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 같았으면 이미 챔피언이 가려졌을 시기이지만, NBA 플레이오프는 이제야 파이널을 남겨놓고 있다.

6월 20일(한국시간), 케빈 듀란트의 브루클린 네츠와 야니스 아테토쿤보의 밀워키 벅스가 2라운드 시리즈 마지막 경기. 마지막 쿼터를 앞두고 있을 무렵 TNT는 브릿지 영상으로 5년 전 오늘을 짧게 조명했다. 안드레 이궈달라의 레이업을 르브론 제임스가 블록하고, 카이리 어빙이 스테픈 커리를 앞에 두고 결정타를 날렸던 그 순간이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1승 3패를 뒤집고 우승한 최초의 팀이 되었다. 버블에서 열린 2020년을 제외하면, 그리고 2013년 파이널 이후 6월 20일이 되도록 NBA 경기를 보는 일은 흔치 않았다. 

기다린 만큼 오래 즐길 수 있어 반갑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시한폭탄이 숨겨진 것 같은 느낌도 무시할 수가 없다.

스타들의 줄부상 : 시즌은 실패한 것일까
최근 유튜브로 NBA 방송을 하면서 가장 자주 전한 소식은 부상이었다.

플레이오프는 작은 것 하나까지도 완벽히 준비되어야 승리할 수 있는 무대다.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된 수비라도 2경기 연속 통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1~2차전에서 맥없이 무너져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일어선다. ‘좀 하는 팀들‘끼리 마주하는 2라운드부터는 더 그렇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주전급’ 식스맨들의 부상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작은 균열이라도 내줄 수 있는 자원 한 명이 아쉬운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플레이오프는 그 아쉬움의 정도를 넘어선다. 주전들, 아니 슈퍼스타들이 아팠기 때문이다. 팀과 팬, 계약에 대한 책임감으로 코트에 나서지만, 표정은 결코 밝지 못하다. 생각한 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앤써니 데이비스(LA 레이커스)는 상대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고, 결국 출전 안 하는 게 나았을 정도로 처참한 경기력으로 팀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서문에서 예로 들었던 브루클린은 제임스 하든과 카이리 어빙의 부상, 그리고 그 공백이 가져온 과부하가 문제가 됐다. 상대는 리그 정상급 수준의 수비력을 갖춘 밀워키였다. 슈퍼스타의 화력이 절실했지만 끝내 부상 허들을 넘지 못했다. 스티브 내쉬 감독은 듀란트를 두 번이나 풀타임 출전시키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정상 등극 플랜은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덴버 너게츠는 자말 머레이의 시즌 아웃 이후, 입체감을 잃었다. 데빈 부커와 크리스 폴이라는 엘리트 백코트 라인을 갖춘 피닉스 선즈를 넘기에 ‘MVP‘ 니콜라 요키치만으로는 버거웠다.

그 외에도 슈퍼스타들의 부상이 화두가 됐지만, 이미 온라인으로 다 접했을 소식이니 이쯤에서 끝. 중요한 과제는 이것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있다.

올해 플레이오프는 플레이인 토너먼트와 1라운드까지 꽤 괜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골든스테이트와 LA 레이커스의 단판 승부는 2020-2021시즌 2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빅 히트’였다. 하위 순번이 된 레이커스와 피닉스의 맞대결도 관심사였다. 뉴욕 닉스와 같은 빅 마켓 팀도 상당히 많은 가구들이 시청했다.

다만 올 시즌 전국 중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팀들이 탈락한 2라운드부터는 다시 주춤하고 있다. 여기에 NBA 올스타급 선수들이 내리 부상을 당하다보니 흥미가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일명 ‘24/7’이라 불리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NBA에 빠져 사는 마니아들은 체감이 어려울지 모르나 전국적으로는 관심을 끌 빅 네임들이 줄었다는 것이 이유다. 『The Athletic』은 지난 달 12일 칼럼에서 “열성팬(Diehards)들은 돌아왔지만, 대중(casual)이 떠나고 있다”고 표현했다. 최종 성적이 나와야 알겠지만, 2라운드부터 이런 기사가 나온다는 것은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관중들의 복귀가 다시 열기를 끌어 올려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지만 NBA가 방송사의 ‘효자’가 됐던 3~4년 전 수준의 분위기를 당장 되찾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쯤 되니 시즌을 무리하게 진행한 것도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은 열리지 말았어야 했을까?

아니다. 시즌은 반드시 열렸어야 한다. 애초 시즌이 12월에 개막하고, 72경기로 단축되어 치러진다고 발표됐을 때, 적지 않은 스타들이 우려를 표했다. 르브론 제임스도 그 중 하나였다. LA 레이커스는 파이널을 치른 후, 80일도 채 쉬지 못하고 새 시즌을 준비해야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리그가 이처럼 서둘러 시즌을 시작한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이렇게라도’ 시즌을 치러야 팬데믹 이후 2021-2022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를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10월 개막-82경기-2월 올스타-6월 파이널 종료’ 프로세스 말이다.

두 번째는 ‘돈’이다. 그 돈은 리그와 선수들이 합의를 통해 정한 비율에 따라, 구단 및 선수 개개인에게 돌아간다. 그 돈 위에 세워진 플랫폼은 NBA 선수들이 부와 명예,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다.

NBA와 선수들이 ‘플랫폼’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그 돈을 기반으로 계약을 수행해야만 했다. 물론 코로나19는 사람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천재지변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시즌이 열리지 않았다고 해도 굳이 위약금을 물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수입’도 없었을 것이다.

만일 2021-2022시즌이 더 단축되었다면? 올스타가 열리지 않았다면?

그래도 당장 무너지진 않았을 것이나, 팬데믹을 계기로 닥친 NBA의 경제 위기는 좀 더 심각해졌을지 모른다. 게다가 2019-2020시즌 개막 당시 터진 중국과의 신경전으로 NBA가 중국 시장으로부터 입은 타격도 막대했다. 여러 보도를 종합해보면 NBA는 기업 신용등급이 여전히 미국 상위권 수준이고, 『타임(Time)』지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100대 기업’으로도 꼽힐 정도로 탄탄한 기업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여러 매체는 NBA의 누적 부채가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NBA는 선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30개 구단, 450명의 선수가 안전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더 빛나게 한 시즌을 치를 수 있도록 돕는 NBA 본사 및 구단 직원만 6,000명에 이른다. 2020년 기준으로 이는 MLB(프로야구)에 이어 미국 프로스포츠 중 2위에 해당하는 숫자다. 여기에 리그, 구단과 연관된 사업자들의 수를 더한다면 이루 말할 수 없다.

팬데믹이 처음 일어났을 때 구단들은 휴직, 정리해고 등으로 지출을 줄이고자 했고, 구단주 및 선수들이 기부금을 통해 돕고자 했지만 이 역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리그는 계속 진행되어야 했고, 아담 실버 총재는 베팅과 NFT를 비롯해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계속해서 확장해갔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2020-2021시즌은 실패한 것일까. 결국 리그와 플랫폼의 존폐를 생각했을 때, 시즌 개최는 불가피했던 ‘최악 중 최선’의 결정이었다.

해당 칼럼은 <루키 더 바스켓> 2021년 7월호에 게재된 칼럼을 추가/각색했습니다.

②편에 계속...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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