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지난 해 9월, ‘다음 월간 여신의 주인공을 누구로 해야 하는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빠졌던 <더 바스켓>에 'KBL프로아마최강전'은 한줄기 빛을 선사했다. 대회 기간 내내 신인 가수, 아이돌 그룹이 경기장을 찾아 짧은 공연을 이어갔던 프로아마최강전에서 <더 바스켓>의 시선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신인 가수 루이였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가수인 루이는 중학생 시절 농구부로 활동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도 경기 중 이벤트에 나서 당당히 3점슛을 성공시켰다. 우리는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월간 여신’의 주인공으로 루이를 선택했다. 

통역 없이도 인터뷰를 할 수 있는 한국어 실력을 갖춘 루이와의 인터뷰는 그래도 어색함이 어느 정도 있었다. ‘신인 가수’ 루이에 대한 정보가 우리에게 많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걸 그룹 ‘H.U.B’로 KBL 올스타전에서도 축하 무대를 꾸몄던 루이는 지난 달 30일, 설 특집으로 MBC에서 방영했던 ‘2017 아이돌스타 육상 양궁 리듬체조 에어로빅 선수권대회’에서 60m 여자 단거리 1위를 차지하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심지어 지금도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아육대’를 치면 연관 검색어로 ‘아육대 루이’가 나온다. 

K-POP이 좋았던 소녀
‘지한파(知韓派)’라는 말이 있다. 한국인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사회와 문화, 정치, 경제 등의 부분을 공부해 한국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갖춘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친한파’(親韓派)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뜻한다. 일본에도 ‘지한파’ 혹은 ‘친한파’ 연예인들이 적잖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난강’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가수 겸 배우 쿠사나기 츠요시를 비롯해 우리나라 방송에도 등장했던 후지이 미나, 한국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일본 내에서 다큐멘터리가 방송되기도 했던 타케이 에미 등 유명 연예인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처럼 역사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있지만 서로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다수 있다. 루이 역시 그런 이들 중 한 명이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한국이 좋았다”는 루이는 가장 좋아하는 가수를 묻는 질문에도 주저 없이 “현아 선배님”이라고 대답했다. 

특별한 장래 희망을 정하기 전해도 한국에 유학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한국에 관심이 생기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 “집 근처에 유학을 와 있던 대학생 한국 언니들과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싶었다”는 그는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해서 그녀들과 대화를 주고받았던 친구가 너무 부러웠다고 한다. 가수의 꿈이 시작된 곳도 한국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 그리고 엄마랑 같이 한국에 여행을 왔었는데 길에서 연예인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 전까지는 가수라던가 연예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때부터 이런 꿈을 꾸게 된 것 같아요.”

소위 말하는 길거리 캐스팅이다. 길에서 안면 없는 이들에게 잡혔을 때는 “도에 대해 관심있냐”는 질문이나 들었던 입장에서는 역시나 새로운 세계의 일이다. 당시 루이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 회사에 구경을 가기도 했지만 끝내는 제안을 거절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일본으로 돌아간 후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고 “내가 가수에 꿈이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K-POP을 좋아했고 군무가 멋있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그제야 자신이 노래하는 것과 춤추는 것을 좋아하고 가수들을 동경하고 있었음을 기억해냈다는 것. 그래서 한국에 다시 오기 위해 학교를 다니며 여러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한국어를 모르는 만큼 어학당을 다니며 오디션을 볼 계획이었다고. 일본에서부터 친분이 있던 한국 기획사 대표에게도 소개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 분이 지금 저희 회사 대표님이세요. 저는 이 회사에는 남자 연습생들만 있는 줄 알고 여자 지망생들을 뽑는 회사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회사에 놀러오라고 하셔서 가봤더니 여자 연습생들도 있더라고요. 대표님이 ‘여기서 해보자’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선물 받고 싶어 시작한 농구
WKBL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왜 농구를 시작했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키가 커서” 혹은 “달리기가 빨라서”라고 대답한다. 자발적으로 농구를 선택한 경우 보다 신체 조건이나 운동 능력이 눈에 띄며 스카우트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루이는 달랐다.     

“저보다 2살 많은 작은 오빠 친구들 중에 농구 동아리 언니들이 많았어요. 그때 언니들이 오키나와로 수학여행을 가게 됐어요. 전 오키나와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너무 부러웠고 기념품을 사다 달라고 했는데 ‘동아리에 들어오면 사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어요.”

물론 선배 언니들이 아무 이유 없이 그를 농구부로 유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재 170cm가 넘는 키인 루이의 신체조건이 매력적이었을 것이고, 그 역시 어려서부터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어쨌든 ‘오키나와에서 온 선물’ 때문에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지만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중학교 시절 1년 반 정도의 활동이 농구 경력의 전부다. “게임을 하며 정해진 시간에 모든 걸 쏟아 붓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매일 더위를 먹을 정도로 열심히 하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짧은 구력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의 노력은 약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효과를 증명하고 있었다. 지난해 2016 프로아마최강전 당시 슈팅 이벤트에 참가한 루이는 가까운 거리에서 비교적 쉬운 슛을 시도할 수도 있었지만 대뜸 가장 먼 3점슛을 골랐다. 

‘여자 연예인이 이벤트를 성공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다’는 속내가 적잖이 드러났던 장내 아나운서마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비록 단번에 이벤트를 해내지는 못했지만 3번의 시도 만에 3점슛을 성공시켰다. 좀 더 쉬운 슛을 선택하지 않고 가장 난이도가 높은 3점슛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들어가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학교 때 농구를 그만둔 후에 특별히 농구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한 달 전인가? 집 근처에서 잠깐 해봤는데 그때 3점슛이 생각보다 잘 들어갔어요. 그래서 이벤트 때도 ‘혹시 들어가지 않을까’했었어요. 조금 욕심이 났던 것 같아요.” 

3점슛을 성공한 대가는 농구화였다. 그러나 그가 신기에는 너무 큰 사이즈다. 무려 280mm짜리 농구화를 득템한 루이는 “기부를 하던가 이벤트를 통해 팬을 위한 선물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당시에 이런 말을 했는데 지금 그 농구화가 아직 소속사 사무실에 있을지, 새로운 주인을 찾아갔을지는 모르겠다.

②편에서 계속...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6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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