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NBA가 이겨내야 했던 문제 : 타이트한 스케줄과 그 결과
2020년 버블 파이널이 ‘무사히’ 끝났을 때, 나는 한 방송에서 “NBA의 모든 구성원에 존경을 표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아무리 수억을 번다고 해도, 폐쇄적인 공간에서 긴 시간을 갇혀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신체적인 피로보다는 정신적인 피로를 호소했다. 그 와중에 C.J. 맥컬럼(포틀랜드 블레이저스)은 와인을 대량 주문해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가 하면, 지미 버틀러(마이애미 히트)는 커피에서 수익 창출의 활로를 모색하기도 했다. 평생 ‘합숙’이란 걸 해본 적 없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가족, 친구조차 없이 긴 시간을 지내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선수들을 지원하는 코치, 트레이너, 시설 관리자, 운영본부,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2020-2021시즌은 버블 시즌과 달리, 아담 실버 총재의 계획대로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애초 NBA는 어느 정도의 확진자는 품고 가겠다고 발표했다. 확진자 및 격리 대상자가 발생할 경우에 대한 메뉴얼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했고, 이에 따른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관리할 멘탈 케어 프로세스도 업그레이드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 감독은 시즌 종료 후 가진 미디어 인터뷰에서 “정신적으로 피로도가 극심했던 시즌이었다. 원정에서도 식사를 마음대로 하지 못했고, 가족과 친구들도 쉽게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비슷한 고충을 토로한 선수가 굉장히 많았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총 31번의 정규시즌 경기가 프로토콜 문제로 연기되었다. 전반기에 취소된 경기는 후반기로 연기됐고, 이로 인해 멤피스 그리즐리스는 5월 11일부터 17일까지 두 번의 백투백을 포함한 다섯 경기를 치러야 했다. 멤피스가 시즌 후반기에 치른 백투백은 무려 11세트로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함께 가장 많았다.

코칭스태프도 코로나로 고생했던 토론토 랩터스는 이중고가 더 했다. 리그는 홈 연전도 많이 배정해주었지만, 이들이 치른 홈 경기장은 토론토가 아닌 플로리다주 탐파에 있었고, 선수들은 홈에서 치르는 느낌을 전혀 갖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토론토의 올 시즌 백투백 이틀째 날 성적은 3승 13패(승률 18.8%)에 불과했다. 불과 2시즌 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처참했다.

에이스 제이슨 테이텀이 코로나19로 격리되었던 보스턴 셀틱스는 라커룸 내부 분위기마저 안 좋아져 애를 먹었다. 애초 NBA는 점진적으로 이동거리와 백투백 횟수를 줄이는 것을 시즌 운영 제1의 목표로 삼아왔다. 일명 ‘로드 매니지먼트’가 활성화(?)되는 것을 막고, 스타급 선수들이 좀 더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서게끔 하는 의도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020-2021시즌은 원하는 만큼의 안정성은 갖지 못했다. 시즌 후반기에 팀들은 평균 8.6회의 백투백 세트를 치렀다.

이러한 타이트한 스케줄이 궁극적으로 주는 문제는 세 가지다.

먼저 선수들에게 충분한 회복 시간을 주지 못한다. 선수들의 불충분한 회복 시간과 경기 준비 시간은 피로를 누적시킬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백투백 출전을 조정해야 했고, 제2~3 옵션 및 식스맨들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감독들의 중요한 역할이 됐다.

두 번째는 팀 훈련 횟수의 감소다. 올 시즌은 코로나19 위협으로 인해 팀 단체 훈련 횟수가 크게 줄었다. 원정에서 더 두드러졌다. 그렉 포포비치, 스티브 커 감독을 비롯해 적지 않은 감독들은 최근 들어 볼을 갖고 하는 팀 훈련 대신 비디오 분석 시간을 늘려왔다. 이는 어디까지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결정이었을 뿐, 강제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팀 훈련 여건이 굉장히 안 좋았다. 최근 해고된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의 스탠 밴 건디처럼 고전적인 방식의 지도자들은 이 부분에 대한 답답함을 많이 토로했다는 후문. 젊은 팀일수록 조직력을 갖출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시행착오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는 ‘우당탕탕’ 농구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슈퍼스타 의존도가 높아졌다. 12명의 선수가 자신의 공격 시, 평균 4번 이상의 아이솔레이션 플레이를 가져갔다. 이는 지난 4시즌 중 최다 기록이다. 슈퍼스타 동료들을 만난 제임스 하든의 횟수가 평균 8회(지난 시즌 14.0회)로 눈에 띄게 감소했지만, 루카 돈치치와 셰이 길저스-알렉산더, 줄리어스 랜들, 존 월 등 아이솔레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선수가 늘었다. 평균 4회에서 평균 3회로 표본을 확대하면 슈퍼스타 의존도는 더 늘어난다.

결국 준비 기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스타들의 기량과 건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백투백 이틀째날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한 팀은 14팀이고, 그 중 인디애나 페이서스를 제외한 모두가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토론토의 경우는 비디오 분석팀이 캐나다에서 함께 넘어오지 못해 이마저도 한동안 원격으로 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토론토 선수들이 묵었던 숙소의 와이파이 환경이 그리 좋지 않아, 다운로드에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마지막 부분은 우리가 간과했던 부분이다. 경기는 선수만 뛰는 것이 아니다. 심판도 뛴다. 경기가 취소되거나 일정이 변경되면 심판도 함께 바뀌게 된다. 선수들은 전세기를 타고 이동하지만, 심판은 그렇지 않다. 물론 최고의 리그인 만큼, 심판에 대한 대우도 우수한 편이지만, 모두가 일등석 대우를 받거나 에스코트 서비스를 받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ESPN』 보도에 따르면 2020-2021시즌 동안 24명의 심판이 코로나19로 최소 1경기 이상을 결장했다. 이로 인해 G리그에서 승격되는 심판들도 있었는데, G리그에서 아직 올라와야 할 시기가 아닌 심판들도 있다 보니, 경기 운영부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는 2년 전, 마카오에서 열린 ‘터리픽 12’ 당시 FIBA 심판 캠프에 참가한 한 외국 심판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꿈이 NBA라고 했으나, 서머리그부터 이겨내는 것이 수월하지는 않다고 고백했다. 선수들처럼 심판들도 셋이서 맞춰야 할 호흡이 있고, 경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2만 명이 보는 앞에서 슈퍼스타들의 플레이에 콜을 불어야 한다는 중압감도 있다.

KBL에서 NBA로 연수를 간 황인태 심판도 비슷한 말을 했다. “NBA 서머리그 심판들도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해서 오히려 보지 못할 때가 있다.” FIBA에서도 종종 “심판이 NBA 선수들의 기술 진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워낙 빠르고 높이 뛰며, 기술 구현도 훌륭할 뿐 아니라, 파울을 유도하는 속임 동작도 교묘하다는 것이다.

심판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클러치 상황에서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체력과 집중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심판들도 선수들만큼이나 체력적인 준비를 할 여건이 부족했고, 그만큼 힘든 시즌을 치러야 했다.

물론, 그것이 갖가지 유형의 오심과 갈등을 변호할 수는 없다. 분명 몇몇은 NBA 베테랑임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는 판정을 내린 뒤 고자세를 취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감독, 선수들만큼이나 심판들에게도 2020-2021시즌은 잊지 못할 ‘최악의 상황’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들에게도 ‘수고했다’는 말을 해야 하는 이유다.

NBA의 계속되는 도전
적자와 위기를 떠나 NBA가 팬데믹을 틈타 시도한 도전 중에는 박수를 보내야 할 것들이 많다. 내가 처음 NBA를 취재할 무렵부터 나왔던 이슈인데, NBA는 세계 프로스포츠 중 테크놀러지를 가장 잘 활용하는 리그다.

NBA닷컴은 홈페이지의 교재가 되었고, 스폰서십을 활용한 스포츠마케팅에 있어서도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버블(bubble) 역시 NBA의 추진력을 입증한 한 사례로 남았다.

NBA와 디지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시청률과 관계없이 그들은 SNS를 통해 다양한 클립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오늘날 미국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스포츠 중 하나로 자리한 결정적 원동력이 됐다. 승패와 관계없이 NBA 농구는 쿨하고 화려한 장면이 계속 생산되는 종목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NBA와 각 구단이 채용한 소셜미디어, 세일즈 전문 인력은 국내 프로스포츠 연맹 직원 숫자만큼 많다. NFL 구단들이 2021년이 되어서야 한화 1억 원 정도씩을 투자해 콘텐츠 개발에 나선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빠르고 공격적이다.

무관중 경기가 적자를 불러왔지만,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다시 사이드라인과 엔드라인에 관중이 들어서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레일 캠을 비롯해 여러 촬영을 새롭게 도입해 테스트했다. 또 미디어의 용이한 접근을 위해 줌(ZOOM)을 활용한 기자회견도 호응을 얻었다. NFT를 활용한 NBA 컨텐츠(탑샷)도 수집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리그 최고 인기구단 중 하나인 골든스테이트는 독자적으로 NFT 컨텐츠를 만들어 ‘부자 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또 하나 앞으로 기대가 되는 부분은 바로 OTT 시대를 맞아 NBA 컨텐츠가 어떤 방식으로 팬들에게 다가갈지를 지켜보는 일이다. 최근 쿠팡, 티빙 등이 중계권 싸움에 불을 지핀 것처럼, NBA도 그 중계권의 가치를 더 끌어올릴 것이다. 이미 NBA 리그패스라는 최고의 플랫폼이 있어 ‘하드코어’팬들은 이 플랫폼으로 전 경기를 보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팬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OTT와 합작해 다양한 채널에서 경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쿠팡 플레이가 손흥민 경기를 따로 제공하는 것처럼, 선호하는 특정 구단의 경기를 다른 OTT 서비스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수년 내로 등장할 것이다. (물론 가격을 지불하고 볼지 여부는 선택에 달려있다.) 

디지털 시장에서 NBA는 자금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아니 때로는 선도했던 리그였다. 앞서 열거한 경제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NBA의 신용도가 유지되고, ‘지켜봐야 할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가 아닐까.

얼마 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 포럼 앞은 팬데믹 상황이 끝난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구장에 입장하지 못한 팬들이 야외 응원을 즐겼고, 그들은 전쟁과도 같았던 브루클린과의 7차전 시리즈 승리를 통해 그 노력과 기다림의 결실을 맺었다. 10개월 전, 이곳은 흑인 총격 사건으로 시위가 그치지 않았던 곳이었다. 밀워키 벅스는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이들을 나란히 세워놓고, 똑같은 곳을 바라보고, 똑같은 것을 외치게 했다. 우리가 늘 기다렸던 일상으로의 복귀가 조금씩 시작된 것이다.(이러한 응원전 덕분에 한동안 공실이 많았던 밀워키 지역 호텔은 예약이 가득 차게 됐고, 주변 식당도 다시 호황을 누리게 됐다는 후문이다. 각 도시들이 스포츠 구단을 유치하고 싶어 하는 이유다.)

정말로 생존을 위해, 엉망진창이었지만 어떻게든 마무리 지어야 했던 2020-2021시즌은 우리가 그리워했던 일상의 맛을 그렇게 조금이나마 보여주며 끝으로 향하고 있다. 비록 희생과 양보가 많았지만, 아마도 2021년 가을은 지금보다 더 뜨겁고 활기찰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말이다. 어색함으로 시작해 반가움으로 반전된 2020-2021시즌이 마지막까지 NBA답게 끝날 수 있길 기대한다.

해당 칼럼은 <루키 더 바스켓> 2021년 7월호에 게재된 칼럼을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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