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닮은 듯 다른 임동섭(위 왼쪽)과 김준일

[루키=김영현 기자] 평소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인터뷰를 선호한다. 물론 억지로 쥐어짜듯 이뤄지는 인터뷰를 누가 좋아하겠느냐 만은… 근데 이 인터뷰는 물이 흐르는 게 아니라, 물이 계속 들어갔다… 자꾸 고구마 백 개를 먹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 낯을 많이 가리는 임동섭과 김준일(이상 삼성)을 한 명도 아니고 두 명 다 같이하려니 물은 흐를 수가 없었다. 그래도 본지 2016년 8월호 페이버릿을 통해 한 차례 인터뷰했던 임동섭이 “이번에는 몇 페이지에요?”라며 분량을 점검하고, 인터뷰를 어색해하는 김준일에게 농담도 건네는 등 편하게 이끈 덕분에 분위기가 한층 나아졌다.

이 모습은 마치 ‘어미 새’와 ‘아기 새’를 연상하게 했다. 특히 임동섭은 어미 새가 모이를 나눠 주듯 취재진에게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과자도 나눠줬다. 꼭 ‘우리 (김)준일이 잘 부탁해요’와 같은 느낌이었다. (이 인터뷰의 경우, 삼성의 전지훈련지 일본 나고야에서 진행된 터라, 게재한 사진은 당시 머물렀던 호텔에서 찍은 것임을 미리 밝힌다)

‘엄마 같은’ 동섭과 ‘경고 받는’ 준일
지난해 필리핀에서 스킬트레이닝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친해진 두 사람. 이들은 하얀 얼굴에 곱상한 외모로 이미 외관부터 친형제처럼 닮았다. 임동섭(1990년생)과 두 살 터울인 김준일(1992년생)은 농담을 주고받는 등 막역하게 지내는 모습이었다. 이 과정에서 임동섭은 김준일에게 전혀 무섭지 않은 경고(?)를 날리기도 했는데 거의 아기 새 아니… 조금 많이 큰 아기 새를 보살피는 어미 새와 같은 모습이었다.

▲ 김준일의 눈에서 조금 쓴 꿀이 떨어지는듯...

더 바스켓(이하 TB) : 방을 같이 써보니까 어때요?
임동섭(이하 동섭) : 예상했던 그대로였어요. 제가 준일이를 딱 봤을 때 ‘성격이 이럴 것 같다’라고 생각했던 그 모습 그대로 실망시키지 않더라고요. 놀랐던 건 생각보다 자기만의 공간은 깨끗하게 쓰더라고요.
김준일(이하 준일) : (임)동섭이 형도 딱 첫 느낌 그대로였고 어긋나는 부분이 없었어요. 깔끔하고 자기관리도 잘하고요. 근데 방에 불을 9시만 되면 끄거든요. 저는 누워서 주로 휴대전화를 만지는데 어두우니까 눈이 아파요. 박쥐도 아니고 무슨... 저도 어두운 걸 좋아하긴 하는데 너무 일찍 끄니까…
동섭 : 과장된 거예요. 10시나 11시 사이에 끄죠. 9시는 정말 극도로 피곤할 때에요. (준일 曰 근데 자주 피곤하세요) 하나를 꼭 끄집어내서 과장되게.
준일 : (전혀 무섭지 않은 경고 1회를 받은 후) 경고 주지 마. 방에서 형이 경고를 많이 주세요. 형이 가장 자주 하시는 말이 ‘네가 방에 와서 더러워졌다. 방이 안 그래도 좁은데 더 좁아졌다’는 거예요. 형은 방 전체가 다 깔끔해야 하는 스타일이고, 저는 제 구역만 깨끗하면 되는 스타일이거든요.
동섭 : 제가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긴 해요. 아니, 근데 방을 깨끗하게 해놓긴 하는데… 자기 자리를 배제한 곳은 상자 같은 게 있어서 사람이 다닐 수가 있어야죠.
TB : 그럼 김준일 선수가 직접 치우는 거예요?
준일 : 형이 스스로 치우세요. 엄마 같은 존재예요.

방장이라기보다 엄마에 가까운 임동섭에게 김준일이 방에서 가장 하지 말았으면 하는 행동이 뭐냐고 묻자 “너무 많은데… (웃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틈을 타 김준일이 먼저 선수 쳤다.

준일 : 형이 발아래 있는 걸 잘 못 보시다 보니까 화장실에 물기 있는 걸 되게 싫어하세요. 물기를 제거하라고 강조하시는데 그건 불러서 닦으라고 하면 제가 닦아요.
동섭 : 네가 언제 닦았어?(발끈) 물을 어느 정도 흘리는 건 이해하겠는데 얘는 물바다를 만들어놔요. 한번은 수건을 깔아 놓으라고 했더니 약간 반항하듯이 큰 수건을 화장실 전체에 펼쳐 놓더라고요.
준일 : 제 덩치가 크잖아요. 그리고 수건을 넓게 펼치면 편하기도 하고요. 사실 수건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화장실과 방에 각각 1차 수건과 2차 수건으로 나눠져 있는데 워낙 발에 예민하시니까… 얘기하다 보니 되게 죄송스럽네요. 그건 제가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인터뷰는 거의 이런 식으로 흘렀다. 임동섭이 형이고, 김준일이 동생인 건 맞는데 당하고 발끈하는 쪽은 오히려 임동섭이었다. 엄마 같은 동섭이 가끔 잔소리를 많이 할 때면 준일은 그의 침대로 직접 찾아가 온몸으로 깔아뭉개기도 한단다. 준일의 힘이 너무 세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동섭. 이날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니 햄버거 당하는 모습도 눈에 선했다.

②편에서 계속…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6년 10월호에 게재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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