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이민재 기자 = 세트 오펜스의 장점은 정해진 패턴 플레이를 통해 안정적인 득점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숫자 등 각자의 패턴을 지시하는 플레이콜을 하게 된다. 핸드 시그널부터 제스처까지 각 팀끼리 통하는 언어, 플레이콜링의 세계를 살펴보자.
상대 작전을 훔쳐라
보스턴 셀틱스의 마이카 슈루스베리 코치는 지난 2013년 팀에 입단했다. 어느 날 그는 라존 론도(現 시카고 불스) 옆에 앉아있었다. 이때 론도가 슈루스베리 코치에게 “상대팀의 플레이콜을 익혀두는 게 좋을 것이다. 나중에 궁금하면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슈루스베리 코치는 “론도의 말이 장난인지 아닌지 몰랐다“며 “결국 상대의 플레이콜을 확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슈루스베리 코치는 수비 코치로서 명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상대의 플레이콜 파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그는 상대 플레이콜 체크를 위해 상대팀의 최근 5경기와 보스턴과 맞붙은 해당 시즌 경기를 챙겨본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세트 오펜스와 아웃-오브-바운스 플레이 등을 파악,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에게 자료를 전달한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스티븐스 감독의 역할이 컸다. 그는 동영상을 많이 보면서 매번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는 플레이콜 이름보다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밝혔다.
스티븐스 감독은 “상대가 같은 패턴 플레이를 여러 번 펼친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는 플레이”라며 “그들은 앞으로도 계속 그 플레이를 활용할 것”이라며 이때 상대의 대형과 움직임을 파악한다고 말했다.
셀틱스의 아이재아 토마스는 “나는 영상을 많이 본다. 상대의 플레이콜을 알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많은 팀들이 같은 플레이를 펼치는 경우가 많다. 각 팀들은 작은 변화를 주는 경우도 있다. 특히 동부 컨퍼런스 팀들과는 한 시즌 동안 4번씩 맞붙어 이러한 변화에도 금방 익숙해진다"고 말했다.

여기에 팀내 최고의 수비 스페셜리스트인 에이브리 브래들리는 경기 내내 토마스, 스티븐스와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특히 자유투를 던지거나 반칙으로 경기 흐름이 끊겼을 때 주로 물어본다. 그는 “6년차가 되니깐 대부분의 플레이콜이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며 ”플렉스 액션이면 플렉스란 이름이 꼭 들어간다. 그걸 듣는 순간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게 된다"고 말했다.
마커스 스마트 역시 뛰어난 수비수. 특히 그는 벤치 멤버로 코트를 밟는데, 그전까지 벤치에서 상대 포인트가드나 감독의 플레이콜을 연구한다. 특히 경기장이 시끄러워서 감독들은 주로 핸드 시그널을 사용하는데, 이때 힌트를 얻는다.
스마트는 “플레이콜은 금방 일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벤치에 앉아 있다가 플레이콜을 파악하면 얼른 스류스베리 코치 등에게 패턴을 알려준다"며 “상대의 말을 듣기 어렵다. 따라서 경기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레이콜은 곧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에 몇몇 팀은 전반전과 후반전에 다른 플레이콜 시그널을 보낼 때가 있다. 이러한 부분에도 적응해야 한다. 토마스는 “상대가 경기 도중 플레이콜에 변화를 준다”고 말한다.
디트로이트의 전설인 토마스 역시 “시그널은 매일 바뀔 수 있다. 예전에 감독이 ‘피스트 다운’을 외친 적이 있다. 이는 포스트-업 플레이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드는 플레이는 사이드 픽-앤-롤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윌킨스는 “이러한 플레이콜링은 어떤 팀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상대의 수비가 좋다면 시그널에 대한 카운터를 더 많이 준비한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플레이콜링이 있을까. 피스톤스의 레전드 토마스는 선수 생활 때를 떠올리며 “가장 기억에 남는 콜은 ‘피스트 다운’이었다. LA 레이커스의 33번 선수를 위한 플레이였다. 그는 바로 카림 압둘-자바였다”며 “레이커스가 피스트 다운을 외쳐도 막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스류스베리 코치 역시 “상대가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 알아도 막기 어렵다. 상대 에이스 선수가 공격해오면 말이다"며 활짝 웃었다.

BOX ∣ 플레이콜링 스틸왕
NBA에서 내로라하는 플레이콜링 스틸왕은 누구일까. 셀틱스의 토마스는 『보스턴 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NBA에 입성해 처음으로 크리스 폴과 맞붙은 적이 있다. 당시 나는 플레이콜을 했는데, 그때 폴이 ‘토마스가 어디로 가고, 나머지 선수들이 어떻게 플레이할 것'이라고 자신의 동료들에게 외쳤다. 그때 나는 ‘NBA에서는 이런 것도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류스베리 코치는 “르브론 제임스는 믿을 수 없는 선수다. 모든 것을 다 안다"고 말한다. 덧붙여 그는 "나는 아직도 2015 플레이오프 당시가 생생히 기억난다. 지난 2014-15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즈음 토론토 랩터스와 경기를 펼쳤다. 이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맞붙었다. 당시 르브론은 우리 플레이에 모두 대응했다. 동료들에게 스위치 디펜스를 요청하고, 대형을 갖추는 등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꿰뚫고 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디안드레 조던도 이에 능하다. 그는 뒷선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히 한다. 따라서 그가 플레이콜을 파악하면 끊임없이 동료들에게 말한다"고 했다.
사진 제공 = 아디다스, 나이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