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루키=박진호 기자] 초등학교 4학년 시절 가족과 함께 LA로 이민을 간 NS윤지는 처음에는 미국 적응에 애를 먹었다. 영어를 제대로 배우고 간 것도 아니어서 기본적인 대화도 불가능했다. 알아듣는 수업도 수학이 전부였다고. 나머지 수업 시간은 그야말로 “멍 때리다 왔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많은 도움을 준 것이 농구였다.

“몸으로 함께 부딪혀야 빨리 친해지고 영어도 빨리 는다”는 어머니의 생각에 농구를 처음 하게 됐고, 이를 통해 미국 친구들과 어울리며 적응을 빨리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드리블 하고 레이업을 던질 줄 아는 정도일 뿐 ‘썩 잘하는 농구’는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레이커스의 팬이 된 것은 당연히 LA에 살았기 때문이다. LA를 연고로 하는 구단은 다저스(야구), 갤럭시(축구), 킹스(아이스하키) 등 많은 팀이 있었지만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농구였다. 당시의 분위기도 한 몫을 했다고 한다.

“다른 스포츠도 인기가 많지만 그때 LA는 정말 온통 ‘레이커스’였어요. 코비와 샤크의 듀오가 정말 큰 인기를 끌면서 챔피언십을 이기던 때였거든요. 시내 곳곳이 레이커스 물결이었어요. 저랑 동생도 레이커스 저지 입고 다니고 차에 레이커스 깃발 꽂고 다녔거든요.”

야구는 잘 몰랐고, 축구는 미국 내에서 인기가 높지 않다보니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게 전부였다. 결국 “볼 줄 알고 할 줄 아는 게 농구뿐이었고, 하필 나는 그때 LA에 있었다”는 게 오늘의 레이커스와 코비의 열성팬인 NS윤지를 만든 계기였다. 또한 친구 부모님 덕분에 스테이플스 센터로 레이커스의 경기를 수없이 보러 다녔다고 한다. 그러면 ‘여신’의 자리를 잠시 내려놓고 ‘레이커스 팬’으로 자리를 고쳐 앉았던 NS윤지와의 ‘레이커스 대화’를 잠시 들어보자.

TB: NBA의 새로운 지배자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홈인 오라클 아레나를 갔을 때 어땠나요?
NS윤지: 동생이랑 레이커스 져지를 입고 다니는데 약간 홈팬들이 무시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너희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시선이랄까? 그래도 속으로 되새겼어요. ‘우린 챔피언십 반지가 몇 갠데! 너흰 아직 멀었어’라고요. 워리어스도 노란색이 들어간 구단 기념품 같은 거 만들잖아요. 그런데 솔직히 ‘옐로우’는 레이커스죠. 어딜!
TB: 자, 그럼 다음 시즌 레이커스의 성적은 어떨 거 같아요?
NS윤지: 아아아...(이날 인터뷰 중 가장 적극적이었던 앙탈) 싫어요. 이거 안 하면 안돼요?
TB: 네. 안돼요. 다들 궁금해 해요. 플레이오프는 갈 수 있을까요?
NS윤지: 하아~(큰 한숨, 그리고 잠시 동안의 정적) 기대는 하는데 그렇다고 너무 큰 기대는 안 해요. 실망하기 싫으니까...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안된 거 같아서 살짝 걱정이 되거든요. 루키들을 지원해주고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몇 년 걸릴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기다리다보면 또 다시 모든 이들의 축하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제가 더 늙기 전에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TB: 티모페이 모즈고프가 4년간 6400만 달러에 레이커스로 왔습니다. 어떻게 생각해요?
NS윤지: 6400만 달러... 돈 많이 벌어서 좋겠다.
TB: 그게 다예요?
NS윤지: 제가 말했죠? 선수 영입이 잘 안된 거 같다고! 사실 드래프트도 그렇게 잘 된 것 같지 않아서 걱정스럽거든요. 그래도 뭐... 혹시 모르죠.
TB: 그렇게 좋아하던 코비가 은퇴를 했습니다. 코비 없는 레이커스는 어떻게 합니까?
NS윤지: 끝까지 응원해야죠. 루크 월튼이 다시 왔잖아요. 그가 선수로 활동할 때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귀엽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정말 믿을 건 루크 월튼 뿐인 것 같아요. 골든 스테이트에서 고된 훈련을 받고 왔고, 레이커스에서 뛰었던 기억이 있으니 자부심을 갖고 팀을 일으켜 세울 거예요. 한 번 레이커스 팬은 영원한 레이커스 팬이기 때문에 코비가 없다고 해도 응원하는 팀이 바뀌진 않을 거 같아요.

농구 여신에게 치명적인 남자, 코비 브라이언트
어린 시절 NS윤지가 레이커스에 푹 빠질 무렵부터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최고의 선수가 바로 코비 브라이언트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경기를 볼 때도 “코비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며 그의 실력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은 NS윤지는 데뷔부터 은퇴까지 오롯이 레이커스만을 위해 뛰었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가치도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를 보는 그녀만의 관점 또한 말해줬다.

“코비의 플레이를 보면 몸 움직임의 선이 다른 선수들과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과격하게 그냥 움직이는 게 아니고... 플레이의 선 자체가 너무 예뻐요. 무용수들도 스텝을 하나하나 외워서 전체를 만들잖아요. 코비도 마치 그런 느낌이에요. 머릿속으로 미리 정해서 움직이는 건 아니겠지만 미리 그렇게 움직여지는 것으로 정해져있었던 것 같다고 할까요? 그래서 코비의 플레이를 보는 게 너무 좋고 재미있었어요.”

무용을 전공했던 NS윤지는 코비에 대해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였기에 경기 중에 그처럼 예쁜 선을 보여주면서 경기를 펼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오라클 아레나까지 원정을 가서 레이커스의 경기를 본 것도 코비의 플레이를 경기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목이 쉴 정도로 코비를 응원했어요. 너무 재밌고 행복했어요. 마지막 시즌에는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도 많이 있었죠. 하지만 어떻게 매 경기 완벽한 플레이를 할 수 있겠어요?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잖아요. 정말 팬이라면 좋지 않을 때도 응원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코비의 은퇴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수긍하는 반응을 보였다. “부상도 많았고 어깨도 무거웠을 것”이라고 말한 NS윤지는 “레이커스와 팬들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며 인터뷰 도중 실제로 박수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은퇴 경기를 보면서는 엉엉 울었다고...

“보통 NBA경기는 동생이랑 같이 보는데 하필 그날 동생이 일이 있어서 이불 끌어안고 저 혼자 경기를 봤거든요. 심지어 코비가 너무 잘 했잖아요. 마지막 경기라서 다른 선수들이 배려를 해줬다고도 하는데 은퇴 경기에서 그런 배려를 받을 수 있는 것도 그 선수의 능력이고, 또 코비가 그만큼 했으니까 다른 선수들에게 존경을 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버저가 울리는 데 ‘이제 정말 못 보는 구나’, ‘LA의 어디를 가야 볼 수 있을까’ ‘어디 사는지 알아내야 하나’ 이런 생각까지 들면서 바보처럼 울었어요. 평생을 응원했던 선수의 마지막을 보는 게 이런 기분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아쉬우면서도 뭔가 시원섭섭한 느낌이랄까...”

NS윤지의 ‘코비 사랑’은 끝이 없었다. 지난 시즌 NBA 파이널에 전화 연결로 깜짝 등장한 만큼 다음 시즌에는 객원 해설로 나서보는 게 어떠냐고 묻자 “그런 건 전문 지식이 있는 분들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은퇴한 코비 브라이언트를 만나는 특별 프로그램의 리포터는 어떠냐고 묻자 “내 돈을 내고서라도 할 것”이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NBA에 초점에 맞춰져있긴 하지만 NS윤지가 LA레이커스와 코비 브라이언트에 열광한 것은 결국 농구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국내 농구에도 관심이 있다. 과거에 시투를 해본적도 있고 배우 서지석 씨와 친분이 있어 함께 농구장을 찾은 적도 있다. 은퇴한 김승현의 팬이었다고 말한 그녀는 울산 모비스의 양동근을 좋아하는 선수로 꼽았다.

만약 KBL이나 WKBL에서 그녀에게 홍보대사를 제안한다면 어떨까? 그녀는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당연히 응할 것”이라고 고민 없이 대답했다. 대한민국 농구협회와 KBL, WKBL에게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먼저 결과를 얻는 쪽이 박수를 받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농구 사랑하는 NS윤지가 될 것!
사실 지난 해 말 NS윤지는 가수 은퇴설에 휩싸인 적이 있다. 스스로 은퇴를 말한 적은 없었다. 데뷔 이후 쉼 없이 달려온 시간에 많이 지쳤고 휴식이 필요했다. 얼마를 쉬겠다고 예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미국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다보니 뜻하지 않은 은퇴설까지 등장했다. “은퇴는 생각해 본적도 없다”는 그녀는 “새 앨범을 내겠다고 일정을 잡은 건 아니지만 이제 조금씩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구 행사와 관련해서는 고민도 있었다. 털털한 성격 때문에 팬들에게도 특별한 언질 없이 휴식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자신의 본업도 아닌 농구 관련 행사로 돌아오는 것이 미안했기 때문. 하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도 좋아해주고 응원해준 팬들에게 고맙다며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그리고 농구팬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실 농구를 좋아한다는 것만으로 농구팬들이 좋아해주신다는 게 생소하기도 하고 또 고맙기도 해요. 농구팬들과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저도 노력을 해서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더 재밌잖아요. 앞으로 농구팬들에게도 더 많이, 꾸준히 사랑 받을 수 있게 농구를 지금보다 더 많이 사랑하는 NS윤지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LA레이커스 팬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레이커스 팬 여러분! 긴 기다림의 보람이 꼭 있을 거예요! 한결같이 열심히 응원하다보면 곧 다시 챔피언이 될 수 있는 레이커스라 믿어요! 아자 아자!”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6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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