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누구의 한이 더 깊었을까.

지난 6월 말,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올랜도 매직이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클라호마시티 Get
빅터 올라디포, 얼산 일야소바, 도만타스 사보니스

올랜도 Get
서지 이바카

 

★ 이바카의 사정

서지 이바카(27, 208cm)는 오클라호마시티가 키워낸 빅맨이다. 2008 드래프트 1라운드 24순위로 지명된 이바카는 한때 리그 최고의 수비형 빅맨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2014 플레이오프 도중 당한 무릎 부상이 화근이 됐다. 이는 고질병이 됐고, 이바카의 수비 존재감은 더 이상 예전같지 않아졌다.

썬더는 식스맨을 필요로 했다. 믿을 만한 벤치 에이스가 없다보니 케빈 듀란트와 러셀 웨스트브룩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점점 커졌기 때문. 

결국 오클라호마시티는 기량이 떨어진 이바카를 활용, 식스맨 영입에 나섰다. 2016 플레이오프를 통해 스티븐 아담스의 성장이 이루어진 것도, 이바카를 놓아줄 수 있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 올라디포의 사정

빅터 올라디포(24, 193cm)는 2013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올랜도 매직에 입단했다. 인디애나 대학의 스타였던 그는 프로 무대에도 빠른 속도로 적응해나갔다.

올라디포는 2년차 때 평균 17.9점을 넣는 등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외곽슛이 약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에 발목을 잡혔다. 2015-16시즌 들어 오히려 기량이 퇴보한 것이었다.

지난 시즌 올랜도는 올라디포를 벤치로 내리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올라디포의 슈팅 불안 문제는 끝내 해결되지 못했다. 이러한 올라디포의 농구는 팀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맞지 않았다. 결국 올랜도는 올라디포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게 됐다.

 

★ '토사구팽'된 자들의 대결

2016-17시즌이 개막했다. 올랜도의 유니폼을 입은 이바카는 평균 12.4점 5.6리바운드 1.1블록 FG 44.4%를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 시즌보다도 생산력이 떨어진 것이다. 두터운 빅맨진 탓에 출장시간이 감소한 것이 그 원인. 이바카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 나를 믿어달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오클라호마시티로 이적한 이적한 올라디포는 지난 시즌과 비슷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야투성공률이 떨어진 대신, 3점슛 성공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그는 평균 16.2점 3.8리바운드 1.6어시스트 FG 40.3% 3점슛 41.7%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던 중 두 선수가 이적 후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쳤다. 14일(한국시간) 올랜도가 오클라호마시티의 홈구장을 찾았다. 이바카는 올여름 썬더를 떠난 이후 처음으로 옛 홈 경기장을 방문했다.

★ 이바카가 한을 품으면

이바카는 처음부터 엄청난 의욕을 보였다. 니콜라 부세비치가 파울트러블에 걸리는 바람에 평소보다 더 많은 출장시간을 부여받았는데, 이 역시 이바카의 활약이 경기 내내 꾸준히 이어진 계기가 됐다.

이바카는 1쿼터에만 13점 6리바운드를 쓸어담았다. 마치 자신을 버린 오클라호마시티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다. 덕분에 올랜도는 1쿼터를 27-13으로 앞서며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반면 올라디포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1쿼터에 8분 6초나 뛰었지만 아무런 기록조차 내지 못했다. 투명인간 그 자체였다. 올라디포는 전반 동안 6점에 그쳤다. 19점 8어시스트를 올린 이바카와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3쿼터에만 37점을 쓸어담으며 경기를 뒤집었다. 올랜도 선수들이 모두 당황한 사이, 이바카만이 홀로 10점이나 올렸다. 덕분에 분위기가 썬더 쪽으로 확 넘어가지 않을 수 있었다.

★ 오클라호마시티에 서리가 내린다

4쿼터. 드디어 이바카가 잠잠해졌다. 썬더가 이바카의 모든 동선을 차단했기 때문. 올랜도는 이를 역이용했다. 이바카를 미끼로 쓰고, 엘프리드 페이튼과 에반 포니에의 3점슛을 노린 것. 이게 매우 적절하게 먹혔다.

경기 종료 11초 전, 117-117 상황. 올랜도가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최후의 공격 전개를 위해서였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승패가 갈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올랜도는 포니에의 외곽 공격을 살폈다. 하지만 썬더 수비수들이 대처를 잘했다. 그러자 다음 플랜인 이바카를 활용했다. 부세비치의 스크린을 받은 이바카는 우측에서 공을 받아 빠르게 돌파를 시도했다.

베이스라인 부근에서 스티븐 아담스가 이바카를 가로막았다. 이바카는 노련하게 펌프페이크로 아담스를 속였다. 이후 침착하게 점프슛을 던졌다. 공은 그대로 림을 갈랐다. 남은 시간 0.4초. 깨끗한 위닝샷이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마지막 앨리웁 공격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올랜도가 119-110으로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 이바카의 한이 더 깊었다

이바카는 이날 31점 9리바운드 4블록 FG 68.4%(13/19) 3점슛 100%(2/2) FT 3/3으로 흠 잡을 데 없는 활약을 펼쳤다. 심지어 환상적인 위닝샷까지 터뜨렸다. 올랜도의 승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해냈다.

반면 올라디포의 활약은 어딘지 아쉬움이 남았다. 12점 2어시스트 1스틸. 올라디포가 남긴 기록의 전부였다. 경기 내내 존재감도 거의 없었다. 오클라호마시티의 승리를 위해서는 2옵션 선수인 올라디포가 더 활약했어야 했다.

결국 친정팀을 향해 비수를 꽂은 선수는 이바카였다. 두 선수 모두 친정팀으로부터 버림받았지만, 올라디포보다는 이바카의 한이 더 컸던 것 같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