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형제처럼 꼭 닮은 임동섭(위 왼쪽)과 김준일

잘 어울리는 한 쌍 ‘동섭과 준일’
[루키=김영현 기자] 숙소에서는 일어나서 다시 잠들 때까지 온종일 함께하는 임동섭과 김준일. 짧은 외출 시간이 주어지면 근처에 밥을 먹으러 나가기도 하고 영화도 보러 다닌다고. 일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를 똑같이 밟는 셈이다. 이렇듯 잘 어울리는 두 사람에게 서로의 매력에 관해 물었더니 대답도 가관이었다.

임동섭은 김준일의 매력에 관해 ‘밤에 안경을 착용했을 때 용산 전자상가에서 튀어나올 듯한 오타쿠(광팬 혹은 마니아)스러움’이라고 했다. 김준일은 또 이에 질세라 ‘항상 유지하는 그의 청결 상태, 유전 터지듯 나오는 땀. 그의 땀은 마치 롤 게임 캐릭터 볼리베어 같다’라고 맞받아쳤다. 분명히 서로의 매력을 물었는데… 둘 다 자기주장이 굉장히 강하다...

TB : 서로에게 고마운 점이 있다면요?
준일 : 입맛이 까다로운 편인데 나가서 먹을 때 의견이 달라도 형은 항상 제가 말한 메뉴를 먹어줘요. 예를 들어 저는 쌀국수를 원하고, 형은 자장면이 먹고 싶은 상황이 오면 결론은 항상 쌀국수인 거죠. 그리고 거의 매번 사주시고요.
동섭 : 한 번씩 얘도 사요.
TB : 자투리 시간은 어떻게 보내요?
동섭 : 여유가 생기면 영화를 보러 가요. 보통 준일이가 ‘형, 이거 보러 가요’라고 제안하는 편인데 자기가 말해놓고 자더라고요.
준일 : 그때는 정글북을 봤는데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인 줄 알았더니 크게 변동 없이 그냥 그대로 쭉 이어지더라고요.
TB : 일반석에서 보면 좁진 않아요?
동섭 : 조금 좁긴 하죠. 그래도 그게 나아요. 제가 준일이한테 ‘내가 왜 너랑 스위트박스에서 봐야 하냐’고 말했잖아요.(웃음)
준일 : 저는 골드클래스도 같이 볼 수 있어요.
동섭 : 그건 내가 안 돼. 너무 편해서 잠들 거야.
TB : 영화 볼 때 팝콘도 먹어요?
동섭 : 저는 먹어요. (김준일이 자신은 안 먹는다고 하자 발끈하며) 잘만 먹더니만!
준일 : 먼저 먹자고는 안 하는데 있으면 먹는 스타일이에요.

▲ '어미새' 임동섭의 환한 미소

TB : 나이 차가 얼마 나지 않아서 같이 방을 쓰면 편할 것 같아요.
준일 : 편하진 않은데 조언을 잘 해주시니까 늘 도움이 되고 있어요. 특히 인간관계에 관해 경험에서 우러난 비법을 많이 알려주세요.
동섭 : 저나 준일이나 처음 보는 사람한테 낯을 가리다 보니까 오해를 받잖아요. 제가 지금도 어린 축이지만, 더 어렸을 때는 그런 오해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관련된 얘기를 많이 해줘요. 저도 표정 같은 걸 고치려고 노력 중이거든요. 준일이가 왜 그러는지 이해는 가는데 그래도 고치라고 하죠.
준일 : 그런 얘기를 연세대 시절에 어머니랑 아버지도 많이 해주셨어요. 경기 끝나고 팬들한테 너무 차갑게 대하지 말라고요.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 사진 찍을 때 못 웃거든요.
TB : 농구할 때는 몸싸움도 적극적으로 하잖아요.
준일 : 농구할 때랑 일상생활이 너무 다르니까… 그래서 또 ‘쟤는 왜 저래?’라는 말을 듣는다는 걸 저도 알고 있어요. 개선하려고 하는데 아직 잘 안되긴 하네요.

사실 개인의 고유한 성향이다 보니 하루아침에 바꾸긴 어렵다. 그래도 같은 고민을 먼저 겪은 임동섭과 함께여서 김준일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는 생각이다.

이 남자들이 자는 법
인터뷰 후반부에 시동이 제대로 걸린 이들은 서로의 잠버릇도 과감하게 털어놓았다. 특히 ‘베개 부자’ 김준일이 밝힌 임동섭의 ‘400엔 스토리’에서 고구마 백 개가 한꺼번에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함께한 삼성 구단 관계자도 “이제 하나 나왔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TB : 잠버릇도 따로 있어요?
준일 : 피곤할 때 잠버릇이 나오는데 저는 코를 골고, 동섭이 형은 누구를 찾아요. 어제는 꿈에서 돈을 잃었는지 400엔을 엄청 외치더라고요. (또 한 번 동섭이 발끈하자) 진짜예요. 거짓말 하나도 안 하고요. 형이 빨리 자고 제가 늦게 자니까 다 알죠. 어제 분명히 400엔이라고 했어요.
동섭 : 이 말이 저는 지금 의심스러운 게 얘가 과장해서 말하는 건 아닌지… 근데 신인 때 룸메이트였던 (김)동우(은퇴) 형도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는 제가 한창 영어 공부할 때인데 자다가 갑자기 영어단어를 말했대요. 잠꼬대를 하긴 하나 봐요. 잠을 좀 험하게 자긴 해요. 자고 나면 베개가 없어지기도 하고요. 저번에는 자다가 목이 너무 아픈 거예요. 알고 보니 제가 침대 모서리에 목을 베고 있더라고요. 한 번은 이불이 다 떨어져서 동우 형이 그걸 밟고 넘어질 뻔하기도 했고요. 근데 정말 피곤할 때 나오는 거라 극히 드문 경우긴 해요.

▲ 나고야 호텔에서도 룸메이트인 임동섭(위 왼쪽)과 김준일

임동섭의 침대에는 농구공도 항상 놓여 있다. 부상으로 체육관에 나가지 못할 때 둔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워낙 오래되다 보니 바람이 다 빠진 상태여서 곧 공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한다. 힘든 시절, 농구를 향한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준일 : 형이랑 다른 게 저는 베개가 많아야 하거든요. 잡으면 베개가 만져져야 하는 스타일이에요. 원래 베개가 일곱 개였는데 지금은 네 개로 줄었어요. 안고 자거나 다리 올리는 용도로 쓰죠.
동섭 : 심지어 베개도 엄청 커요. 근데 준일이는 잠귀가 어두운 건지 잘 못 일어나요. 저번에 한 번은 불러도 안 일어나고 불을 켰다가 꺼도 못 일어나더라고요. 그래서 ‘어~~어?’ 싶어서 툭 세게 치니까 일어나더라고요. 저는 그게 절대 안 되거든요.
준일 : 한 번 자면 깊게 자긴 하는데 잘 때 빛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못 자는 편이에요. 모뎀 깜빡거리는 것도 신경 쓰여서 제가 테이핑으로 다 감아뒀잖아요. 또 형 마우스가 현란하게 빛이 나서 그것도 다 덮어뒀고요.
동섭 : STC(삼성트레이닝센터) 방에 가보면 다 테이프로 붙여져 있어요. 지금 쓰는 호텔에서는 탁자 위에 있는 전자시계를 뒤집어 놓는 거예요. 뭐하냐고 물으니까 ‘빛이 나서요’ 이러더라고요. 저는 햇빛도 쐬고 환기시키는 걸 좋아하는데 준일이는 빛 때문에 블라인드를 다 테이프로 붙이려고 하더라고요.
준일 : STC 방이 다 좋은데 아침에 햇빛이 제 눈을 지나가요. 그래서 베개를 세워놓죠. 언젠가 저는 그걸 테이핑으로 다 막을 거예요.
동섭 : 베개만 세워놓는 게 아니고 태블릿 PC도 세워놓는데 막 삐걱삐걱하는 소리가 나요. 그 소리도 신경 쓰이는 데다 얘가 밤에 아프리카 TV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 특유의 방송 소리가 나면 제가 제발 좀 끄면 안 되냐고 부탁하잖아요.
준일 : 자기 전에 심심하니까 가끔 보긴 하죠. 그 외에도 자기 전에 빗소리나 파도 소리 같은 걸 틀어놔요. 저는 불빛이 비치는 것에만 예민하고 소리는 괜찮거든요.
동섭 : 안 맞아. 그 빗소리 때문에 놀라서 자다가 일어나서 끈 적도 있잖아요.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함께 살다 보면 다툴 일이 생기고 또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발견하게 된다. 비슷한 성격을 가진 임동섭과 김준일도 생활방식에서는 다른 면이 있었지만, 그런 부분을 이해하고 맞춰가면서 더 가까워지고 닮아가는 듯했다. 이들은 국군체육부대 상무도 동시에 합격해 동반 입대를 앞두고 있다. 두 분 오붓하게 잘 다녀오세요! 파이팅!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6년 10월호에 게재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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