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방구석에서 매일 NBA와 씨름하고 있던 필자에게 뜬금없이 월간 여신의 주인공 섭외 명령이 떨어졌다. 대상은 바로 걸그룹 타히티(TAHITI)의 지수.

힙합 음악에 빠져 요즘 아이돌의 세계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웠던 필자는 곧바로 녹색 창에 ‘타히티 지수’라는 검색어를 입력했다. 검색 결과가 나타난 순간, 이번 섭외는 반드시 성공하고 말리라는 강한 의지가 몰려왔다. 이번 호의 월간 여신을 필자에게 맡긴 월간 여신 공식 ‘반사판 도우미’ 박상혁 선임기자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함께. 

반드시 섭외를 하고 말리라는 굳은 다짐과 함께 두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막상 섭외를 하려니 막막함이 몰려왔다. 필자에게 주어진 재료(?)는 달랑 회사 전화번호 뿐. 우선 전화를 걸어 담당 이사의 연락처를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사를 설득시키는 것. 화려한 언변을 갖추지 못한 필자는 도저히 말로 그를 설득시킬 자신이 없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옛말을 떠올리며 어쩔 수 없이 <더 바스켓> 자료실에 침투한 필자는 그 동안 월간 여신에 출연한 여신들의 인터뷰 자료를 훔쳤다. 해당 자료는 메일로 전송됐고 검토 후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고 운명의 다음날,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그렇게 필자의 첫 월간 여신 섭외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모든 것의 시작이 된 사진 한 장
모든 사진 감상을 마치고 이제 막 글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은 지수의 월간 여신 자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월간 여신의 취지는 ‘농구와 연관이 있는’ 여성 관계자들을 조명하는 것이기 때문. 대다수의 독자들은 ‘타히티 지수’와 ‘농구’의 접점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낸다 <더 바스켓>이.  

사건(?) 발생 시기는 약 10개월 전인 지난 2월 6일. 지수의 개인 인스타그램에 한 장의 사진이 게시되면서 시작되었다. 사진 속의 지수는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동부의 김종범(지금은 케이티로 이적)과 함께 ‘최강동부’라는 피켓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다소 수척한(절대 김종범이 부러워서가 아닌 극사실주의에 기반한 표현이다) 얼굴의 김종범은 검은 후드티를 입고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알고 봤더니 둘은 초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한다. 

“(김)종범 오빠랑은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어요. 농구부가 있는 학교였는데 그때부터 오빠는 농구를 했어요. 또 제 친오빠랑 종범 오빠가 친구여서 더 자주 보고 경기도 보러 다녔죠. 근데 뭐 이제 케이티로 갔잖아요. 물론 종범 오빠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동부에서 케이티로 응원팀을 옮기진 않을 거예요.(웃음) 그냥 오빠가 농구 하는걸 응원하는 거지 오빠를 따라서 응원팀을 옮기고 그런 거는 아니거든요. 저는 영원한 동부의 팬입니다!”

이쯤 되면 동부의 여신 자격은 충분히 갖췄다. 자신보다 농구에 더 열정적이라는 어머니를 따라 초등학생 때부터 동부 경기를 보러 다녔다는 지수는 “서울로 이사 왔다고 고향이 바뀌지는 않는 법”이라며 자신은 영원한 동부의 팬으로 남을 것임을 선언했다. 

“제 고향이 춘천이에요. 그래서 저는 엄마 따라 초등학생 때부터 동부 경기를 보러 다녔어요. 저희 엄마가 저보다 더 스포츠를 좋아하시거든요. 그때 허재 감독님이 선수로 계시던 시절이었는데 거기서부터 시작이 된 것 같아요. 그때는 뭣도 모르고 우리 팀이라고 하니까 좋아했는데 이제는 진짜 동부에 애정이 많이 가죠.”

삼성의 탈을 쓴 동부의 여신
이처럼 동부의 팬임을 공고히 한 지수지만 사진을 본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의문이 발생할 것이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지수는 분명 삼성의 유니폼을 입고 있기 때문. 삼성의 팬들은 지수의 동부 여신 선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저희가 삼성 홈경기에 시투를 하러 간 적이 2번 정도 있어요. 그때 받은 유니폼이에요. 원래는 동부 유니폼을 가지고 오고 싶었는데 못 찾아서 급한 대로 삼성 유니폼을 챙겨왔죠.”

이처럼 난데없는 삼성 유니폼에 대한 의문점을 말끔히 씻어낸 지수는 본격적으로 동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지수는 연예인이 된 이후에도 종종 원주종합체육관을 찾아 동부를 응원한다고. 가장 열정적인 동부의 팬인 어머니가 응원 파트너로 동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상 표도 엄마가 먼저 구해요. 그리고는 ‘스케줄 없냐? 경기 있으니까 보러 와라’고 말씀하세요. 또 최근에는 어떻게 하다 보니 허웅 선수랑 알게 되었는데 저는 그 전에 허웅 선수가 경기를 뛰는 것을 먼저 봤거든요. 그때도 엄마가 옆에서 같이 보면서 허재 아들이니 뭐니 이러쿵저러쿵 나이도 어리고 뭐 농구도 잘하고~ 막 이러셔서 ‘아 그래?’ 이러고 있었는데 우연히 알게 되어서 정말 신기했어요.”

그렇다면 만약 허웅이 동부를 떠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앞서 케이티로 떠난 김종범을 쿨하게 보낸 동부의 여신은 “그렇더라도 내 응원팀은 영원히 동부”라며 선을 그었다. 결국 허웅 역시 김종범과 동일한 운명인 것이다. 만약 허웅이 이 글을 본다면 영원히 동부에 남겠다는 다짐을 하지 않을까. 이어 지수는 또 다른 ‘농구인맥’을 자랑했다. 

“아, 저 그리고 여자 농구 강계리 선수랑도 친해요. 계리 언니랑은 제가 춘천여고에 다닐 때 알게 되었는데 그때도 저희 학교에 농구부가 있었거든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데 제가 여자 경기를 보러 가면 언니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죠.”(웃음)

마침 인터뷰 당일 KDB생명과 경기가 있던 강계리에게 이를 확인한 결과 모두 사실로 밝혀졌다. 이를 전해들은 삼성생명의 관계자들은 매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 조만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시투를 하고 있는 타히티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또한 KB스타즈의 김민정과는 동창이다. 지수는 김민정에 대해 “쌍둥이”라며 정확하게 기억했다. 김민정은 “서로 다른 반이었는데 물총 싸움 같은 걸 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지수는 그때도 ‘춘천 한가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예뻤지만 그래도 추리닝을 입고 있으면 후줄근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여신이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민정 선수... 친구가 여신이 됐는데 왜 한숨을 쉬어요?

②편에서 계속...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6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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