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꽃보다 삼성 ‘아프리카 편’
[루키=편집부] 긴 재활로 인해 비시즌에 여행 한 번 제대로 간 적이 없던 임동섭이 2015-2016시즌이 끝나고 처음으로 아프리카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이 부분은 사생활인 만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꺼렸지만, 분량 여섯 페이지에서 오는 압박이 안타까웠던 탓인지 물 흐르듯 여행담을 공개했다.

“저도 이야깃거리를 쥐어짜고 있거든요. 제가 아프리카 얘기를 한 건 정말 모든 걸 오픈한 거예요”라며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호소한 임 슈터.

공개하기 망설이던 비싼 아프리카 여행기를 깊숙이 파고들어 봤다. 사실 운동하면서 해외에 나갈 일은 많았지만 목적이 수술 혹은 전지훈련이었다고. 한 번도 여행을 목적으로 해외에 가보지 못했던 그는 절친한 동료 이시준, 박재현(상무)과 함께 아프리카에 가기로 약속했다. T사 예능 프로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꽃청춘)’을 보고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박재현은 다소 생소한 여행지이다 보니 처음에는 아프리카에 왜 가냐는 반응이었지만, 꽃청춘 1편을 보고선 곧바로 가겠다고 했단다.

“자유여행으로 갔는데 (박)재현이와 저는 (이)시준이 형이 계획한 대로만 따라갔어요. 형이 꽃청춘에 나온 곳을 중심으로 해서 비행 편, 숙소 등 모든 것을 다 기획하셨죠. 재현이는 주로 운전을 담당했고, 우리 여행 콘셉트가 자연을 느끼자는 취지여서 캠핑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요리는 주로 제가 맡았어요. 음식을 잘하진 못하지만, 그런 데서 먹으면 다 맛있잖아요. 주 메뉴는 고기랑 찌개류였죠. 김치는 한국에서 가져갔고, 채소랑 고기는 현지 마트에서 샀어요.”

“가장 재밌었던 건 사막에서 썰매 탄 거랑 빅토리아 폭포에서 래프팅한 거죠. 사막에서 썰매 탄 날은 햇빛이 쨍쨍하다가 갑자기 비도 오고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꽤 선선했어요. TV로 보던 것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더라고요. 진짜 재밌는데 세 번은 못 타겠더라고요. 한 번 타려면 일단 사막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하니까요. 하하.”

“서로 역할이 다 나뉘어 있다 보니까 부딪칠 일도 없었어요. 그리고 아프리카가 워낙 자연 그대로인 곳이다 보니 차타고 가면서 계속 ‘와~ 와~’ 이런 반응만 보였으니 싸울 일이 없죠. 저는 구름 사진만 찍었어요. (아프리카에 다녀왔는데도 피부가 하나도 타지 않았네요.) 탔는데 저는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그때 자외선 차단제를 안 발라서 다 탔어요. 오죽하면 복귀하자마자 (이상민) 감독님이 팔만 보시고 어디 다녀왔는지 바로 아실 정도였어요.”

해외여행에 대한 꿈은 이뤘지만, 가족여행을 가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동생이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어서 아무래도 다 같이 다녀오진 못할 것 같고, 여유가 생기면 가까운 곳에 짧게라도 꼭 다녀오고 싶다고 했다.

사람이 많고 복잡한 걸 싫어해서 주로 여름에는 여행을 가지 않는 편이다. 공감하고 있던 찰나에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제 신발을 밟더라고요”라며 뜬금없는 이유로 허를 찔렀다. “웃자고 한 말입니다. 근데 진짜 많이 밟긴 해요”라며 상상을 유발했다. 키 198cm에 멀쩡한 남성이 밟히고 다닌다고 생각하자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붐비는 곳을 싫어하는 성향은 여행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나타났다.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그는 웬만하면 한강을 넘지 않는다고. 한 번은 볼 일이 있어서 한강을 넘어가는 중에 팀 동기 최수현에게 연락이 왔는데 ‘네가 한강을 넘는다고?’라며 놀라기까지 했단다. 듣고 있자니 조선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한 것 같은 기분이다.

“제가 사는 곳에서 한강 너머까지 이동하려면 지하철 여행이거든요”라고 말한 그는 지하철에서 어르신들이 키를 물어보면 친절히 다 답하는 바른 사나이다. 이 모습도 왠지 선하다.

영어공부도 좀 했던 남자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휴식시간을 쪼개서 영어도 배웠다. 누구나 생각은 있지만, 막상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치기 전에 실천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그도 그랬다.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던 중에 꼭 배워야겠다는 각오가 생긴 사건이 있었다.

미국 전지훈련지에서 발목을 다친 그는 현지에서 침을 맞으려고 했는데 당장 어디가 아픈지 설명할 수가 없었단다. ‘이건 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구단 관계자가 ‘영어 과외를 받는 건 어떠냐?’고 제안해서 숙소 휴게실에서 영어를 배우게 됐다.

주어진 모든 훈련을 소화하고 저녁 먹기 전 휴식시간에 배운 것이지만, 아무래도 신인이었고 없는 시간도 쪼개서 훈련해야 하는데 영어를 배우는 게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우연히 그가 영어 배우는 모습을 본 이상민 감독(당시 코치)은 오히려 “죄 진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며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고.

한 분야에 빠지면 모든 걸 쏟는 성격상 영어 단어를 달달달 외웠다는 임동섭. 근데 하면 할수록 아는 것도 모르는 경지에 놓이기도 했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당시 스티브 영 외국인코치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 통역 없이 들리기 시작했단다. ‘아~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한창 들 때쯤 다시 다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영어 과외도 그만뒀다고 한다.

장기간 배우진 못했지만, 당시 배운 영어는 2015년 필리핀 스킬 트레이닝 연수 때 빛을 발했다.

그는 “(이상민) 감독님이랑 구단 형이 같이 오셨는데 훈련하는 걸 3일 보고 가셨어요. 그때 재현이, 준일이, 호현이랑 갔는데 제가 가장 선임자여서 저한테 카드를 주시고 영수증만 챙겨오라고 하셨어요. 애들은 해맑은데 저는 돈 계산을 해야 하니까 걱정이 앞섰죠. 완전하게 영어로 대화가 되진 않았지만, 간단한 의사표시는 되더라고요”라며 신기했다고 한다.

Bonus 룸메이트이자 닮은꼴 동생, 준일이
앞서 간간이 그에게서 언급된 룸메이트 김준일. 계속 보다 보니 그의 얼굴에서 김준일이 보였다. 그 역시도 자주 듣는 말. 그가 재활하느라 2014-2015시즌에 한 경기도 뛰지 못했을 때 김준일은 프로에 데뷔해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얼굴을 알렸다. 한 번은 창원 원정 경기 때 그에게 ‘김준일 선수 사인해주세요’라고 요청해 ‘준일이 뒤에 와요’라고 말하기도 했단다.

두 사람의 외모가 닮아간 데는 미용실도 한몫했다. 자주 가는 미용실 그리고 디자이너까지 똑같다고. 그는 “준일이가 팀에 와서 저한테 미용실 어디 가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알려줬더니 점점 머리 스타일이 비슷해지는 거예요. 한 번은 제가 미용실에 다녀오니까 준일이가 ‘다음에는 동섭 커트해달라고 해야지’라더라고요. 하하. 저는 준일이랑 닮았는지 모르겠는데 워낙 주변에서 그런 말을 많이 하세요”라며 웃어 보였다.

형제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이들은 사우나도 함께 간다. 그는 재활을 오래 하다 보니 사우나에서도 온탕과 냉탕, 찜질방을 오가며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데 시간상으로 1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는 “제가 워낙 사우나를 오래 하니까 준일이가 못 따라와서 자기 먼저 나간다더라고요. 근데 이제는 잘 따라와요”라며 룸메이트와의 깨 볶는 생활을 공개했다.

그가 한때 프라모델에 빠져 있을 때 김준일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나중에는 본인이 더 흥미를 느꼈다고. 하지만 ‘소년장사’라는 별명으로도 알 수 있듯 워낙 힘이 좋다 보니 몇몇 프라모델은 김준일의 손에서 피어나지도 못한 채 이별했다고 한다.

‘동섭 통신’에 따르면, 김준일의 몸싸움은 타고난 힘도 힘이지만 노력의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 숙소에서 아침밥을 먹으러 가는 길에도 벽에 스스로 부딪치며 몸싸움을 연습하고, 방에서도 가만히 있다가 종종 부딪친단다. 소년장사 타이틀은 아무도 못 가져갈 듯싶다.

평소 사람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임동섭이지만, 룸메이트 김준일을 얘기할 때면 얼굴에 웃음꽃이 번지고, 때로는 고민도 나눈다는 것을 보면 그를 향한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린 듯하다. 상무에서도 행복했으면 싶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본인 제공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6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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