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 임동섭은 재밌다. 반어법이 아니다. 말 그대로 묘하게 재밌다.

서울 삼성 썬더스 ‘장신 슈터’ 임동섭. 인터뷰이를 정한 후에 걱정이 밀려왔다. 신인 시절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질문과 동시에 답이 뚝뚝 끊어져서 속으로 ‘큰일 났다’는 생각을 하게 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도 ‘인터뷰하기 어려운 선수’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그의 절대 지지자인 구단 관계자는 “알고 보면 재밌는 선수다. 대화를 나눠보면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라며 꿀을 발랐다. 꿀에 넘어가 도전정신을 가져보기로 했지만, 이 코너는 한글로 무려 여섯 페이지를 쏟아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그는 “여섯 페이지요? 상당히 도전적이신데요… 저는 감사한데 괜히 저를 선택하셔서 제가 걱정되네요”라며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 하얘졌다. 인터뷰 내내 “이 얘기하면 또 재미없어질 텐데…”라며 스스로 재미 정도를 검열하던 그와의 세상 웃겼던 인터뷰를 공개한다.

Intro 인터뷰 내내 반성하기 바빴던 ‘임 슈터’
그의 일상을 탐구하기 전에 먼저 그의 성격을 이해하는 게 좋을 듯하다.

구단 관계자에게 인터뷰 교육을 받는다는 그는 “제 성격이 그래요. 제가 얘기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그런 능력이 있어요. 어떤 자리에 가면 친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는데 어울리는 걸 잘하지 못해요. 전형적으로 사회생활 못 하는 캐릭터죠. 다른 걸 떠나서 재밌고 그래야 하는데… 친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에요”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럼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인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음… 저 자신 아닐까요?”라고 답하고선 잽싸게 “아… 형이 이렇게 답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게 문제에요. 누구나 생각하는 대답을 해요”라며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사실 그가 쉽게 답하지 못한 이유는 누구 한 사람을 콕 짚으면 다른 이가 서운해 할까 봐 걱정돼서란다. 말 한마디도 허투루 하지 않고 상대의 마음부터 신경 쓰는 임 슈터. 누가 슈터 아니랄까 봐 정말 섬세하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혼자서도 잘해요’ 임동섭 편을 시작해보자.

모두 잠든 후에~ 책 읽을 거야~♬
“제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조립하고 영화 보고 책보고 그런 걸 즐기는 것 같아요. 요즘은 프라모델 만드는 건 별로 안 해요. 최근에는 책 보는데… 이러면 또 인터뷰 재미없어지는 거 아니에요?” - ‘인터뷰 재밌게 하기’ 미션 도전 중인 임동섭(남, 27세)

최근에는 자투리 시간에 독서를 즐기는 편이다. 신기하게도 그의 독서 타임은 모든 선수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낮잠 시간이다. 보통 선수들은 오전 훈련을 소화하고 점심을 먹은 후 피로를 풀고 오후 훈련에 임하기 위해 낮잠을 잔다. 아니 근데 이 시간에 독서를 한다니…

그가 다른 선수들과 생체 리듬이 다른 이유는 오랜 재활 때문이다. 그는 “제가 재활을 오래 했잖아요. 재활하면 온종일 운동을 하니까 잘 시간이 없어요. 그게 습관이 돼서 정말 피곤할 땐 자지만, 거의 낮잠을 자지 않는 편이에요. 제가 또 일찍 자거든요. 밤 10시나 11시 되면 자니까 애들도 한 번씩 놀라더라고요. (김)준일이가 룸메이트인데 잠결에 들어보면 ‘뭐야? 진짜 자요?’ 이런 반응이더라고요”라며 마치 선비 같은 면모를 보였다.

일찍 침소에 들고 잠깐의 여유가 생기면 서책을 보는 임 선비가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구본형 씨가 쓴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는 것이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책 소개를 찾아보니 ‘평범한 조직 인간이었던 개인이 지식과 전문성을 갖춘 공공의 자산을 가진 존재로 재탄생하는 길을 제시하는 내용’이라고 나와 있다. 다시 한 번 심상치 않다.

다 읽었다는 그에게 세 줄로 요약해보라고 하자 그는 “음… 직업이 운동선수다 보니 훈련만 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잖아요. 이 책은 인생이 농구선수만으로 끝이 아니라는 걸 일깨워주는 책”이라며 심오한 답변을 하고선 또 “아… 재미없죠?”라며 추임새를 넣었다. 이쯤 되니 “재미없죠?”는 그의 유행어 같다.(앞으로도 계속 나올 예정)

현재 대기 중인 책도 경제 관련 서적이다. 누가 보면 재테크를 하는 사람 같지만, 돈 관리는 모두 부모님이 하고 용돈을 받아쓴다고. 경제 서적은 용어가 워낙 전문적이다 보니 단어를 검색해가면서 읽는다고 한다. 웬만하면 포기하고 책을 덮을 텐데 일일이 검색해서 보는 것으로 미루어 끈기가 상당한 듯하다. 원래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라고.

그런 그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책은 김진명 씨가 쓴 소설 ‘삼성 컨스피러시’다. 책 제목 중 삼성만 뚜렷하게 기억났던 그는 “삼성 소속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나중에 꼭 한 번 보세요. 진짜 그럴 법한 얘기에요. 제목이 뭐야. 잠시만요. 검색 한 번 해볼게요”라며 검색 찬스를 썼다.

사실 소설을 즐기지 않지만, 김진명 씨가 쓴 소설은 찾아서 본다. 마치 실화 같은 허구의 이야기가 몰입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반가운 마음에 저자의 다른 책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읽었냐고 물으니 “아… 저는 그분 소설은 (삼성) 컨스피러시만 읽었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와 자연스레 책과 관련한 주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영화 장르 가리지 않지만, 공포는 No!
“(필자의 보조 배터리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보더니) Inner peace(내면의 평화)! 이거 영화 쿵푸팬더에 나오는 명대사잖아요!” 흡사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한 느낌이었다. 조용히 읊조리듯 이야기하던 그는 ‘Inner peace’ 스티커를 보고선 눈이 동그래졌다. 영화 대사가 불현듯 떠오를 만큼 영화도 즐긴다. 장르를 가리지 않지만, 공포 영화는 절대 보지 않는다고. 심지어 공포‧스릴러물인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내려 받았지만 바로 삭제했다.

“곡성을 극장에서 못 봐서 혼자 보려고 했는데 초반에 할아버지 눈이 막 빨개져서… 바로 껐어요. 그 이상 궁금하지 않더라고요”라며 그 장면이 여전히 생생한 듯 손사래를 쳤다.

대표팀에 합류한 룸메이트 김준일이 돌아오면 같이 보는 건 어떠냐는 질문에 “이미 휴지통에 넣었어요”라며 본인의 취향을 확실히 했다. 이렇듯 공포물은 절대 보지 않지만, 메시지가 담긴 영화는 소장하고 여러 번 볼 정도로 영화 감상을 즐긴다.

“저는 인생영화가 좀 많아요. 멜로는 노트북, 이프온리, 타이타닉, 노팅힐 등이고요. 아바타도 좋아하는데 내용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그 자연 풍경이 좋더라고요. 물론 CG지만요. 촬영한 곳이 중국의 장가계인데 아! 장가계 짬뽕 맛있어요. 근처에 있거든요.(네?) 아니 형이 인터뷰할 때 안 되는 개그라도 좀 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주입식 인터뷰 교육의 폐해다) 아! 언터처블 1%의 우정이랑 소울 서퍼도 소장하고 있어요. 영화는 웬만하면 다 보는데 소장하는 건 아무래도 오락적인 것보다 남는 게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잊을 만하면 또 나오는 멘트) 아… 점점 더 재미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 같은데요.”

극장도 좀 가는 남자다. 룸메이트 김준일과 단둘이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는데 둘 다 키가 크다 보니 자리가 좁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러면 골드 클래스에서 넓게 보면 되지 않느냐고 물으니 “아 그건 제가 안 되겠더라고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장)민국(상무)이 형이 휴가 나와서 영화표가 있으니 같이 보자더라고요. (이)호현이랑 같이 갔는데 알고 보니 형이 예매를 잘못해서 형은 저녁 약속에 가야 한다는 거예요. 결국 호현이랑 둘이서 봤는데 자리가 넓고 푹신하니까 너무 편해서 잤어요. 저번에 사도도 골드 클래스에서 봤는데 에어컨 바람이 강해서 담요 갖다 달라고 했거든요. 담요 덮고 그대로 잠들었잖아요”라고 조곤조곤 말했다.

낮잠도 자지 않는 분이 영화관에서는 또 깊은 숙면을… 어쨌든 그 후로는 골드 클래스가 아닌 일반석에서 사람이 없는 조조나 심야에 개봉작을 즐긴다고 한다.

②편에서 계속...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6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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