냈다. 몇 년간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보상이었다. 향후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나중 일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기 직전까지도 그만둘 거라는 생각을 못해서 어떤 준비가 된 상태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그냥 쉬는 김에 맘 편하게 쉬고 싶었고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사실 ‘내 앞길이 어떻게 될까’, ‘뭘 하면서 살아야할까’ 같은 고민들을 지금 한다고 해도 당장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마음을 비우고 좀 쉬면서 재충전을 하자는 걸 목표로 했기 때문에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했죠.”
하지만 이렇게 예쁘고 일 잘하는 아나운서를 주위에서 가만 놔둘 리 없다. KBS N 아나운서 시절 인연을 맺었던 ‘더그아웃 매거진’에서는 퇴사 후에도 편집장이 직접 나서 계속 같이 일을 하자고 제안했고, 얼마 전부터는 경제 관련 프로그램 진행도 맡게 됐다. 또 SBS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고정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여기에 안정적으로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소속사도 새로 생겼다. 올해 1월 현 소속사인 코엔스타즈와 전속계약을 맺은 것.
“쉬던 중에 대표님이 직접 저한테 연락을 하셨어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그래서 만났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좋은 말도 많이 해주시고 든든한 느낌이 들어서 바로 결정하고 회사에 오게 됐어요.”

새로운 일들, 낯설고 생소하지만 재미도 있어
방송을 하고 야구선수들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예전과는 분명 다른 생활이다. 이런 변화를 윤태진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있을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에는 아무래도 회사를 다니는 거니까 일이 없어도 출근을 했고, 야구 시즌이면 매일 방송을 하니까 당연히 바빴죠. 또 스포츠 위주로만 방송을 했고요. 하지만 지금은 방송이라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스포츠가 아닌 다른 분야를 하기 때문에 새로워요. 진짜 해보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고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어서 재밌기도 하죠. 물론 안 해봤던 걸 해서 낯설고 무서운 것도 있는데 그래도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하고 재밌게 하고 있어요.”
지금이야 새로운 도전이고 재밌는 일이라 말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너무 겁이 나고 주위의 이야기에 흔들릴 때도 많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그에 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격려하는 댓글이 많았지만 아닌 댓글도 간혹 있었다고. 그 수가 적어도 유독 자신을 비난하는 말이나 글일수록 크게 들리는 법이다.
윤태진도 그런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아무 것도 하면 안 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에 마음도 상하고 힘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신기하게 ‘카메라 앞에 서기 싫다’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예전에도 시청자들이 뭔가 불만을 제기하면 그걸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했어요. 그리고 제가 사람들 말에 상처를 받지만 금방 잊어버리는 타입이기도 하고요. 또 제가 저 자신을 좀 혹독하게 대하는 편이라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어요. 저는 스스로 저에게 뭐라 하는 타입이거든요. 그래서 상처를 받기도 많이 받고요. (완벽주의인 건가요?) 완벽주의라기보다는 책임감인 것 같아요. 저한테 맡겨진 일이면 대충대충 잘 안 넘어가져요. 제 자신을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죠. 예전에도 마찬가지였어요. 방송을 대충할 수도 있고 선수 인터뷰도 모르는 데 아는 척 하면서 시늉을 낼 수는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는 못하겠더라고요.”

이런 주관 때문에 지금껏 자신의 일들을 똑 부러지게 처리해왔고 그래서 더 인정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야구 매거진 인터뷰는 매번 담당 에디터와 상의해 질문을 정리하고 준비한다. 심지어 촬영에 입고 나가는 옷도 되도록 튀지 않고 선수들이 입는 옷과 비슷한 톤으로 가져가려고 최대한 노력한다는 세심한 배려까지 돋보인다. 이렇게 준비성 철저한 사람을 어느 누가 인정하지 않겠는가?
그래서인지 그는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도 신중했다. 스포츠 아나운서를 넘어 프리랜서가 된 만큼 연기나 예능 프로그램 출연 같은 것도 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자신이 뭐라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제가 능력이 안 되는 데 저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서 억지로 다른 일을 할 생각은 없어요. 예를 들어 연기 같은 것도 할지 안할지 모르겠지만 할 거면 제대로 배우고 가는 게 낫지, 무조건 덤비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이제 막 프리랜서로 활동하는데 ‘지금은 뭘 하겠다, 안 하겠다’고 말할 때가 아니에요. 제가 해본 게 없으니까요. 다행히 회사에서 여러 다양한 일을 할 기회를 주시고 이게 저와 맞는지 아닌지를 조율하는 과정이에요. 제가 하고 안 하고를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역시 그는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마음씨와 생각까지 비단결처럼 고운 여자였다.
②편에서 계속...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6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