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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이학철 기자] 인터뷰 관련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적거리던 필자의 눈에 가장 많이 띈 정보가 바로 아이돌육상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에 관한 것이었다. 매년 설과 추석이면 벌어지는 이 축제에 지수 역시 수차례 참가해 ‘육상돌’ 이미지를 얻었다. 우선 지수의 화려한 수상내역을 살펴보자.

- 2013년 설 특집 70m 금메달, 추석 특집 100m 동메달
- 2014년 설 특집 60m 은메달
- 2015년 설 특집 60m 은메달

육상 유망주 출신? 지수의 화려한 과거
이 정도면 ‘육상돌’ 이미지가 생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특히 2013년 추석 특집 당시에는 윤여춘 육상 해설위원으로부터 “100m 달리기의 교과서”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어릴 때부터 공주 대접만 받고 자랐을 것 같은 예쁜 외모와 정반대의 육상 실력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 

지수 : 초등학생 때 육상을 했었어요.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엄청 활발하고 활동적이라 뛰는 것도 좋아했어요. 그게 다 베이스가 되어서 지금 농구도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요
TB : 그럼 그때는 육상 선수 생활을 전문적으로 하려고 한 건가요?
지수 : 그건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을 했는데 나중에는 성적이 좋으니까 시합을 안 나가고 싶어도 계속 나가라고 학교 측에서 부추기더라고요. 체육중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왔었는데 저는 운동을 전문으로 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대체 운동을 얼마나 잘했기에 체육중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올 정도였을까. 알고 봤더니 지수는 초등학교 시절 출전한 멀리뛰기 대회에서 대회 신기록까지 작성한 바 있는 육상 유망주였다. 

“시 대회에서는 대회 신기록도 세워 본 적이 있어요. 제가 4학년 때 4m 17cm를 뛴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서 아직 그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중학교 때 멀리뛰기를 잠깐 해본 적이 있는 필자는 지수의 기록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나간 대회에서 2등을 기록할 당시 필자의 기록이 4m 87cm. 이 정도면 초등학교 4학년 때 세운 지수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육대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다 보니 문득 아이돌들이 아육대에 나가 주목을 받기 위해 몇 달간 특훈을 진행하기도 한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아무리 초등학교 시절 육상 유망주였다고 해도 아육대에서 저 정도 성적을 내기 위해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하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지수는 따로 훈련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대답을 내놨다. 

“따로 훈련을 받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그냥 저는 스타트랑 피니시 동작 같은 게 어릴 때부터 배워서 몸에 익숙하게 배어있어요. 사실 단거리가 특훈을 몇 달 동안 해서 쉽게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물론 다른 종목들은 다를 수 있지만 달리기는 잠깐 배워서 한다고 해도 메달을 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데뷔 후에도 놓지 않은 연기의 끈
‘춘천 한가인’이라 불릴 정도로 학창시절부터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던 지수는 2012년에 아이돌 그룹 타히티로 데뷔해 본격적으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원래 꿈은 가수가 아닌 연기자였지만 ‘아이돌 홍수’라는 말이 생길만큼 아이돌 그룹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19세의 지수가 연기자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수는 데뷔 이후에도 틈틈이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자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 “여전히 연기에 대한 욕심은 많아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원래 중학교 때부터 연기자가 꿈이었어요. 예술고등학교를 가려고 했는데 집도 지방이고 한계가 있어서 일단 인문계로 진학을 했죠. 그리고 남들처럼 공부하면서 수능 준비를 했는데 계속 연기가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대학교는 연기 쪽으로 가자는 생각이 들어서 입시학원을 다니면서 준비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사실 지수가 처음 연예인을 하고 싶다고 했을 당시 아버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공부도 곧잘 하던 그녀였기에 아버지의 반대를 이겨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하지만 지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버지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지금은 그 누구보다 지수의 연예인 생활을 응원하는 것이 바로 아버지다.

“아빠가 처음에는 반대를 하셨죠. 그러다 나중에는 ‘그래 네가 해보고 힘들고 무서운 거 알면 알아서 때려치겠지’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점을 보거나 그러면 다 예체능을 해야 한다고 나오니까 아빠가 점점 포기를 하시고 지금은 누구보다도 응원해주세요. 그리고 저는 일단 질러놓고 보는 스타일이거든요. 일단 먼저 오디션에 원서 넣고 미팅 하자고 연락이 오면 난 갈 거라고 박박 우겼죠.”(웃음)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그 동안 봤던 모든 점괘에 예체능을 해야 한다고 나왔던 지수가 만약 자신의 운명(?)을 거부했다면 지금쯤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앞서 ‘부동산 시세 살피기’라는 굉장히 4차원적인 취미를 밝혔던 지수는 “저 건축학과 갔을 것 같아요”라며 해맑게 대답했다.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신문에 껴서 오는 아파트 도면 같은 걸 너무 좋아했어요. 그걸 막 모으면서 내가 20대에 혼자 살 집, 나중에 결혼해서 살 집 이런 식으로 구분을 해놨었거든요. 지금도 심심하면 ‘강남 아파트’ 이런 거 검색해서 봐요.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아마 건축학과에 갔을 것 같아요!”

이어 “지수를 차에 태우고 스케줄을 다닐 때 올림픽대로를 타면 주변 집들의 시세를 꿰고 있어요”라는 매니저의 증언이 이어졌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런 막무가내(?) 정신으로 아버지를 설득한 지수는 어느덧 데뷔 5년차를 맞이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연습생 시절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과 떨어져 멤버들과 숙소생활을 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전학을 와서 멤버들이랑 숙소생활을 했는데 그때는 체력적으로 좀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학교 갔다가 늦게까지 연습하는 생활의 반복이었거든요. 또 제가 여자지만 좀 와일드한 면이 있어요. 오빠가 있다 보니까 집에서 막 총싸움 게임하고 BB탄 총 쏘고 놀았거든요. 그러다보니 여자 단체 생활에 적응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오빠는 편한데 언니는 처음 대하다 보니까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거기다 연습도 많이 해야 하고 많이 늘어야 되니까. 그런 부분이 다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이런 힘든 시기를 모두 이겨낸 지수는 이제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가수와 연기 활동을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오디션도 보고 작품에도 출연하며 연기자로써의 스펙트럼을 넓혀나가고 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에 대한 편견도 “결국 내가 잘하면 해결되는 일”이라며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물론 가수로써의 생활 역시 소홀히 할 생각은 없다. 

“물론 지금은 너무 좋지만 제가 아이돌을 40살이 되어서 할 순 없잖아요.(웃음) 대신 연기는 할 역할들이 무궁무진하니까 나중에는 연기에 더 중점을 둘 것 같아요. 연기도 장르가 되게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다양한 역할들에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6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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