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현대농구의 흐름을 역행하는 팀이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3점슛의 비중은 나날이 커져왔다. 3점슛의 효율성이 널리 알려진 2000년대 중반 이후, 3점슛은 모든 팀들의 주요 전술로 자리 잡았다. 2010년대 들어서는 이제 3점슛이 필수가 됐다.

그런데 여기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팀이 있다. 2016-17시즌 시카고 불스는 마치 3점슛이라는 중요한 옵션을 배제한 채 경기를 펼치고 있는 것 같다.

올 시즌 불스는 경기당 평균 19.6개의 3점슛만 시도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적은 숫자다. 또, 5.9개만 성공시키고 있는데, 이 역시 꼴찌다. 리그에 20개 미만의 3점슛 시도, 7개 미만 3점슛 성공을 기록하고 있는 유일한 팀이다.

성공률마저 대단히 형편없다. 시카고의 이번 시즌 3점슛 성공률은 고작 30.3%에 불과하다. 올 시즌은 물론, 지난 다섯 시즌을 통틀어도 리그 최악의 기록이다. 시카고 다음으로 3점슛 성공률이 낮은 마이애미 히트도 32.7%는 된다.

시카고는 올여름 드웨인 웨이드, 라존 론도를 영입했다. 2016-17시즌 개막 직전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마이클 카터-윌리엄스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많은 이들이 '스페이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이들은 모두 3점슛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불스의 선발 라인업은 [로빈 로페즈 - 타지 깁슨 - 지미 버틀러 - 드웨인 웨이드 - 라존 론도]다. 이들은 모두 외곽슛 생산력이 낮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동시에 뛸 경우, 공간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2016-17시즌 개막 직후 3경기는 매우 놀라웠다. 당시 시카고는 평균 10.3개의 3점슛을 무려 42.5%의 확률로 적중시키며 3연승을 따냈다. 스페이싱에 대한 우려는 모두 기우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초심자의 행운이었던 것일까. 불스는 곧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시즌 초반 3점슛을 펑펑 꽂던 웨이드와 버틀러도 금방 원래대로 돌아갔다. 시카고는 3점슛이 도통 들어가지 않자, 시도를 자연스레 줄이게 됐다. 이에 따라 코트 위 공간이 더욱 좁아지고 말았다.

다음은 불스의 지난 10경기를 정리한 것이다. 3점슛 생산성이 매우 끔찍함을 알 수 있다.

 

 

시카고는 최근 밀워키 벅스와의 이틀 연속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특히 17일(한국시간)에는 홈에서 69-95로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1쿼터부터 지독한 야투 난조에 시달리며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시카고의 프레드 호이버그 감독은 원래 3점슛과 스페이싱을 중요시하는 감독이다. 그는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절, 3점슛을 무기로 한 빠른 농구로 NCAA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불스의 농구는 상당히 낯설다. 3점슛 대신 골밑에 집중하고 있다. 불스가 3점슛을 잘 던지지 않는다는 것, 잘 넣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상대 입장에서는 수비하기가 더 쉽다. 선택지 하나를 지운 셈이기 때문이다.

 

 

시카고는 최근 3연패 포함, 지난 10경기에서 7패를 당했다. 그 사이, 13승 13패로 성적이 떨어지며 동부 컨퍼런스 9위로 추락했다. 이대로라면 플레이오프 진출도 장담하기 어렵다. 불스는 과연 반등할 수 있을까. 이는 3점슛 생산력의 개선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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