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5

계속 언급되는 것은 그의 몸 관리다. 칭찬이 인색하다고 선수들에게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전희철 SK 감독도 김선형의 몸 관리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전 감독은 “인바디 측정을 자주하는데 김선형은 체중, 체지방은 물론 골격근도 거의 변화가 없다. 관리를 정말 잘한다는 거다. 20대 시절에 비해 점프력은 분명 줄어들었다. 하지만 스피드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독의 칭찬에도 김선형의 반응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전희철 감독의 인색한 칭찬을 가장 많이 언급해놓고, 막상 본인 몸 관리에 대한 칭찬에는 멀뚱한 표정이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후에도 그 전의 신체능력을 유지하는 선수들의 몸 관리와 식단 등은 항상 이슈가 된다. 그들의 비결은 일시적인 소유와 빠른 소멸로 지워진 청춘에 대한 영원한 추억을 갖고 사는 모든 이에게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다. 하지만 김선형은 막상 거기에 대답을 하지 못한다.

“부모님께 감사해야 할 것 같아요. 특별히 하는 게 없거든요. 정말 좋은 몸을 잘 타고 난 게 제일 큰 것 같아요. 구단에서 챙겨주는 거 먹고, 또 팬들이 예전이랑 다르게 건강식 같은 걸 선물로 주시거든요. 그런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정말 특별히 따로 하는 게 없어서 몸 관리 비결이라고 말할 게 없어요.”

다만 아침은 꼭 챙겨 먹는다고 한다.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던 EASL 챔피언스 위크 기간에도 꼭 아침을 먹어야 한다고 투정을 부려서 허일영으로부터 “할아버지냐”는 핀잔을 들었다는 것. 매일 매일 똑같은 루틴으로 일과를 보내는 것이 특별함이라면 특별함이라고 한다. 이정도면 아내 입장에서도 특별한 내조가 필요 없을 것 같다. 신경 쓸 게 참 많은 운동선수의 아내지만 ‘알아서 몸 관리가 되는 남자’에게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 없지 않을까?

“아니요. 식습관은 정말 많이 바뀐 거예요.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했거든요. 결혼 후에 와이프가 못 먹게 해서 막 딜을 하기도 했어요. 계속 안 먹었으니까 이번 한 번 만 먹자... 뭐 그런 식으로요. 그런데 와이프가 주는 식단에 맞추면서 저도 모르게 몸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5-6라운드 쯤 되면 체중이 5Kg씩 줄었어요. 라운드 당 1Kg씩 빠진 거죠. 슛 밸런스 망가지고, 하체 근육 다 빠지면서 나중에는 종이 인형처럼 됐어요. 그런데 결혼 후에는 그런 게 없어졌어요. 와이프에게 감사하죠. 전 결혼을 참 잘했어요. 인생의 터닝포인트였습니다!”

결국 전희철 감독이 극찬한 몸 관리의 비결은 결혼이란 말인가. 긍정 대마왕은 결혼 전도사였다.

그는 자신의 선수 인생에서 기장 기억 남는 장면을 꼽을 때에도 2017년 3월 18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당시 예비신부였던 석해지씨에게 프러포즈했던 것을 꼭 집어넣는 팔불출의 못난... 아니... 멋진 남자다.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결혼을 강요하거나 추천하지 않아요. 사람마다 다 다른 거잖아요. 나한테 좋다고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좋을 순 없죠. 저는 결혼해서 정말 좋고 행복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저와 같이 될 거라고 장담은 못하잖아요. 각자의 몫이죠.”

‘결혼 한다고 모두 나만큼 행복할 거 같냐’는 자랑으로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괜히 물었다. 알 수 없는 패배감만 더 커졌다.

 

#6
최전성기에 있다고 자신한 김선형은 지난 1일, 일본에서 열린 EASL 챔피언스 위크에서도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농구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주식회사 윌의 정용기 대표는 “김선형에 대한 현지에서의 평가가 정말 뜨거웠다. 코트 지배력과 결정적인 순간에 보여준 에이스의 역할이 너무 탁월했다. 일본 선수들이 빠르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데, 정작 김선형과 같은 스피드의 선수는 없다. 주목도가 엄청 높았고, 김선형으로 인해 한국 농구와 한국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정말 높았다”고 전했다.

현지 팬들의 반응도 대단했다. 김선형의 플레이를 지켜본 일본의 농구 유망주들은 그를 향해 아시아 최고의 가드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EASL 관계자 역시 “아시아 농구팬들에게 아시아 최고 가드 중 하나임을 증명했다. 포인트 가드이자 리더로서 진면목을 발휘했다. 앞으로도 김선형이 EASL무대에서 활약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전했다.

이번 시즌 KBL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던 필리핀 출신 아시아쿼터 선수들에게도 김선형은 존중의 첨단에 있다.

KBL 1호 필리핀 아시아쿼터인 샘조세프 벨란겔(한국가스공사)은 김선형을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 꼽으며 “한국에서 6라운드를 치르면서 그의 많은 것을 봤다. 앞으로도 그의 경기 영상을 계속 분석할 것이다. 신장이 작은 가드가 KBL에서 살아남는 방법의 표본이 될 수 있기에 계속 연구하면서 잘 배워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형이 이번 시즌 보여준 필리핀 선수들의 활약에 높은 평가를 했다는 말에는 “그가 그런 평가를 해줘서 영광이다. 필리핀 선수들도 KBL을 뛰면서 한국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다”고 화답했다.

신인상을 차지한 론제이 아바리엔토스도 마찬가지. 아바리엔토스는 “가장 잘하는 선수는 김선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김선형의 플레이를 굉장히 많이 봤다. 이번 시즌 MVP이기도 하고, KBL에서 뛰는 한국의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정말 최고 중의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선형은 한 때 논란이 되기도 했던 ‘단신 용병’으로 인한 가드 외국 선수들의 등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여전히 상대로 만났던 선수들 중 가장 재미있었던 선수로 조 잭슨(오리온)을 꼽는다. “조 잭슨도 나랑 게임하면 서로 안 보이는 자존심 싸움을 했다. 그 선수가 더 굉장히 특출난 선수였지만, 쇼다운을 하는 입장에서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한 김선형은 필리핀 아시아쿼터의 등장에 “나를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긴장보다는 자신감과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었다.

“필리핀 가드들이 확실히 재밌어요. 기술도 좋고, 같이 붙을 때 맛이 있어요. 즐거워요. 고객이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 컨디션이 다 올라오지 않았던 시즌 초반에는 움찔하기도 했죠. ‘난 아직 준비가 완전치 않은데, 지금은 너무 빠른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EASL 끝나고 (렌즈) 아반도(KGC)가 티칭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크로스오버랑 제가 하는 기술 중에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서요. 그래서 넌 이미 그런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했어요.”

결국 안 가르쳐주겠다는 얘기다. 결승에서 KGC에게 졌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건 아닐까? 김선형이 딱히 대범해 보이는 느낌은 아니지 않나. 그는 결승에서 이겼어도 안 해줬을 거라고 한다. 누구한테도 알려주지 않겠다는 게 김선형의 답이다. 뭔가 더 속이 좁아 보인다. 다행이다. 단점을 하나 찾았다. 오늘의 수확이다.

어쩌면 안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가르쳐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선형 스스로도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How'라는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저는 화려하게 드리블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카이리 어빙(댈러스)같은 경우는 모든 무브 자체가 속이는 동작이기 때문에 정말 재미있기는 한데, 잘 보면 어차피 스크린이 있고, 페이크 한 번 쓰면 수비는 이쪽이든 저쪽이든 뭔가 할 텐데, 굳이 화려하게 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저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제 본능대로 하거든요. 꽈서 슛 쏘고, 더블클러치 하는 거는 옛날부터 계속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지, 이번에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런 플레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7
서른다섯에 받는 최고의 찬사. 요즘처럼 프로행이 빨랐던 흐름이 김선형 시대부터 있었다면, KBL과 국제 무대에서 김선형의 기록과 역사는 더 찬란하지 않았을까?

“지금과 같은 분위기였다면... 아마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1년 정도 빨리 오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요?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프로에 도전하기에는 제가 대학 때 배운 경험들이 너무 커요. 신입생 때 농구대잔치를 뛴 거 말고도 팀 훈련을 하면서 많이 늘었거든요. 그때는 팀 5대5 시합이 대회보다 힘들었어요. 그만큼 선배들의 실력이 좋았거든요. 강병현, 윤호영, 함지훈, 정병국, 허효진, 박상오, 박성진... 이런 어마어마한 형들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못했어요. 거기서 6개월, 1년, 이렇게 지나다보니 연습했던 게 나오기 시작했고, (오)세근이 형이랑 대학 연승 기록도 세우면서 성장했죠. 그래서 대학에서의 경험을 빼고 싶지는 않아요.”

오세근(KGC)은 김선형에게 정말 특별한 선수다.

“정말 대단한 선수죠. 대학 시절에 정말 좋은 기록을 같이 만들었고, 호흡이 제일 잘 맞는 한국 선수고, 서로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사이인 것 같아요. 특별히 직접 말로 하지는 않지만 세근이 형이 잘하면, 나도 거기서 에너지를 받고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막연하게 다시 한 번, 같은 팀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작년 챔프전을 앞두고 세근이 형이 ‘(전)성현이 MVP가 될 거다’라고 할 때, ‘(김)선형이요?’라고 제가 살짝 까불기는 했지만, 티격태격하는 사이는 아니예요. 형에 대해서는 정말 여러 감정을 갖고 있고, 친하고요.”

꼴 보기 싫었을 때는 없었을까? 오세근이 김선형보다 한 살 위지만, 둘은 동기다. 오세근이 학창시절 1년 유급을 하면서 그들은 같은 학년이 됐고, 같이 졸업하고, 같이 프로에 들어왔다. 오세근이 유급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1년 먼저 프로에 입단했다면 드래프트 1순위와 신인상은 김선형의 몫이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그러기에는 제가 너무 리스펙트하는 사람이라서요. 굳이 싫은 때를 찾자면... 음... 우리랑 게임할 때죠. 아우, 그땐 너무 꼴 보기 싫죠. 그 형도 저한테 그럴 거예요. 둘이 매치되는 건 아니지만, 서로 농락하니까... 제가 형한테 그러거든요. ‘점프도 안 뛰면서 농구를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고...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도 애정이거든요. 작년에 세근이 형이 ’내가 뛴 챔프전에서는 한 번도 진 적 없다‘고 했었는데 그것도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동기부여가 됐고요. 그런데 저랑 해서 졌네요. 하하. 형의 그런 기록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하필 그걸 저희가 깨서 또 좋네요.”

EASL을 뛰면서 KBL을 넘어선 더 큰 무대에도 관심이 생겼다. 모든 것을 다 쏟아냈던 결승전 패배 이후 눈물을 쏟기도 했지만, 앞서 서술할 것처럼 김선형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뜨거웠다.

“제가 이번 시즌 리그 최고 연봉자잖아요? 그만큼 세금도 많이 내요. (양)재민(일본 우츠노미야 브렉스)이가 그러는데 자기 연봉은 세금을 제한 금액이라고 하더라고요. 아... 순간 관심이 생기던데요.”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답했지만 선수로서 황혼을 바라본다고 할 수 있는 나이에 ‘도전의 영역’에 해당하는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의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34살에 얻은 FA 자격으로 KBL 최고 연봉자가 된 김선형은 37살에 다시 FA 자격을 획득한다.

“또 한 번의 FA 대박은 지금부터 저 하기 나름 아닐까요?”

세월의 흐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의 길을 만드는 것은 결국 자신이라는 확신이다.

“언제까지 선수를 할 것 같다고 약속은 못 드릴 것 같아요. 저는 나중에 은퇴한 후에도 농구를 좋아하시는 팬들에게 ‘김선형이라는 선수는 한계가 없었던 선수’라고 기억되고 싶거든요. 늘 그런 마음으로 운동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제가 팬들에게 자신 있게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더 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은퇴할 거예요. 그게 당장 내일이 될 수도 있죠. 그래서 ‘언제까지’라는 말은 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그 날이 빨리 올 것 같지는 않네요.”

아직 KBL 네버랜드의 피터팬, '플래시썬' 김선형은 전성기에 있다.

 

#추가_
김선형의 인터뷰에 등장한 다른 이들의 반응

“사실 신인 때, 저보다 선형이가 많이 앞서갔죠. 저랑 매치업됐던 그 장면이 비록 신인 시절이었지만 선형이의 전성기 시작을 알리는 버저비터나 마찬가지였는데... 그 후에 SK와 경기에서는 제가 선형이를 압도한 적도 많거든요! 그 경기에서의 임팩트가 워낙 크긴 했지만, 이번 시즌에도 제가 선형이랑 맞대결에서 밀리거나 지지는 않았습니다.(웃음) 다시 그 시절처럼 해보겠다는 선형이의 자신감은 너무 훌륭하고 좋지만, 저는 지금 4강에 가 있고, 선형이는 6강부터 해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을테니 일단 이기고 올라왔으면 하고요, 그때처럼 돌파를 성공하고 세리머니를 펼친다면 저는 다음 공격에서 3점슛을 넣고 선형이에게 시계 세리머니를 보여주겠습니다.” - 이관희(LG)

“선형이는 특별히 말 할 게 없는 선수죠. 비록 동생이지만, 저도 실력이나 멘탈 부분에서 선형이를 리스펙트합니다. 마인드같은 부분은 확실히 어렸을 때보다 지금 더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지난 해 우승한 거는 축하하고, 이번에는 저희가 해야죠. 작년에는 저희가 오마리 스펠맨 없이 6강과 4강을 너무 힘들게 올라갔기 때문에 힘이 많이 빠진 상태에서 챔프전을 했었는데, 올해는 상황도 다르고 4강 플레이오프부터 착실히 준비해서, 선형이가 했던 말을 이번에는 제가 똑같이 돌려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형이는 일단 6강 플레이오프부터 이기고 올라와야죠. 챔프전에서 올해 만난다면, 확실히 보여줘야겠어요.(웃음) 제가 이전까지 챔프전에서 왜 한 번도 안 졌었는지를요.” - 오세근(KGC)

 

해당 기사는 <루키> 2023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강정호 기자, KBL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